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강철수
강철수의 다른 상품
|
해학적 유머감각
‘돌만 보면 때려잡으러 가는 스타일’인 발바리는 안정된 직장도 없고 소득도 없지만 오히려 무사태평이다. 발바리는 이런 여유로운 성격에서 우러나온 해학적 유머감각으로 내기 바둑 흐름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발바리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미미가 둔 수의 의미와 맥락을 친절히 설명하기도 하고 바둑의 전개를 친근한 일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발바리의 해설 덕에 조용한 내기 바둑엔 경쾌한 흐름이 생긴다. 바둑을 아는 독자라면 내기 바둑 한 판 한 판의 묘미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바둑을 잘 모르는 독자도 발바리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긴장감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천재적 묘수 5살짜리 미미를 보고 발바리는 생각한다. ‘쥐방울만 한 꼬맹이가 바둑은 어찌 그리 영감 같이 둘 수가!’ 분배의 원칙 운운하는 발바리에게 “바둑은 공평하게 나눠서 두면 져. 독차지해야 이겨”라고 날카롭게 대꾸하는 미미는 바둑에서 지는 법을 모른다. 아마추어 1급부터 전문 내기꾼까지 상대의 기력(棋力)이 점점 강해지고 판돈이 점점 늘어나도 미미는 묵묵히 돌을 내려놓을 뿐이다. 끊고 잇고 젖히고 따먹는 미미의 묘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바둑판의 상(相)이 보인다. 그리고 삶 철없는 발바리의 행동을 나무라고 일침을 날리는 것은 5살짜리 여자아이 미미다. 어른답지 않은 발바리와 애답지 않은 미미, 그 둘 사이의 낙차에서 발생하는 웃음 속엔 삶을 바둑에 빗댄 날카로운 묘사가 있다. “바둑에서 그렇듯 사석으로 누워 있던 돌들이 훨훨 되살아나고 또 금쪽같은 요석도 어느 틈엔가 단지 두 집짜리로 격하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발바리와 미미의 내기 바둑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구절을 읽을 때면 마치 바둑에서 장고(長考)하듯 잠시 멈춰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나는 19로 바둑판 그 어디에 놓인 돌일까. 사석일까, 폐석일까, 요석일까. 지은이가 발바리의 성장과 미미의 숨겨진 과거,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 내기 바둑을 묘사하는 방식은 바둑판 위에 흑돌과 백돌이 하나씩 늘어가며 한 장의 기보를 완성하는 것과 닮았다. 칸을 이리 저리 화려하게 나누지 않고 단정하게 나눠 묘사하는 것도 그렇다. 바둑을 두듯 한 칸 한 칸 따라가 보자. 바둑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고 삶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