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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
양장
이상수 편역
웅진지식하우스 200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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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제1부 지혜를 찾아서

제1장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제2장 도道는 미치광이를 만나면 미치광이가 되고
제3장 옥돌에도 결이 있으니
제4장 사람과 삶에 대한 통찰
제5장 평범함에 대한 찬양

제2부 개혁가의 길

제6장 권력과 리더십
제7장 개혁가의 고독한 분노
제8장 국가의 흥망성쇠

제3부 권력의 메커니즘을 찾아서

제9장 법치주의와 신상필벌
제10장 자비의 역설
제11장 말을 살피는 법
제12장 정치권력과 커뮤니케이션

부록
1. 『한비자』 해제
2. 한비자에 대한 평가

저자 소개 1

편역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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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주역』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제자백가의 논리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사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현재 (주)웅진씽크빅의 중국 법인인 ‘웅진베이징교육문화자문유한공사’의 법인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아큐를 위한 변명』 『한비자, 권력의 기술』 『바보새 이야기』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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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상수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주역』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제자백가의 논리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사 베이징특파원, 국제부 기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여러 매체에 중국 관련 글을 기고하면서 집필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한비자, 권력의 기술』 『바보새 이야기』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고, 자오궈뱌오 전 베이징대 교수의 『당신들의 중국』을 옮겼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1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680g | 153*224*30mm
ISBN13
9788901074832

책 속으로

한비자는 매우 냉철한 정치 사상가였다. 법가(法家)는 유가(儒家)와 달리 배움이나 학문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배움 가운데 쓸모 있는 것도 있지만, 세상에는 쓸모없는 지식도 적지 않다는 게 법가들의 차가운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지혜를 성실하게 배워야 함을 강조했다. 그 자신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모으려고 한 것처럼 보일 만큼 지식의 수집과 정리에 열정적이었다. 늙은 말에게 길을 찾도록 하고 개미의 힘을 빌려 물을 찾아낸 관중과 습붕의 이야기를 통해 한비자는, 이렇게 뛰어난 인물들조차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빌리려 하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리고 배우길 게을리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꼬집는다. ---p. 26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송충이를 닮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깜짝 놀라고 누에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어부는 장어를 손으로 잡고 아낙네들은 누에를 손으로 주워 담는다. 이익이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맹분(孟賁)이나 전저(專諸)와 같은 장사가 된다.

백락(伯樂, 고대 중국에서 말 감정에 뛰어났던 인물)은 자기가 미워하는 이에게는 천리마를 감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자기가 아끼는 이에게는 보통 말을 감정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천리마를 감정할 일은 계절이 가도록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에 감정비를 벌어들이기가 쉽지 않지만, 보통 말은 매일 사고 팔리므로 감정비를 빨리 벌어들일 수 있다.

---p. 94

출판사 리뷰

우리가 잃어버린 걸작 『한비자』
조선 후기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를 보면 숨은 선비인 안석경과 한 젊은이의 대화가 나온다.

“자네 나이가 몇인가?”
“스물다섯입니다”
“그렇다면 천문학에 관한 책은 익혔는가?”
“아직 못 익혔습니다.”
“지리학에 관한 책은 익혔는가?”
“아직 못 익혔습니다.”
“불경은 읽었는가?”
“아직 못 읽었습니다.”
“병법 책은 읽었는가?”
“아직 못 읽었습니다.”
“문장이란 하늘 아래의 일에 통하지 않는 바가 없는 것일세. 하나라도 통하지 않는 게 있다면 지극한 것이 되지 못한다네. 그러므로 뭇 서적을 섭렵하는 일은 늘 스무 살 이전에 해치워야 한다네. 지금 자네는 스물다섯인데 제자백가의 여러 책 가운데 한 권도 읽은 게 없으니 그다음은 알 만하네.”

당시의 ‘표준’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젊은이를 앞에 두고 안석경이 꾸짖는 이 장면은 바로 우리나라 사상의 역사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화다. 그동안 유학(儒學)의 짙은 그늘에 가려 유가 사상 외의 사상은 모두 사도(邪道)로 취급하고 사상의 편식에 오랫동안 빠져온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이른바 ‘동양철학’에는 온통 도(道)와 덕(德)과 예(禮)에 관한 이야기만 남았다. 그러나 지난 몇천 년간 수많은 인간들이 무수한 사건을 겪으며 다져온 지혜가 겨우 이것뿐일 리 없다.

특히 수많은 제후가 난립해서 서로 싸우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제후들의 싸움 뒤에는 그 제후들에게 제왕의 길과 세상의 이치를 설파하던 제자백가들의 싸움이 있었고, 우리가 받드는 공자나 노자 역시 이 사상전에 뛰어들었던 사상가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사상가들 중 진시황이 실제로 중국을 통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유가나 도가의 사상가가 아니라 바로 한비자(韓非子), 법가 최고의 사상가였다. 그는 성인(聖人)의 도를 말하기보다는 군주가 행해야 할 바를 말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사상가였고, 이상적인 상황을 논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말한 합리주의자였다.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이 사상가의 걸작 『한비자』를 간추려 엮고 옮긴 책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를 열다
말더듬이로 태어나 평생 제왕의 길을 논하다 모함에 빠져 자결한 한비자는 그 파란만장한 일생 동안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이야기 수집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까지 전해 내려오던 수많은 구전 담론과 일화를 다 모아두었기 때문에 『한비자』는 거대한 ‘이야기의 숲’이 되었다. 분량도 제작백가의 저작 중 개인 저작으로는 가장 많다(10만 자 55편). 이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창과 방패(모순)’ ‘토사구팽’ ‘수주대토’ ‘순망치한’ 등의 이야기도 있고, 각종 고사에 등장했던 유명한 인물들도 쉴 새 없이 나온다. 내용 또한 무척 다양해서, 자연의 이치를 논하는 글에서부터 궁궐 내 권모술수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의 모든 국면을 다루고 있다.

제자백가의 철학을 전공한 엮은이는 이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를 뒤져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와 관점들만 담았다. 1부에는 우주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한비자의 지혜와 통찰을, 2부에는 권력과 개혁, 국가의 흥망성쇠 등 ‘거시정치’의 문제를, 3부에는 군주의 통치술과 권력 커뮤니케이션 등 ‘미시정치’의 문제를 각각 담았다. 또 각 장은 그 주제를 다루는 ‘일화’와 그 주제에 대한 한비자의 ‘관점’으로 나누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뱀이나 송충이는 싫어해서 가까이하지 않지만 장어나 누에는 기꺼이 만진다는 ‘일화’를 든 후에는, “이익이 있는 곳으로 백성들이 모여들고, 명성이 빛나는 곳에 선비들이 목숨을 바친다”는 ‘관점’이 뒤따르는 식이다. 이런 일화와 관점들을 통해 독자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물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에 뒤따르는 이익이라는 통찰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한두 가지 우화로도 무수한 의미를 이끌어내는 요즘, 이야기의 숲 『한비자』는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나쁜’ 지도자가 진정한 지도자다
2300년간 제왕학의 고전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비자』에는 리더와 지도자에 대한 충고와 교훈 또한 가득하다. 한비자가 수많은 일화들을 모았던 것도 군주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 때 쓰기 위한 것이었으니, 『한비자』에 지도자를 위한 가르침이 넘쳐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비자가 말하는 지도자는 다른 제자백가가 말하는 지도자와는 크게 다르다. 한비자는 군주에게 더 너그러워지라거나 더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비자는 군주와 신하의 관계는 결코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군주와 신하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신하에게 충성심이란 없다. 그러므로 신하의 이익이 이뤄지면 군주의 이익은 사라지는 것이다.” (167쪽)

이처럼 이상적인 관계가 아닌 최악의 관계를 기본으로 생각한 후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한비자의 논리였기 때문에, 『한비자』가 제시하는 지도자 상은 냉철함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하다. 한비자의 군주는 신하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스스로의 능력을 감추어 신하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며, 신하들을 믿거나 사랑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통치술은 백성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진나라 소왕(昭王)은 병이 난 자신을 위해 기도한 백성들에게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255쪽). 임금이 신하를 사랑하거나 백성이 임금을 사랑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 사랑 때문에 법을 어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변하기 쉬운 사람의 감정에 의지하기보다는, 엄격하게 법을 지키고 다소 가혹할 정도로 그것을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것이라는 게 한비자의 논리다. 어설픈 자비가 오히려 독이 되는 이러한 ‘자비의 역설’은 한비자의 엄정함과 현실주의를 잘 보여주는 주장이다.

이처럼 한비자가 그리는 좋은 지도자란 결코 자비로운 지도자가 아니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백성을 아끼는 지도자보다는, 법을 엄격하게 정하고 공과 과에 따라 확실하게 상과 벌을 내리는 지도자, 신하를 믿고 사랑하기보다는 그 신하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다. 결국 지도자의 인품이나 덕과 같은 우연한 속성에 의해 잘되는 국가가 아니라, 지도자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를 한비자는 바랐던 것이다. 혼란했던 시기에 안정을 가져다주고자 했던 한비자의 절실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이자,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선배 정치가의 충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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