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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셋 죽음 미나 P시 학생의 삶 Cry, as much as you can 23:27:46 벽장 2부 올드타운 파티 Would you be my fucking boyfriend? 새벽, 마트 미나의 집 해설_강유정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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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박지예가 죽었다고 자퇴했잖아. 수업도 안 받고 시험지도 백지로 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생각해봤어. 나도 이런 거 싫어 미나야. 내가 꼭 너를 되게 많이 좋아하는 거 같잖아. 하지만 아니야. 알잖아. 나는 아무도 안 좋아해. 다 싫어. 다 싫어.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어. 나는, 있지, 니가 완전히 혐오스러워. 니가 가진 모든 게 다 싫어. 다. 그래서 너를 죽여버리고 싶어졌어. 너한테서 너무 더러운 냄새가 나서 나는 너한테 가까이 다가가기가 겁이 나. 너는 더러워. 그리고 나는 깨끗해. 나는 더러운 게 싫어. 그리고 너는 더러워. 너는 모든 더러운 걸 상징하고 있어. 그것들이 다 나한테 달라붙을까봐 겁이 나. 싫어. 화가 나. 그리고 너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더러워지는 것 같아. --- 본문 중에서
“민호는?” / “학교 아직 안 끝났어.” / “그래?” / “너 민호 보러 온 거지?” / “너희 집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네.” / “그래서?” / “민호 오늘도 학원 가니?” / “몰라. 너 가방엔 뭐야?” / “그냥 뭐 잡다한 거.” / “잡다한 거 뭐.” / “딸기.” / “딸기?”--- 본문 중에서 P시의 사교육시장은 붕괴된 P시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비웃으며 학생들을 계급에 따라 분리하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안이 아니라 학교의 평등주의에 기생하는 거대한 시장일 뿐이었다. 학원은 공립학교 시스템의 허점을 치고 들어가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리고 그게 다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고 그래서 거기에는 전반적으로 어떤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 --- 본문 중에서 수정은 물론 일부 영리한 학생에 속한다. 그녀는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며 어른들의 지식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훌륭한 학생이다. 물론 그것은 거짓인정이다. 그녀는 실제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여 순발력있게 흉내낼 뿐이다. (…) 수정은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강하게 부정하며 다음 문제를 향해 달려간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 미리 꾸며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언어와 같아서 모든 어법과 어조는 그녀가 오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수동적인 학습의 가능성뿐이지만 수정은 그 상황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으며 만약 어떤 자신 고유의 것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짓밟고 이미 존재해온 모든 것들을 향해 고개를 숙일 각오가 되어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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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한 줄의 흥밋거리에서 시작됐다. 서울에 사는 한 여고생이 친구를 살해. 나는 그 한 줄 뒤에 숨어 있을 여러 겹의 긴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리고 요약하면 단 한 줄에 지나지 않을 공허한 길고 긴 변명을 상상했다. 여러 겹의 긴 이야기와 단 한 줄의 단순한 흥밋거리. 동시에 그 두 가지인 이야기를 원했다. 동시에 두 가지 그 어느 것도 아닐 이야기를 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글은 프라하와 뉴욕을 거쳐 서울에서 끝이 났다. 처음 나는 이 글과 멀리 있는 서울, 그리고 프라하의 일상을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포커스를 잡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붕붕 떠다녔다. 그곳의 삶은 서울의 삶과 완전히 달랐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풀밭과 햇살의 도시에서 삭막한 도시의, 그것도 학생의 삶을 그린다는 것은 시시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삭막한 서울에 있었다. 서울은 황사와 함께 저 멀리 있었다. 아이들은 저 멀리 누런 모래바람의 도시에서 어색한 춤을 추고 있었고 나는 겨우 삐걱거리며 다가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책상을 꼭 붙들어야 했다. 그곳에서 나는 다만, 그들과 그들의 도시 그 모든 것의 죄를 사하여주고 싶었다. 무죄의 아이들을 무죄의 땅에 풀어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글에서 아이들이 총에 대한 얄팍한 농담을 주고받은 그날 버지니아에서 조승희가 자신을 포함해 서른세 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무서웠다. 하지만 운명은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 운명을 향해 움직여야만 했다. 글을 쓰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조승희에 대해 생각했다. 그에 대한 뉴스를 읽다 말고 책상 앞에 앉아 울었다. 가끔 주인공을 위해 테스코에 가서 칼을 관찰했다. 글을 끝내던 날 아침부터 밤까지 열두 시간 동안 글에 매달렸다. 작업이 끝나기 세 시간 전 부엌 근처의 등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오랜 작업으로 인한 과열 때문에 랩톱이 타오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랩톱은 멀쩡했다. 나는 냄새를 좇아 부엌으로 갔다. 환한 불빛의 한가운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고 돌아가 계속해서 글을 고쳤다. 2007년 12월 김사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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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세대’의 분리장애와 파괴적 단면
친구의 자살소식에 흔들리는 미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수정은 미나를 죽여서라도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24시간 ‘접속’상태인 21세기 십대들의 분리장애”로 설명한다. 한시도 접속의 끈을 놓지 못하는 십대들은 메신저로든 문자메시지로든 누군가와의 소통을 꿈꾼다. 소통하지 못하는 ‘Off’ 상태는 단절이며 죽음이다. 성장하면서 한번도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수정에게 이해할 수 없는 미나의 상태란 즉 ‘Off’ 상태이며 ‘악(惡)’인 것이다. 상대를 어떻게 할 수 없는 패배감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를 갈구하는 답답함 때문에 수정은 살인을 저지른다. 수정은 미나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영원히 박제하해 소유하고자 한다. 왜 자신을 죽이려는지 묻는 미나에게 계속 모른다고 대답하는 수정의 상태는 미나를 향한 사랑이 소유욕으로 전도돼 결국 상대를 없애고자 하는 파괴심리로 바뀐 모습이다. 한 여고생의 치기어린, 지극히 충동적이고 이유없는 살인처럼 보이지만 수정의 행동은 미나를 향한 ‘미친 사랑의 방식’인 셈이다. 당돌한 문명비판과 전복의 미학 김사과 장편 『미나』는 주로 스타카토식 대화체와 웅변에 가까운 서술자의 문명비판으로 진행된다. 십대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나열되는 대화는 한국문단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세대적 성격을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다. “민호는?” / “학교 아직 안 끝났어.” / “그래?” / “너 민호 보러 온 거지?” / “너희 집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네.” / “그래서?” / “민호 오늘도 학원 가니?” / “몰라. 너 가방엔 뭐야?” / “그냥 뭐 잡다한 거.” / “잡다한 거 뭐.” / “딸기.” / “딸기?” 무심한 듯 가벼워 보이는, 맥락없고 호흡이 빠른 이런 식의 대화는 육성처럼 생동감있게 읽히며 있는 그대로 십대들의 대화이다. 한편 가볍기만 한 대화의 나열 속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회와 어른들의 대한 거침없는 발언은 예리하고 당돌하다. 학창시절 학생운동과 여성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유럽산 가방을 모으는 취미로 허영심을 채우는 미나어머니나,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P시의 사교육시장을 살찌우며 과외를 하는 논술선생, 복권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한심한 지식인 미나아버지 들은 형편없는 어른들을 표상한다. 특히 사교육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 십대의 일상에 가장 밀접하고 첨예하게 대두된다. P시의 사교육시장은 붕괴된 P시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비웃으며 학생들을 계급에 따라 분리하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안이 아니라 학교의 평등주의에 기생하는 거대한 시장일 뿐이었다. 학원은 공립학교 시스템의 허점을 치고 들어가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리고 그게 다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고 그래서 거기에는 전반적으로 어떤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 “나는 이미 한번 죽었어. 지긋지긋해 이런 거. 이런 건 정상적인 삶이 아니야. 학원. 집. 학교. 시험. 학교. 학원. 숙제. 과외. 학원. 집. 과외. 학원. 집. 학교. 다시 학원. 다시 과외. 다시 시험 다시 숙제 다시 학교 다시 학교 다시 학교. 집. 학원. 도대체 이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해? 미친 거야. 다들 미친 거야. 견딜 수가 없어. 더이상. 이런 거. 이건 지옥이야. 지옥이야. 지옥이야.” 『미나』는 이렇듯 기존 권위에 대한 해체와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을 기반으로 삐딱한 십대의 일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른들이 세워놓은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대신 철저하게 뛰어넘는 ‘수정’은 영악한 십대의 전형이다. 아무것도 몰라서 순진하게 적응하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알기에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정은 물론 일부 영리한 학생에 속한다. 그녀는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며 어른들의 지식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훌륭한 학생이다. 물론 그것은 거짓인정이다. 그녀는 실제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여 순발력있게 흉내낼 뿐이다. (…) 수정은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강하게 부정하며 다음 문제를 향해 달려간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 미리 꾸며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언어와 같아서 모든 어법과 어조는 그녀가 오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수동적인 학습의 가능성뿐이지만 수정은 그 상황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으며 만약 어떤 자신 고유의 것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짓밟고 이미 존재해온 모든 것들을 향해 고개를 숙일 각오가 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세대와 달리 수정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은 하나도 없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존 질서에 무감하게 대응하는 자신이야말로 순결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정이 처한 사회-공간적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또한 당돌하고 도전적이다. ‘수정’의 내면과 작가의 발언이 뒤섞여 쏟아내는 직설적인 세태비판은 가히 웅변적이다. 수정이 미나를 죽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역으로 되짚어보면 우리 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병폐가 압축되어 인과관계의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벌지상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한 박지예, 친구의 자살소식에 충격받아 옮긴 대안학교(사실은 그곳도 사회의 축소판)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하는 미나, 황금만능주의와 허영심에 가득찬 어른들을 흉내내는 수정의 부러움과 시샘, 생명경시풍조에서 비롯된 수정의 살인. 여고생의 친구 살해,라는 결코 작지는 않지만 단편적인 사건의 이면에는 거대한 사회구조 문제가 겹겹이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미나를 죽이는 수정의 행위는 부패한 세계를 교조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함으로써 재건하고자 하는 급진적 혁명의지라고 읽는다. 김사과의 소설에서 세상은 온통 발가벗겨진다. 단단히 벼린 단도처럼 김사과의 단순한 문장들은 문명에 예리한 상처를 낸다. (…) 김사과는 더러운 흘레붙기를 거절한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아버지와 거울이 자신과 닮은 세계를 창출하기에 부도덕하다면, 김사과의 소설은 상쾌한 도덕이며 배반의 윤리이다. 파괴를 통한 생성, 지금 한국소설은 유례없는 새로운 도발을 목격중이다. -「해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존질서에 대한 반항이라는 주제의식, 전통적인 소설문법을 해체한 문체 등 김사과 소설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들을 실감할 수 있는 『미나』는 스물네살 젊은 작가가 한국소설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2007년 벽두 한국소설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