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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이 책은 불륜에 관한 책이다
제 1장미국의 국교 - 일부일처제 제 2장세계의 불륜 순위 제 3장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뀌는 불륜 규칙 제 4장이혼 퇴치 산업 제 5장‘5시에서 7시’ 사이의 은밀한 실종 제 6장불륜은 행복한 결혼의 필수 조건 제 7장1인용 이불의 미스터리 제 8장‘메인 디시’만으로는 질린다 제 9장침실 안에 함께하는 신(神) 제 10장부(富)와 불륜의 상관 관계 Epilogue홈 스위트 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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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란 것이 비밀스러운 무법지대 같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심지어 혼외정사의 경우에도 규칙이 존재한다. 우리는 불륜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가십거리 등을 통해서 일련의 규칙을 배운다. 이런 정보를 통해서 각국에서는 어떤 것이 ‘정상적’인 행동으로 여겨지는지 정의 내리게 되며,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부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예상하게 된다. 물론, 모든 이들이 정확하게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규칙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요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규칙에 대해 알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이 규칙에서 벗어나는지 아닌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다음은 들을 필요도 없지요.” 캘리포니아에서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한 부부들을 위해 전화 컨설팅 서비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페기 버건은 말한다. “시시콜콜 들을 필요가 없어요. 사정이야 다들 다르겠지만, 어떤 감정 상태인지 너무나 분명하니까요. 어떤 말을 할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미국식 불륜 드라마는 뻔하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은 애인에게 부인과의 관계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할 것이다. 즉, 자신은 양다리를 거치는 남자가 아니라 사랑과 애정을 찾아 헤매는 감수성 예민한 영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기 부인을 칭찬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는 여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불륜 관계에 일종의 선을 긋고자 함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다 똑같다.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 특정한 경우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한 일본인 유부녀는 애인이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을 의아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같은 질문을 몇 번 되풀이해야 했다. 이 여성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 프랑스 남성은 이중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 남성은 애인을 만나고부터 행복감을 느꼈기에 상담치료를 중단했던 것이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불륜에 너그러운 국가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국가마다 매우 다양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인들의 ‘언약’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깜짝 놀란다. 미국 대도시의 남녀에게는 데이트 규칙이 있다. 말을 꺼내 확실하게 합의하기 전까지는 데이트 상대 외에 다른 사람과도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애인과 교제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언약’을 하기 전까지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개인 광고를 계속 내보내는 것을 매우 놀라워한다. “정식으로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당신만이 유일한 상대라고 생각지 마세요.”라고 데이트 사이트인 매치닷컴의 칼럼니스트는 경고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는 “의견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음을 우호적인 방법으로 알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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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서른에 접어든 처녀이자 월스트릿 저널 특파원으로 남미에 파견된 파멜라 드러커멘! 하지만 일보다는 업무와 상관없이 되풀이되는 유부남들의 유혹에 어처구니가 없다. “이 나라 남자들은 자기 부인에 대한 책임감이라든가 의무감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불쾌한 한편으로 또한 본능적인 기자의 직업의식이 발동한 저자는 불륜 상대가 아니라 취재원으로서 그중 한 중년 남성을 만나 보기로 한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저녁에 초대받은 저자는 캐주얼하게 관계를 맺는 사이가 되자는 제안에 무척 기분이 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만 상대는 오히려 의아스러워하며 둘의 문제에 자기 부인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어리둥절해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큰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것’이라고 오히려 설교한다.
조상의 건국이념대로 남녀 관계에는 청교도적인 정숙함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필자에게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 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저주받은 미국인의 죄의식’ 때문에 그 남자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한 후 그녀는 문화적 충격 속에 곰곰히 의미를 되새겨본다. 혹시 지금까지 청교도적 사상에 젖은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큰 즐거움'을 누리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배우자에게 충실한 것은 원칙상 맞지만,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건 바보들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관념적으로만 생각해왔던 불륜의 의미가 나라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데 흥미를 느낀 저자는 아예 신문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불륜이라는 토픽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진화 생물학적 시각에서 인간의 불륜에 관해 과학적 해석을 시도한 책들은 많이 보아왔다. 바로 생존본능이나 종족 번식을 위해 몸부림치는 정자와 난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서로의 시선이 휘감겨 은근히 유혹하고 배우자 외 다른 이성과의 향연에 소설처럼 빠져드는 불륜 이야기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서술했다. 살아있어 감정이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무미건조한 종족 번식의 메마름보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풍요함이 넘친다. (물론 그들 모두 절대 불륜을 괜찮은 일이라고 찬양하지는 않는다.) 어떤 나라 사람은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충격에 평생을 마치 작은 가시가 등 뒤를 계속 찔러대는 것 같이 괴로워하며 산다.(본문 35쪽) 반면 다른 나라 사람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면서도 “별로 캐묻고 싶지는 않아요. 관계가 끝났다는 것만 알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본문 150쪽)라고 말한다. 국가별로 외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외도를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드러난다.(본문 14쪽) 미국에서는 속어로 “옆구리에 한 명을 차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다. 아일랜드인들은 “오프사이드” 라는 스포츠 용어를 사용하고, 영국인들은 “장외 경기”라고 한다.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다. “aller voir ailleurs”라는 표현이 즐겨 사용되는데 말 그대로 “다른 곳도 둘러본다”는 뜻이다. 외도의 심각한 면을 부인하고, 애써 덮어두려는 표현들도 있다. 외도가 결혼생활을 위협할 정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는 외도를 “훌륭한 휴식”이라고 부르는데, 이 표현에 크게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섹스 프렌드”라고 하는데, 마치 노래 부르는 만화 캐릭터 같이 들린다. 자!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저편에서는 또 다른 불륜이 계속된다. 러시아인들은 휴가철 리조트에서의 불장난이 신성한 결혼의 서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돈을 내고 즐기는 것은 외도가 아니다’라는 믿음 하에 온갖 종류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섹스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외도를 저지른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미국의 도덕적 잣대로는 외도는 어떤 경우에도 혐오스러운 것이다. 플로리다 남부의 은퇴한 노인들에서부터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일부다처 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브루클린의 하시딕 유대인에서부터 ‘첩 마을’ 에 정부를 숨겨두고 있는 홍콩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드러커멘이 얻은 결론이 한 가지 있다. 미국인들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외도에 익숙하지 못했고, 외도를 하면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으며, 그 여파로 인한 후유증은 어느 곳보다도 길었다. 러스트 인 트랜스레이션(원제)은 전 세계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깊이 파고들었다. 과학적인 통계 수치로 뒷받침된, 불륜이라는 흥미로운 세계를 때로는 충격의 눈으로, 때로는 히스테릭한 감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지만 불륜이 이렇게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주제일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