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우리는 우리의 작은 보트를 이끌고 어느 조용하고 후미진 곳으로 간다. 천막을 치고, 간소한 저녁을 차린다. 커다란 파이프에 담배를 채우고 불을 붙이고, 도란도란 유쾌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가 잠시 멎는 순간이 오면, 보트를 흔들며 놀던 강물이 이상한 옛날이야기와 비밀들을 재잘거리고, 몇천 년 전부터 불렸던(목소리가 쉬고 노래에 감흥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몇천 년 동안 부를) 노래를 낮게 웅얼거린다. 강의 변화무쌍한 얼굴을 사랑하라고 배운 우리는, 강의 보드라운 품속에 아늑히 잠기곤 하는 우리는, 비록 우리 귓가에 들리는 내용을 여러분에게 단순히 말로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노래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 p.23 중에서 인간이여, 잡동사니를 버려라! 당신의 보트 인생을 가볍게 하라. 필요한 것만으로 채우라. 소박한 집과 꾸밈없는 오락거리, 이름값을 하는 친구 한두 명,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고양이 한 마리, 개 한 마리, 그리고 파이프 한두 개, 간ㅅ소한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 그리고 조금 풍족한 마실 거리, 갈증은 위험한 증상이니까. --- 본문 중에서 |
|
웃고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가 드문,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는 책
나온 지 100년도 넘은 책이 고리타분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버리는 게 좋겠다. 서양식 유머가 웃겨봤자 얼마나 썰렁할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저자의 시니컬한 통찰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확히 당신의 유머 코드와 일치한다. 출간 후 입소문을 타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에 벌써 20만 부가 팔렸으며, 해적판만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로, 템스 강이 유명해진 것도 다 이 책 덕분이며, 심지어 BBC에서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으스대기 좋아하고, 과장과 허풍과 식탐이 심하며, 도대체 인간이 저 정도로 게으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게으른 세 남자. 마크 트웨인도 울고 갈 제롬의 유머에 반해 이 책을 스무 번 이상 읽었다는 사람, 이때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말하는 사람, 웃다가 질식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사람 등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는 끝이 없다. 사실 우리 주변에도 제롬과 그의 두 친구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아니 더욱 솔직히 말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세 사람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을 읽게 되는 순간 이러한 익숙함은 웃음의 원천이 된다. 미국의 소설가 코니 윌리스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영향을 받아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는 SF소설을 썼는데 그 제목은 『보트 위의 세 남자』의 원제 ‘Three Men in a Boat-To Say Nothing of the Dog’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정취를 느끼며 아름다운 서정에 젖어들고 싶다면 ... 친구들과 함께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그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사실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채색하고 묘사한다. 제롬의 눈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선술집에 미친 영국의 처녀 여왕이었고, 헨리 8세와 앤 불린은 사랑에 빠져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철없는 연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사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롬과 그의 친구들 같은 별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890년대 영국의 생활상을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웃는 사이사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강변 마을의 풍경, 오래되고 정취 있는 선술집, 자그마한 들꽃들, 물살이 흐르는 강의 풍경과 대면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