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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대통령이 되기까지 사르코지와 함께 한 일 년
프랑스 최고의 희곡 작가인 야스미나 레자는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자주 공연되는 현대 희곡작가 서너 명 중에 든다. 그녀의 작품 "예술"은 국내에서도 "아트"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는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만 회 가까이 공연되었으며 2001년 기준으로 35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책은 작가의 일기도, 정치 시론도 아니고, 기자의 취재기사나 희곡작품은 아니지만 또한 이 모든 것의 성격을 다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것의 혼합물이다. 새로운 장난감에 매혹된 어린아이처럼 권력을 뒤쫓는 대통령 후보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들이 그 모든 형식 속에서 자세히 펼쳐진다. 『새벽 저녁 혹은 밤』은 작년 가을 프랑스에서 10만 부라는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러한 발행부수는 프랑스 문학 출판 분야에서는 대사건이었다. 2. ‘오프 더 레코드’를 통해 전달되는 사르코지의 생생한 면모 이 책의 관심은 사르코지와 함께 한 그녀의 ‘협약’ 속에 드러나 있다. 사르코지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한 말을 레자가 인용하도록 허락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사실 ‘오프 더 레코드’의 범주에 속하는 말들이었다. 다시 말해 그 말들은 대개 언론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시라크 전 대통령의 마지막 담화문 발표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사르코지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이 그렇다. “상투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어요. 탁월함도 없고 말입니다.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제가 여러분에게 봉사한 지도 어느덧 십이 년입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 합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시라크에 대한 그의 경탄을 간파한다. “나는 늙은 사자에게 여전히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벽 저녁 혹은 밤』은 사르코지의 수많은 조언자들의 말도 인용하고 있지만 특히 사르코지의 연설문 작성을 도운 앙리 귀에노와의 말싸움이 사실적이다. 우리는 연설문을 완벽하게 작성하느라 두 남자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의 수장이 자신의 실질적인 조언자를 존중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사르코지는 때때로 비꼬는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귀에노는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요. 사람들은 내가 귀에노를 밀어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나는 귀에노가 필요해요. 나는 매끈하지 않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나는 약간 특이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나를 안심시켜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르코지의 정치적 직감력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우리에게 일체감이 없다면, 우리는 세골렌 뒤로 밀려날 것입니다. 내 친구들은 최고입니다. 우리는 최고예요. 만약 내가 30% 득표를 달성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르 팽 지지자들을 끌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르 팽 지지자들이 우리를 떠나면 우리는 침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통해 특별히 알 수 있는 것은 승리를 향한 그 행진이 곧 행복의 쟁취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면 당선이 확실시된 사르코지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파리에 있는 궁전에, 랑부이예 성에, 브레강송의 요새에 다시 가 있게 겁니다. 그런 것이 인생이지요.” 엘리제 궁의 새 집무실에서 그는 ‘조금 슬퍼’ 보인다. (대통령이 된 후, 엘리제 궁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저자와 사르코지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만족하시나요?”라는 저자의 질문에 사르코지는 “마음속 깊이 만족한다” 하지만 “기쁘지는 않다”고 대답한다.) 한편, 작가의 눈에 비친 사르코지는 대선기간 중 ‘호적수’였던 사회당 대선후보 세골렌 루아얄에 대해 ‘멍청한 여자’라고 말하며 흥분하는가 하면 롤렉스 시계를 자랑할 정도로 유치하고, 록가수 조니 홀리데이에 감동해 그와 친구를 맺을 정도로 감상적이다. 이밖에도 책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생활,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등 사르코지의 다양한 면모가 담겨 있다. 3. 카메라 없이 찍은 니콜라 사르코지에 관한 한 편의 영화 『새벽 저녁 혹은 밤』은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본 사르코지에 대한 주관적 초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야스미나 레자만의 방식으로 카메라 없이 찍은 니콜라 사르코지에 관한 한 편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사무실과 비행기 안의 다양한 장면들이 펼쳐져 있다. 야스미나 레자는 사르코지의 진실에 매우 가까이 접근한다. 선거운동 초반 연설문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에 대해 사르코지가 화를 내는 장면, 내무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첫 번째 선거 유세지로 출발하는 장면, 리옹 역에서 지지자들이 “사르코 대통령”을 연호하며 달려들지만 기차 안에 올라타 냉담한 태도를 취하는 장면 등 매우 생생하고 사실적인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조금은 도발적인 대화들도 등장한다. “사랑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죠.” 야스미나가 응수한다. “나는 그 말을 못 믿겠어요. 만약 사회적 삶을 빼앗긴다면 당신은 힘을 잃고 시들해질 텐데요.” “가족을 잃는다면 더욱 그렇겠죠.” “만약 당신이 세실리아와 아이들하고만 같이 모뵈주에 있어야 한다면 당신은 강물에 몸을 던져버릴 걸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모뵈주의 왕이 될 겁니다.” 계산된 발언들도 있다. 니콜라: (베르시에서 연설할 때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쥘 페리와 68세대 사이에서 그들은 68세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요, 그것은 극단적인 기만이지요…… 야스미나: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니콜라: (웃으면서) 그래요, 기만은 끔찍한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거기로 가야 합니다! 야스미나 레자는 공기처럼 가볍게 권한을 행사하며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있었던 내밀한 사건과 발언들을 책 속에 재현한다. 사르코지를 한쪽에 제쳐두고 그와 껄끄러운 사이인 국방부 장관 미셸 알리오 마리와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선거운동에서 전략의 문제에 주로 관심을 갖는 정치부 기자들과 달리, 그녀는 권력을 쟁취하려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작년 초가을 이 책이 프랑스에서 발매되었을 때, 엘리제 궁에서는 사르코지의 측근들이 저자가 너무나 자유롭게 쓴 이 책의 내용이 불러올 결과를 염려했다고 한다. 4. 사르코지, 상투성을 넘어서는 사람 정치를 위한 정치는 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대중운동연합에서 그가 어떻게 하여 대선 후보가 되었는지, 그의 라이벌인 세골렌 루아얄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 책에 별로 나와 있지 않다. 잠깐씩만 언급될 뿐이다. 그의 두 번째 아내 세실리아는? 역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 이 책 속에는 대체 어떤 내용이 씌어 있단 말인가? 관심은 오로지 언제나 분주하고, 조깅을 하고, 자꾸만 달아나려는 시간을 자신의 삶에 일치시키려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한 키 작은 남자에 쏠려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바에 따르면 밀란 쿤데라는 사르코지가 “상투성을 넘어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다. 야스미나 레자는 값진 주제를 선택했고, 그 주제를 성공적으로 써냈다. 레자는 사르코지가 회의석상에서 쉴새없이 다리를 떨고 주전부리를 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비밀 회의에서 자신의 전략을 정의하는 것을 들었다. 프랑스의 공장들을 함께 둘러보고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토니 블레어와 만날 때 동석했다. 그녀는 또한 그의 승리가 확정된 대통령 선거 2차 투표날 저녁의 장면을 생생히 묘사한다. 사르코지와 함께 한 일 년 동안 그녀는 사르코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친밀함으로 이행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인물을 포착해냈고, 매우 가까이에서 밀도 있게 글로 써냈다. 그녀는 사르코지의 성찰들 그리고 비위에 거슬리면서도 매력적인 그의 천진난만함, 8살짜리 아이 같은 철없는 언행들을 묘사한다. 그녀는 ‘시골뜨기’ 같은 그의 기호를, 초콜릿과 과일 젤리를 끊임없이 우물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 ‘혼혈인’을, 헝가리인과 그리스인의 피가 섞인 이 프랑스인을 마치 소설가가 자기 작품의 등장인물을 아끼듯 좋아한다. (야스미나 레자 자신은 이란과 러시아 혈통을 이어받은 유대인 아버지와 프랑스로 이주한 헝가리인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잔인한 면이 있는 이 책은 암호랑이가 그려낸 한 야수의 초상이며, 여전사가 그려낸 한 남자 전사의 초상이기도 하다. 『새벽 저녁 혹은 밤』 속에는 수많은 대화들이 등장하며 야스미나 레자는 그 대화들을 탁월하게 연출해냈다. 이를테면 사르코지와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마르크 레비 사이의 대화 혹은 사르코지에게 마드리드에 가면 미술관을 방문하라고 조언한 G. M. 브나무와의 대화가 그 예이다. 5. 권력과 관련을 맺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그의 힘과 연약함에 대한 질문 야스미나 레자가 그려낸 사르코지의 인간적 초상이 한 권의 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밀한 의미의 정치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권력과 관련을 맺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그의 힘과 연약함에 대한 질문이다. 저자는 어조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 책은 마치 연극의 장면처럼 구성되었다. 독자들이 이 새로운 장르의 정치서에서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주인공들의, 스타들의 삶의 장면들을 엿보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사랑, 배신, 돈 문제 등등 숨겨진 모습들을 보고 싶어 한다.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TV 연속극 같은 형태의 ‘성공 스토리’, 부유하고, 아름답고, 힘 있는 사람들의 세계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판을 마치 공연을 보듯이 보고, 정치인들을 배우들처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게임을 한다. 그들은 훌륭한 배우들이 되었다. 그들은 겉모습을 변화시키고 자녀들과 함께 자기들의 모습을 전시하며 대중은 그들의 사랑, 연약함, 그들의 추락을 지켜본다. 하지만 결국 대중의 관심은 다음의 질문으로 요약된다. “누가 우리를 통치하게 될까?” 레자와 사르코지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책 속에서 사르코지가 “젊은 시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데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레자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가장 가까운 말이다”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 속에서 누군가가 왜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행동하지 않느냐고 그에게 질문하자,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면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라고 대답하는데, 그 대답은 그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새벽 저녁 혹은 밤』은 “세계에서 가장 자주 작품이 공연되는 프랑스 작가”가 공들여 빚어낸 거울(사르코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이 책은 때로는 잔인하고 사르코지의 거만함과 짓궂음, 과도한 야망을 보여준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