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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장 이상한 거인 제2장 영화적인 연대기 제3장 그 남자의 이상한 여자(들) 제4장 거인의 목소리 김기영 감독이 직접 뽑은 나의 영화 베스트 11 필모그래피 1955-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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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컬트영화 감독, 김기영
김기영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독창적인 감독, 따라서 가장 많은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으로 일컬어진다. 1922년(기록에 따라서는 1919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시절 연극을 공부했고, 전후 USIS(주한 미공보국)에서 근무하면서 영상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1955년 <주검의 상자>로 영화계에 데뷔한 김기영은 1998년 그의 인생만큼 극적인 죽음(누전으로 인한 화재)을 맞기까지 33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유사한 시기에 활동한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과작인 편이지만 그의 영화는 언제나 당대 영화계에 크나큰 미학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의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그의 영화는 일체의 감상을 배제한 채 특유의 생리학 혹은 정신과학적 시각을 담고 있는데, 그것은 그를 한국의 다른 어떤 감독과도 비교할 수 없게 만든다. 한 비평가는 이러한 그의 영화세계를 “검은 마성”의 미학이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한국영화사의 걸작 혹은 적어도 준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영화지만, 특히 가정부(하녀)가 한 중산층 가정을 통째로 파국으로 몰아가는 그의 대표작 <하녀>(1960)는 한국영화사의 걸작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며 김기영 감독 본인에 의해 두 번에 걸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한국영화의 환경 변화 속에서 그의 입지는 점차로 좁혀졌고, 어느 틈에 세월 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던 그를 일깨운 것은 1990년대 초의 영화 붐과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영화 세대였다. 이들은 그를 최초의 한국 컬트영화 감독으로 추앙했고, 칩거 속에 있던 노거장을 단상 위로 다시 불러냈다. 아마도 그의 노년 최고의 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를 위한 회고전을 개최했던 1997년이었을 것이다. 이 회고전은 김기영이라는 감독의 존재를 국내외적으로 알렸고, 이는 그가 새로운 영화를 준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러나 이 말년의 빛은 그를 오래 비추지 않았다. 1998년 누전으로 인한 화재는 노부부의 삶뿐 아니라 우리에게서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맛볼 수 있는 행운까지 앗아갔다. 전설의 낙인, 김기영 감독의 영화세계를 어루만지다 김기영의 전설과도 같은 인생, 그리고 그만큼 전설적인 영화들은 한국의 영화연구자들에게는 경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척박한 한국영화사 연구의 풍토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감독에 속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화 팬들은 김기영을 모르고, 김기영을 아는 비교적 소수의 영화 팬들조차도 여전히 그를 기괴한 괴짜 감독 정도로 인식한다. 아직 연구의 성과가 영화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김기영의 영화들이 난해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영화기자로 있으면서 김기영 감독과 교분을 나누어온 필자는 『전설의 낙인―영화감독 김기영』을 통해 난해한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을 소환하여 탁월한 통찰력으로 그의 영화세계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1장은 필자의 김기영 감독의 개인적인 인연을 다룬다. 자칫 신변잡기로 흐를 수도 있었을 내용이지만, 필자의 날카로운 지성은 인간 김기영에 대한 탐구라는 큰 줄기를 놓치지 않으며,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손에 잡힐 듯 이 거인을 그려내고 있다. 2장과 3장은 본론이라 할 수 있다. 2장은 그의 영화들의 시대별 특징을 짚어내는 동시에 영화들에서 반복되는 주제들을 범주화하여 제시한다. 동시성, 동어반복, 전근대와 근대의 공존, 여성의 시각 등이 이를 위한 키워드다. 그에 더해 그가 가지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3장은 일종의 2장에 대한 심화학습 단계인데, 김기영 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문제로 범위를 좁힌다. 이 장은 2006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있었던 김기영 회고전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라 다소간 학구적이기는 하지만, 필자의 사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1, 2장과 좋은 보완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4, 5장은 보너스다. 1996년에 이루어진 필자와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로 구성된 4장은 그의 목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며, 감독 본인이 뽑은 자신의 작품 베스트 11은 그가 어떤 가치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지표가 된다. 김기영 10주기, 새로운 붐을 기원하며 올해는 김기영의 10주기가 되는 해다. 그래서인지 국내외적으로 김기영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3월에는 미국 링컨센터에서 김기영 감독의 회고전을 성황리에 마쳤고, 미국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하녀>를 복원하겠다고 나섰으며(복원된 <하녀>는 깐느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6월에 김기영 감독의 전 작품을 상영하는 행사를 계획 중이고, DVD 박스 세트도 출시된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의 난해한 영화를 여행할 때 지참해야 할 든든한 안내서 하나를 챙겼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