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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이래 지금처럼 전세계 문화의 눈이 하나에 쏠린 적이 있었을까? 문학, 영화, TV,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음악 등 고급에서 대중까지 현재 문화전반은 판타지라는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이전에도 판타지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근래 들어 보이는 판타지로의 관심은 '해리 포터'라는 소설이 기폭제로 작용해 형성된 것이다. '해리 포터'는 영국에서 경이적인 인기를 축으로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순식간에 많은 나라에 출판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대히트를 기록하여 지면의 판타지 열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해리포터'가 일으킨 판타지 폭풍 속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므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진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에 근래의 판타지는 '해리 포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누구라도 봤음직한 '마녀의 특급배달'이 바로 그것이다. 1985년 작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8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는 마녀, 마법사, 마법의 빗자루, 마법수업 등 '해리 포터' 같은 아동용 판타지가 갖는 일반적 요소가 모두 나타난다. 판타지의 계보로 보자면 '마녀의 특급배달'은 '해리 포터'의 위에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작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판타지 유행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판타지 노선에서 접근해야 된다. 이런 입장에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식 동양 판타지의 결정판'이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타지는 대부분 금발의 서양인들이 등장하고 서양을 배경으로 삼은 서양의 판타지였지만, 이 작품은 그만의 스타일이라는 탁월한 공식 하에 동양인(정확히는 일본인)이 나오고 동양의 정서와 문화가 스며있는 독특한 동양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인해 세계에 동양에도 판타지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작가 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