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41 미팅_009/ 음성 고백_019/ 배신_037/ 첫 키스_055/ 8282_073/ 1004_089/
486_099/ 17 3707 1_109/ 과거_137/ 고백_147/ 꿈의 현실_157/ 천생 여자_173/ 2000년_193/ 보관해 둔 감정_209 |
마영신의 다른 상품
|
처음이라서 더 아팠던 시간들의 생생한 기억
첫 눈길, 첫 미소, 첫 키스, 첫사랑… 천둥이고 번개다. 우리들의 망해버린 연애사… 첫사랑! “주근깨 좀 빼라”는 데에서 유래한 별명 깨빼 박지수와, 콧물로 풍선을 만드는 매직코 권별은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다. 1998년, 이태원이 가까운 한남동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이제 막 2학년이 되었다. 깨빼는 이혼한 후 술만 마시는 아버지와 집에 여자 친구를 들이는 동네 건달인 듯 보이는 형과 살고 있다. 2학년 교실에 1학년 때 담임이 찾아와 “1학년 2학기 등록금을 안 낸 녀석이 2학년 1학기 등록금을 냈다”며 매질을 가한다. 가정도 학교도 깨빼에게는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창 사춘기가 진행 중인 두 친구는 청춘을 구가하느라 분주하다. 여자를 만나려고 미팅도 하고, 교회에 가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깨빼와 별이는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서로에게 비밀에 부쳐야 할 사정이다. 깨빼는 여자 친구인 지원이 친구들에게 자신을 공개하는 것을 자꾸 미루기 때문이고, 별이는 교회에서 만난 우리가 원래 깨빼가 먼저 관심을 보였던 여자였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듯 모든 연애의 달콤함은 그를 시기하는 시간의 힘에 굴복하여 깨빼 지수도 매직코 별이도 비슷한 시기에 여자 친구와 이별을 맞는다. 만화의 공간 배경이 되는 이태원은 극대화된 욕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런 공간 속에서 사춘기를 맞은 깨빼와 별이 속에서 자라난 은밀한 욕망이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마영신은 한국 만화에서 가장 날것의 느낌대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 이는 만화 평론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만화창작전공) 박인하 교수가 「한겨레 hook」에 연재하는 『벨트 위 벨트 아래』에 대해 쓴 평론에서 인용한 글이다. 마영신 작가의 그림체는 화려하거나 디테일에 목매지 않는다. 그 컷에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표정과 액션과 대사를 전하는 데에 집중한다. 툭툭 끼어드는 실없는 농담이나 실소를 머금게 하는 작중 인물들의 유머나 동선이 그 집중을 흔들어 괜한 긴장과 무거움을 덜어준다. 마영신 만화의 매력은 그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극적 반전을 만들어 내기 작위적인 복선 따위에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이만한 반전이면 좀 더 극적인 장치로 쓸 만한 소재인데도 그냥 툭 내려놓는다. 독자가 놓쳐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구성이다. 한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던 독자는 다시 앞으로 가서 말풍선이나 등장인물의 표정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천만 년 전에 가라앉은 기억, 첫 감정! 그렇게, 기껏 고등학교 2학년들의 어설프고 서투르고 웃픈(?) 연애사가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이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나의 못나고 부끄럽고 치졸하고 무지했던 첫사랑, 첫 연애, 첫 연인에 대한 기억을, 천만 년 전에 가라앉은 기억을 흔들어 깨우면서…. “너 감정이 아깝다는 생각 해봤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맨 처음 여친이랑 헤어졌을 때 정말 괴롭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그때 기억도 별로 안 나고…. 근데 있잖아. 그때 내 감정의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걸 어느 날 문득 느꼈다? 왠지 슬프더라. 그 감정이 없어지는 게 아까운 느낌? 그런 거 보관하는 마음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198~199쪽) 2년 후 깨빼가 현재의 여자 친구와 나누는 대화이다. 하지만 고작 2년이 흘렀을 뿐이어서 깨빼는 그 감정의 기억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룡인지 정체를 모르고 있다. 20년 후, 40년 후 깨빼는 더욱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새록새록 새로워지는 왠지 알 수 없는 슬픔과 비 오는 늦은 저녁의 허탈감을…. 답답하고 무력하고 폭발할 것만 같은 열일곱 살의 현실 속에서 어렵게 싹을 틔운 그 첫 감정, 첫 연애, 첫사랑이 당신의 인생을 대표하는 그 모든 것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