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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세대를 잇는 시적 징후
1. 이성복과 죽음의 미학 2. 기형도와 그늘진 혀 3. 몰록의 아이들과 잔혹의 시학 4. 현대시와 포르노그래피 신드롬 5. 에로스인가 카사노바인가 2부 에로틱 아우라 1. 광인의 더블베드 -성귀수의 시를 통해 본 판타지의 방향 2. 재림의 성(性) -박상순의 시를 통해 본 판타지의 방향 3. 지질학적 육체와 에로틱 아우라 -채호기의 시를 통해 본 판타지의 방향 4. 떠도는 동공 -장경기의 시를 통해 본 판타지의 방향 5. 죽음과 영적 오나니즘 -남진우의 시를 통해 본 도착성의 미학 6. 퀴어의 감수성 -황병승의 시를 통해 본 엽기성의 미학 3부 여성시의 가면 1. 여자인가 죄인인가 광인인가 -여성주의 비평을 말하다 2. 용과 스핑크스, 그 언어의 신화 -김인희의 시세계를 중심으로 3. 반미학으로서의 엽기성 -김언희의 시세계를 중심으로 4. 거즈로 만들어진 가면 -김종미ㆍ안현미ㆍ이근화ㆍ김지혜의 시를 중심으로 |
허혜정의 다른 상품
1995년 등단 이후 10여 년 동안 열정적으로 비평활동을 해온 허혜정 시인의 첫 번째 시비평집. 그간 문단에서 지속적으로 왕성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성과’보다는 ‘활동’에 치중해 온 탓에 이제야 개인 비평집을 펴내게 되었다. 이 비평집은 저자가 비평을 시작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천착해 온 핵심 주제에 따라 선별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그 주제에 따른 10년 이상의 궤적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핵심 주제란, 제목이 암시하듯 ‘죽음’과 ‘에로티즘’으로서 이 두 가지 주제는 저자가 현대시인들의 실험적인 시세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코드이다.
“나는 시라는 것이, 오시리스의 전설처럼 인류의 놀라운 상상력을 생산해온 거대한 근원에서 비롯된 활동의 일부라고 믿어왔다. 선사시대부터 예술적 표현을 가능케 한 알 수 없는 근원의 일부로서 존재한다고 말이다. 늘 나는 시 읽기를 통해 현대의 이성주의자들의 관심 밖에 있는 종교나 신비, 철학적 가치들을 가급적 조명하고 싶었다. 또한 내가 벗어나고 싶어했던 시대적, 문화적, 성적 상처들을 함께 반영하고 싶었다.” --- 서문 중에서 사회적 관계를 전복하고 사유의 형식을 공격하는 포르노그래피의 전략을 우리는, 하드코어적인 감각을 통해 현대인의 딱딱하고 차가운 심장의 공포를 노래하는 현대시 속에서 익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감각의 악귀’와도 같은 잔혹한 육체 숭배는 현대시의 곳곳에서 출몰한다. 공적인 자아, 정체성을 무시하는 포르노그래피가 근대의 미학에 승리한 현대의 미학을 대변하듯, 인격적 전체성을 호명하는 사랑이 아닌 부분과 파편, 대체를 요구하는 페티시즘은 오늘날의 젊은 시인들의 감수성을 요약한다. --- p.86 사탄의 관음증은 욕망의 무대를 구성한다. 그의 눈은 시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며, 모든 자막, 스크린, 그림, 포르노그래피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이다. 예술적 관음증은 성적 긴장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 시대의 포르노는 가장 말썽 많은 관음증의 극장이다. 생각하지 않는 머리, 기괴하게 확대된 페니스와 클리토리스는 지옥 같은 정념의 알레고리를 구성한다. 거기에는 오직 몇 마리의 정자와 난자가 있을 뿐이다. 포르노가 보여주는 쾌락/고통이라는 육체의 법은, 검열자(신)의 시선을 뭉개버리면서, 신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보라고 가르친다. 포르노는 육체의 지성소에 난입하며 이성의 신상들을 부순다. 데카당스라니! 그것은 눈과 머리의 질병이지 문화의 질병이 아니다. --- p.160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문제는 ‘여성주의 비평은 여성에게’라는 식의 비평적 역할의 섹시즘이다. ‘파워풀한’ 비평은 주로 남성의 몫이고, 꼼꼼한 가내수공업 같은 작품론은 주로 여성 비평가의 몫이 되는 식의 분위기 속에 여성주의 비평이 얼마나 ‘지역화’되어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간혹 배려되는 여성시를 묶어 논의하는 특집에서 잘 나타난다. 여성이 문학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아직도 그렇게 특별한 ‘손님’이란 말인가? 더 나아가 소설 내지는 메타비평은 남성적 영역이고, 시나 작품론 진영은 여성 비평가들이 강세다. 이름하여 메타비평적 코멘트(정치적인 분위기를 건드리는)와 같이 바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주로 남성 비평가의 영역이다. 마치 바깥일은 남성이 알아서 하고 (작품) 안의 일은 여성이 하라는 듯 말이다. --- p.260 |
죽음과 에로티즘이라는 시선
이 책에서 표방한 저자의 ‘시 읽기’ 방식은 ‘죽음’과 ‘에로티즘’이다. 이것은 1995년 비평 등단 이래 줄기차게 천착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글들은 그러한 프리즘으로 90년대와 2000년대 활동 시인들의 시세계를 분석 진단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에로틱한 관념 밑에 흐르는 거대한 자연”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존재를 불연속적인 것으로 바라본 현대적 현상들에 대한 반역”이라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현대시의 실험정신에 주목하다 저자는 광기와 잔혹과 환상의 방식을 선택한 일군의 시인들에게서 디오니소스적 에너지를 발견하고 있으며, 그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서양의 신화 또는 심령학의 시각을 동원하고 있다. 무의식, 비이성, 탈관습의 언어로써 토해낸 현대시의 상처인식에 대해 저자는 매우 적극적이고도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시에 접근하기 위해 저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꽤 많은 포르노그래피와 스너프 필름을 섭렵하였으며, 오컬티즘 관련의 뉴에이지 서적을 접해왔음을 고백하고 있다. 난해한 현대시 읽기의 실마리 자본주의 문명의 풍경을 전략적으로 비틀고 해체한 시들에 대해 저자는 ‘괴사의 미학’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그들이 보여준 잔혹의 감수성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오늘날 인공적이고 타락한 문명 속에서 개인 존재들이 어떻게 굴절되고 파괴되는지를 확인케 한다는 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현대시 읽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이성복, 기형도를 선두로 하여 박상순, 성귀수, 채호기, 남진우, 황병수, 김인희, 김언희 등의 도전적인 실험을 받아들인 시인들의 시세계를 방문하고 있다. 1부 세대를 잇는 시적 징후 오늘날 젊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친 90년대 시인, 즉 이성복과 기형도 시인의 시세계를 살핌으로써 그 연관성을 점검하고 있다. ‘죽음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인 이성복 시의 자폐적 감수성에 대해, 그리고 심령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기형도 시의 ‘고갈과 우울’의 시학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자본주의 문화에서의 성(性), 즉 포르노그래피(물화된 육체)에 대해 에로티즘과의 비교를 통해 현대시와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있다. 2부 에로틱 아우라 저자가 90년대에 열정적으로 써냈던 글 중에서 성귀수, 박상순, 채호기, 장경기, 남진우, 황병승의 데카당스한 시세계를 분석하고 있다. 남진우의 시를 ‘죽음과 도착’의 구도로 파악하고, 채호기의 시를 ‘육체성과 질병’이라는 시선으로, 박상순의 시를 ‘매장된 아이의 목소리’라는 시선으로 파악하였다. 3부 여성시의 가면 여성으로서 비평을 하는 일의 의미와 비평현장에서의 문제, 그리고 여성비평가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김언희의 독특한 시세계를 잔혹과 엽기라는 코드로 분석하였고, 신화적 상상력을 보여준 김인희의 시, 그리고 ‘착한 여자’의 가면을 벗어던진 김종미ㆍ안현미ㆍ이근화ㆍ김지혜의 최근 시들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