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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1장 법정에서 보낸 하루 2장 추적을 시작하다. 3장 코페르니쿠스의 자취를 찾아서 4장 사순절 프레첼과 주전원 신화 5장 저명인의 필적이 남아 있는 책들 6장 진실의 순간 7장 비티히 커넥션 8장 큰 책이 오래 살아남는다 9장 금지된 게임 10장 우주의 중심 11장 보이지 않는 대학 12장 행성의 영향 13장 변조된 책들 14장 철의 장막, 그 전과 후 15장 조사의 대단원을 향해 에필로그 부록 1 이퀀트에서 소주전원까지 부록 2 《회전에 관하여》의 소재지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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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에서 원래부터 보존하기로 마음먹었던 초판본 두 권은 내가 케임브리지에서 찾아낸 일곱 권 중 가장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한 권은 원래 《회전에 관하여》 제2판을 담당한 인쇄업자와 제휴한 바젤의 서적상이 소유했던 것으로, 1570년에 벌써 영국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누군가가 열심히 독파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옥스퍼드의 학자 에드워드 힌드마시의 필적일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장서들이 옥스퍼드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기증된 것이다. 이 책이 옥스퍼드에서 케임브리지로 간 이야기에는 뼈에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 1794년 서식스 주 트레이퍼드의 교구사제인 스티븐 스트리트라는 사람이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해 표지 안쪽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두었다. “이 책은 아마도 초판본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몇 기니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도적 취급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을 메서스 화이트 하우스에서 샀고 매도증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스트리트의 연로한 아버지는 아들이 가진 책을 원래 임자에게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트리니티 칼리지에 기증했다. 하지만 옥스퍼드의 트리니티 칼리지가 아니라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였다. ---2장 중에서
오늘날 우리는 태양을 중심에 둔 우주론을 서양 문화에 도입해 실질적으로 과학혁명을 일으킨 코페르니쿠스의 대담함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의 중요성은 단순히 현재의 태양계 모델의 원형이 되었다는 데 있는 것만이 아니다.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천체 운동의 여러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모두 통합자들이었다. 그들은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던 연관성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아이작 뉴턴은 천체의 운동과 지상의 운동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땅과 하늘의 운동 모두에 적용되는 일반 법칙을 만들어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역시 전기와 자기력을 연결시켜 빛이 전자기적 방사임을 증명해 보였다. 찰스 다윈은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공통의 조상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구상해냈다. 그리고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물질과 에너지는 별개의 것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엎고 그 둘을 그 유명한 E=mc2이라는 공식으로 연결했다. ---4장 중에서 책들을 찾아내는 중요한 방법 하나는 오래된 도서관이나 큰 도서관에 문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전문 서적상에게 문의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을 잡건 희귀 과학도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스무 곳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곳 모두에 연락을 취했다. 특히 도움이 된 서적상은 남캘리포니아 문화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제이크 제틀린이었다. 제틀린은 내가 개인 소장본을 찾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예를 들면 그가 책을 판 어느 저명한 의사는 이제는 나이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했지만 내게 기어이 그 책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 의사의 저택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는 간호사가 의사를 휠체어에 태워 수영장으로 데리고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서재에 들어갔다. 그 책에는 아무것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재빠르게 책의 크기(제본장인이 책장 가장자리의 우툴두툴한 부분을 최소로 잘라냈기 때문에 그 책은 현존하는 코페르니쿠스 책들 중에서 아주 큰 책에 들었다)를 재고 장정 방식을 기록했다. 책의 소유자는 집 안에서 벌어진 우리의 지적 절도 행위를 눈곱만치도 알아채지 못했다. ---6장 중에서 그렇다면 1543년 400~500부가 인쇄되었고 숫자 조사에서는 276부가 계산되었으니, 나머지 코페르니쿠스의 책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몇백 권의 《회전에 관하여》를 조사하면서 내가 확신한 것은 책의 가장 큰 적은 물이라는 것이다. 상당수가 습기로 얼룩진 흔적을 보였다. 몇천 년간 건축가들은 완벽한 지붕을 만들려고 노력해왔지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 하버드 과학센터를 가보면 그 노력이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내가 예일 도서관 방문위원회를 안내할 때, 우리의 첫 임무는 스털링 도서관의 지붕이 얼마나 참혹하리만큼 물이 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책 숫자 조사에서 습기로 인해 심하게 얼룩이 생긴 책들이 기록될 때마다, 버려진 책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8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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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초판본을 찾아라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 이래 진리로 여겨진 지구중심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우주의 중심에 태양이 있고, 지구를 비롯한 행성은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돈다는 이론이 천체의 움직임을 더 잘 설명한다며 태양중심설을 주장함으로써 과학혁명을 불러온 인물. 1543년에 초판이 나온 코페르니쿠스의《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이러한 이론이 가장 정교하게 서술된 그의 주저이다. 그러나 태양 중심 우주론을 다룬 앞부분 5퍼센트 정도는 “지적으로 즐길 만하게” 씌어졌음에 비해, 나머지 95퍼센트는 행성의 움직임을 고도의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하여 무시무시할 정도로 전문적이었다. 이에 저명한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아서 케스틀러가 《몽유병자들》(1959년)에서 이 책을 놓고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자 “역사상 가장 판매가 신통치 않은” 책이라고 평가한 뒤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은 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괜한 이야기만은 아니었으니, 코페르니쿠스 자신도 책에 모순되는 부분이 많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자신의 대작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책이 될까” 염려했다. 해서, 그의 제자인 레티쿠스는 코페르니쿠스에게 책의 출판을 설득하기 위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출판에 3년 앞서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출판한다. 이 소책자는 대단한 호응을 얻으며 이듬해 재판이 발행된다. 망설이는 코페르니쿠스를 뒤로 하고, 레티쿠스는 당대 최고의 인쇄업자인 뉘른베르크의 페트레이우스에게 원고를 가지고 간다. 이렇게 해서 2절판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의 이 책은 정말 판매도, 독서도 시원치 않았던 것일까? 저자인 깅거리치가 세간의 통념에 의문을 품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에든버러의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 읽은 이 책의 초판본에 이미 당시의 독자(1540년대 일급 천문학교수인 에라스무스 라인홀트의 것임이 뒤에 밝혀진다)가 남긴 것이 분명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메모가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초 출간 당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연구했다면, 이는 천문학사에서 극히 중요한 사건에 대한 연구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것이 분명했다. 이에 저자는 30년에 걸쳐 세계 전역 수십만 킬로미터를 오가며 성인(聖人), 이단자, 불량배, 음악가, 영화배우, 의사, 장서가들이 소유한 책들을 찾아냈다. 도서관과 연구소, 경매장, 개인 소유의 성 안까지 넘나드는 철저한 조사 끝에, 1543년의 초판본과 1566년의 재판본 600권을 조사하여 그 책들을 소유했던 이들과 그들이 책에 남긴 메모와 각종 흔적을 정리해 2002년에 《코페르니쿠스의 《회전에 관하여》의 주석에 관한 조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니까 이 책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은 그 책을 집필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회고록이니, 《천문학사 저널》에 서평을 기고한 데니스 대니얼슨의 표현대로 ‘책에 관한 책에 관한 책’인 셈이다. 16세기 과학계와 출판업계의 살아 있는 이야기 과학과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 특히 16세기엔 책이 인쇄되어 대충 묶이기만 했을 뿐, 제본은 구매자가 직접 제본업자에게 의뢰했다는 점에 흥미를 느낄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한 가지, 일반인이 보기에는 대단치 않아 보이는 것들, 이를테면 책에 남겨진 메모의 필적이 누구의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지는 언쟁과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퍽 재미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소소한 사실들에 대한 발견이 누적되어 근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가능했던 것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