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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자유로운 면 분할, 여백의 미학
저자는 한옥 벽의 특징으로 ‘비대칭’과 ‘자유로운 면 분할’, 그리고 ‘여백의 미와 단순미’를 꼽았다. 한옥의 벽은 좌우 대칭을 이루는 벽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뜻 대칭처럼 보이는 벽면이라도 소품 설치 등을 통해 경직되고 긴장감을 주는 대칭은 피하고자 했다. 경북 문경의 장수황씨長水黃氏 종택 대청 벽면의 경우 오른쪽 벽에는 같은 문 세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지만, 왼쪽 벽에는 기둥을 중심으로 문 두 개를 냈을 뿐이다.(pp.62-63) 벽면의 분할뿐만 아니라 문의 크기와 모양도 다르다. 비대칭은 균형감을 상실하여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나, 한옥의 벽은 자연스런 균형과 비례감이 느껴진다. 이는 다양한 모습의 벽과 문이 만들어내는 공간 구성을 통해 경쟁과 긴장이 아닌, 서로 감싸 안는 조화를 이루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 자유로운 면 분할을 들 수 있다. 흰 회벽을 바탕으로 짙은 색 기둥과 보가 가로세로 그어지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문이 자리를 잡는다. 기둥이 만들어내는 선만으로 크고 작은 면들이 강약의 리듬을 타듯 나뉜다. 이같은 면 분할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갈하고 담백하다. 한옥 벽면에는 소박하지만 변화무쌍한 우리의 삶도 같이 묻어난다. 큰 문과 작은 문이 마치 어미가 새끼를 끼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있는가 하면, 두 개의 문이 부부의 연을 과시하듯 다정하게 자리하는 경우도 있고, 세로로 긴 문과 가로로 누운 문이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마치 한옥에 살고 있는, 자유로우면서도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는 가족들의 면면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한옥의 벽은 여백의 미와 단순미를 자아낸다. 여백餘白은 단순히 비어 있음을 뜻하는 공백空白과는 구분된다. 아무런 꾸밈없는 흰 벽이지만 쓸쓸하지 않고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가장 단순한 흑黑과 백白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색을 더하면 흑이 되고, 모든 색을 빼면 백이 된다. 모든 선을 단순화하면 가로 선과 세로 선만 남는다. 몬드리안P. Mondrian은 삼원색을 사용해, 그리고 가로 선과 세로 선을 결합해 형태를 단순화했다. 한옥 벽의 가로와 세로 선의 결합은 몬드리안과 동일하지만 색은 흑백뿐이다. 서양화가 원색의 유화라면 우리 미술은 흑백의 수묵화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인간이 도전을 통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동양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 즉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산들이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흐르고 그 사이로 계곡이 같은 모양의 물길을 만든다. 이를 따라 한옥도 자연스런 구성을 띤다. 자연과 인간, 한옥은 한데 어우러져 존재한다. 그리고 한옥의 벽면에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표현되어 있다. 사진집 출간과 더불어 차장섭 사진전 「韓屋의 壁」이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2016. 7. 13-19), 서울 창성동 온그라운드 지상소(2016. 8. 3-23), 강릉시여성문화센터 대전시장(2016. 9. 23-29)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