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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송령 자서
1. 고성황(考城隍) - 성황신 시험 2. 동인어(瞳人語) - 눈동자 속의 난쟁이 3. 화벽(畵壁) - 벽화 속의 미인 4. 종리(種梨) - 배나무를 심는 도사 5. 노산 도사(勞山道士) (...) 50. 향옥(香玉) 51. 대남(大男) - 착한 첩과 그 아들 52. 석청허(石淸虛) 53. 증우우(曾友于) 형제 싸움 주 해제, 포송령과 <오재지이> 옮기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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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뒤편에 목향이 한 그루 자라나 서쪽으로 이웃집에 연이어 있었다. 영녕은 틈만 나면 나무 위로 올라가 가지를 꺾어 머리에 꽂으면서 노는 버릇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모양을 보기만 하면 큰소리로 나무라곤 했으나 영녕은 끝내 버릇을 고치지 않았다. 하루는 이웃집 아들이 그 광경을 보고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그녀를 연모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녕이 자리를 피하기는커녕 도리어 그를 향해 웃음을 던졌으므로 이웃집 아들은 그녀가 자신에게 딴맘을 품은 줄로 여기고 더욱 음탕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영녕은 손가락으로 담장 밑을 가리키더니 웃으면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웃집 아들은 그녀가 밀회 장소를 가리킨 줄로만 알고 매우 기뻐했다. 밤중이 되어 그곳으로 갔더니, 영녕이 과연 그 자리에 있었다. 이웃집 아들은 여자를 끌어안고 정사를 벌였다. 순간 갑자기 음경이 송곳에 찔린 듯 뜨끔하더니 심장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이 몰아쳐 와 그는 큰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자세히 쳐다보니 영녕이라고 생각했던 물체는 사람이 아니라 담장 아래 가로 누운 고목이었고, 자기가 음경을 삽입했던 곳은 물방울에 팬 작은 구멍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와 까닭을 물었지만, 그는 신음만 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아내가 달려온 다음에야 비로소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등불을 밝혀 구멍 속을 비춰보았더니, 크기가 작은 게만 한 커다란 전갈이 들어 있었다. 노인은 나무를 빠개고 전갈을 잡아죽인 뒤 아들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밤중이 되었을 때 이웃집 아들은 숨이 끊어졌다.
--- pp 163~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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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주이단은 만취해서 먼저 잠이 들었고, 육 판관은 그때까지도 자작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이단은 정신없이 취한 와중이었지만 문득 가슴과 배 부위에서 희미한 통증을 느꼈다. 깨어나서 주변을 살폈더니, 육 판관이 침대맡에 꼿꼿이 앉아 자기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 가닥가닥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기겁을 하며 물었다.
"나하고 당신은 여태까지 아무 원한도 없었는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시오?" 육판관이 웃음면서 대답했다. "무서워하지 말게. 내가 자네를 위해 똑똑한 심장으로 바꿔주는 중일세." 그는 차분하게 내장을 뱃속에 도로 집어넣고 상처 자리를 다시 잘 여민 다음 마지막으로 발싸개 천을 이용하여 주이단의 허리를 단단히 졸라 묶는 것으로 수술을 매듭지었다. (...) 이때부터 주이단의 글짓기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었고, 또 한번 보았던 글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 얼마 후 주이단은 과시에서 장원을 했고, 그해 가을 열린 향시에서는 경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 "내장을 씻어주신 덕분에 저는 벌써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군요." 육 판관이 어서 말해 보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심장을 바꿀 수가 있다면 얼굴도 교환할 수 있을 듯합니다만, 제 아내는 저의 조강지처인데 몸매는 그러대로 밉지 않은 편이지요. 하지만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단 말입니다. 당신이 수술을 시켜주면 좋겠는데, 어떻겠습니까?" 육 판관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지.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며칠 후 육 판관이 한밤중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황급히 일어난 주이단이 손님을 안으로 맞아들이고 등불을 비췄더니, 그는 옷으로 뭔가를 둘둘 말아 껴안고 있었다. 주이단은 손님에게 품에 안은 물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네가 저번에 부탁했던 것일세. 그동안 적당한 물건을 찾기 어려웠는데 마침 미인의 머리통을 하나 얻게 되었어. 그래 특별히 찾아와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것이라네." 판관이 대답했다. 주이단이 꾸러미를 펼쳤더니, 사람의 몸에서는 아직도 피가 축축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판관은 당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하면서도 닭이나 개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렀다. 주이단은 방문이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격정했지만, 육 판관이 문 앞에 서서 단 한번 밀치자 소리도 없이 저절로 여렸다. 주이단은 판관을 인도하여 침실로 들어갔다. 그의 아내는 모로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육 판관은 주이단더러 사람 머리를 들고 있으라고 한 뒤 신발 속에서 비수처럼 날이 새파랗게 선 칼을 꺼내 부인의 목을 누르고 마치 썩은 물건을 자르듯 가볍게 그어내렸다. 목에 닿았던 칼날이 떨어지자 부인의 목이 베개 옆으로 굴러 떨어졌고, 육 판관은 주이단의 품에서 얼른 미인의 목을 받아 떨어진 자리에 맞췄다. 그리고 꼼꼼하게 방향을 재어 위치를 바로잡은 연후에 있는 힘을 다해 세차게 눌렀다. 이윽고 그는 베개로 부인의 어깨 사이를 받쳐 주고 침대에서 떨어지더니 주이단에게 잘라낸 머리를 조요한 곳에 묻으라고 일러준 뒤 가버렸다. --- pp 140~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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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놀리려다 도리어 자신이 욕보이는 일이 흔히 있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한심한 부류라고 하겠다. 방동 같은 사람은 그러다가 눈이 멀기에 이르렀으니, 귀신이 그에게 내린 벌은 진정 참혹했던 것이다. 그 수레에 탔던 부용성의 공주는 어떤 신이었을까? 혹시 중생을 제도하려는 보살의 현신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난쟁이들이 있는 힘껏 문을 뚫어 방동이 다시 광명을 되찾은 것을 보면, 귀신은 비록 경솔한 자를 미워하지만 사람의 개과천선을 막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동인어- 눈동자 속의 난쟁이)
--- p.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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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막 잠이 들려는 순간 누군가 방안에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황급히 일어나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북쪽 집에 있었던 그 여자였다. 영채신이 당황하면서 무슨 짓이냐고 묻자, 여자가 웃으며 응수햇다.
"달빛이 너무 좋아서 잠을 이루지 못하겠어요. 당신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네요." 그 말에 영채신은 정색을 하면서 꾸짖었다. "남들의 입길에 오르고 싶소? 나 또한 다른 이의 한가한 말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라오. 자칫 한번 실수로 염치와 도리를 모두 잃어버리고 싶은 거요?" "한밤중인데 누가 알겠어요?" 그러나 영채신은 다시 그녀를 꾸짖었다. 여자는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였다. 영채신이 소리를 지르며, "어서 가시오. 그러지 않으면 고함을 질러 남쪽 방의 선비를 깨우겠소." 라고 위협하자, 여자는 겁에 질려 그제야 물러갔다. 하지만 방문 밖으로 나갔다가 금방 되돌아오더니 황금 한 덩어리를 이불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영채신은 금덩이를 주워 정원 층계로 내던지며 말했다. "의롭지 않은 재물로 내 호주머니를 더럽히려 들다니!" 여자는 부끄러워하면서 밖으로 나가더니 황금을 주워 들고 혼잣말을 했다. "이 남자 심장은 쇠나 돌로 만들어졌나 봐." 이튿날 아침, 시험에 참가하려던 난계현 출신의 서생이 하인 한 명을 데리고 와 동쪽의 승방에 묵었다가 한밤중에 갑자가 죽어버렸다. 죽은 사람은 발바닥 한가운데에 송곳으로 찌른 듯한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거기서 피가 가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두들 그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이 지나자 한인도 죽었는데, 증상이 그 주인과 똑같았다. 어둑해질 무렵 연생이 돌아왔기에 영채신이 그 일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귀신에 홀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영채신은 평소 성격이 굳세고 올곧았기 때문에 연생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 pp 169~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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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이한 환상의 세계
<아라비안나이트><그리스 로마 신화>에 견줄 만한 중국의 고전
중국 문학사의 대작,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가 민음사에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에서는 명대에 출간된 사대기서 <삼국지연의><수호전>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에 다시 청대의 <요재지이><유림외사(儒林外史)> <홍루몽(紅樓夢)><금고기관(今古奇觀)>을 합쳐 팔대기서(八大奇書)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 <요재지이>는 약 500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유일한 단편소설집으로, 중국인의 구어인 백화(白話)가 아니라 전통적인 문어체인 고문으로 씌어진 문언단편소설의 최고의 경지에 있는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요재는 저자인 포송령의 서재 이름으로 책의 제목을 풀이하면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온갖 귀신과 여우, 사물의 정령들이 출현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저자인 포송령은 필생의 정력으로 대작을 완성시킨 중국 문학사의 거인으로 칭송된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요재지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화나 TV 드라마, 동화, 회화, 만화, 소설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에서 끊임없이 응용되고 재생되어 왔다. 왕조현과 장국영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1권에 수록, 원작 '섭소천')>을 비롯하여 칸 영화제 고등기술대상을 받은 바 있는 킹 후 감독의 <협녀>(1권에 수록, 같은 제목)도 그 저본은 이 책 안에 있다. 또한 모택동 같은 인물도 틈만 나면 이 책의 원전을 탐독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책은 중국 문학의 보배일 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문학의 위대한 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쓰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도 만년에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현실을 향해 토로한 고독과 울분 포송령은 명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태어나 청나라 초기 병란과 재난이 잇따르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이 시기는 중국의 봉건 사회를 비판하는 새롭고 진보적인 사회문화 사상이 출현하면서 민본주의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던 때였다. 당시의 사대부들처럼 포송령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여 현실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패가 만연하던 당시의 과거 제도 하에서 그는 꿈을 펼칠 수가 없었다. 권세가에 아부하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던 그가 몰두할 대상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요재지이?의 창작이었다. 포송령은 스스로를 ‘소광(疏狂)’하고 ‘광치(狂癡)’하다고 일컬으며,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세속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작품을 써나갔다. 포송령은 ?요재지이?를 ‘고분지서(孤憤之書)’라고 불렀는데 그의 ‘고독과 울분[孤憤]’은 현실로 인해 일어난 것이면서 현실을 향해 발해진 것이었다. 즉 정의가 통하지 않는 당시 사회를 향한 통박이었다. 포송령은 젊은 시절부터 <요재지이>에 몰두하였는데, 강희 18년(1679) 처음으로 책의 면모가 갖추어져 자서를 쓰기도 하였다. 자서에도 썼듯이 그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즉시 붓을 휘둘러 기록해 두곤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이야기들 또한 더욱 풍성하게 쌓여나갔다. 이렇게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보충해 나갔으며, 마침내 엄청난 분량의 대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현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이한 환상의 세계 포송령은 현실이 불만스러웠지만 그것을 바꿔보겠다는 이상을 실현시킬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그는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빌려 자신의 감정과 뜻을 기탁했고, 자신의 의지에 부합되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정신의 만족을 찾았다. 이리하여 현실에 기초하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세계가 창조될 수 있었다. <요재지이>는 분량으로 미루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히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데, 당대의 사회상 및 가정 생활, 남녀간의 애정, 천상의 세계, 자연물들의 신기한 변화, 자연 재해 등등 온갖 사건과 현상들을 망라하고 있다. 궁중에서 귀뚜라미놀이를 즐겨 향리의 서민들이 받는 고통을 그린 <촉직>이라든가 과거 시험장의 폐단이 저승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신랄하게 파헤친 <석방평> 고급 관료의 악덕을 그린 <속황량> 등의 작품에는 부패하고 혼란스런 당대 현실을 향한 작가의 울분이 고스란히 토로되어 있다. 남녀의 진실한 사랑을 묘사하여 봉건 예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안씨> <황영> <교나> <편편> <청봉> 등의 작품에서 작가는 여성을 멸시하던 당대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고귀한 품성과 재능을 지닌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과감한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고 묘사한다. 귀신이나 여우가 사람과 다름없는 성품을 지니고 사람과 어우러지는 등 환상적인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본성을 긍정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한편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일화와 민담들은 그대로 당시의 야사가 되어 명말 청초 격변기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중요한 사료로 취급된다. 지금의 역사가들은 민초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서도 이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서적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상상력의 발현 <요재지이>는 중국 문학사에서 ‘발분하여 지은 글[發憤著書]’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의 전통을 잇고 있다. 포송령은 자서에서 언급하고 있듯 굴원(屈原)과 이하(李賀)처럼 세속에 영합하여 수식을 가하지 않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쓴 글을 높이 평가하였는데, ?요재지이? 역시 그러한 작품의 하나이다. 또한 때때로 중국 사전(史傳) 문학의 전통을 이어 ‘이사씨는 말한다[異史氏曰]’라며 때론 논단하는 말투로, 때론 서정적인 언어로 명확하게 작가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로써 더욱 뚜렷하게 작품에 작가의 감정적 색채가 드러난다. 한편 포송령은 진의 지괴나 당의 전기 소설의 형식적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거기에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더해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냈다.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요재지이?에는 고대의 문학 언어가 창조적으로 운용되어 있으면서도 당시의 방언이나 속어가 대량으로 삽입되어, 우아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언어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풍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환상 속의 인물이면서도 주변에 실재하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나 곳곳에 충만한 시적인 이미지 또한 작품에 예술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요재지이?가 작가의 생존 당시 필사본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었으며, 시대를 초월하여 공전의 인기를 누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원문을 바탕으로 10년에 걸쳐 세심하게 번역한 완역본 <요재지이>는 고문으로 씌어 있어 오랜 세월 학문과 언어를 연마한 사람이 아니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지식인 문학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고급 문체를 제대로 소화하여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기존의 판본들은 중문학자가 번역했다 해도 선집에 그치거나, 완역이라 해도 역자들이 충분한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요재지이>의 면모를 제대로 되살려주기에 불충분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판본은 60년대에 완역된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출간되는 완역본이다.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중문학자 김혜경 선생이 원문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완역하였으며, 약 10년에 걸친 번역과 퇴고 과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손대강 화백의 화보 그림 15점과, 유단택 화백의 본문 그림 100점도 짬짬이 재미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