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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촐마/운명 그리고 사랑/약혼/시작/새로운 부하
8 변경 시장/남쪽의 소식/오래된 원수/집으로 돌아가다 9 기적/투스의 양위/말을 하지 않기로 하다 10 자객/자객의 규칙/먼 곳에서 온 손님/빠른 것과 느린 것 11 미래에 관하여/그들은 늙었다/투스들/매독 12 색깔 지닌 사람들/변소/포성/티끌이 머무는 곳 |
阿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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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마 역시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한번 울고 나서는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벌거벗은 채로 계속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저를 죽이세요!”
나는 그녀 곁을 떠났다. 또 다른 촐마가 부엌 촐마에게 말했다. “이러지 말아요. 도련님은 가뜩이나 신경 쓰실 일이 많은데 왜 이러는 거예요?” 촐마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인지 이내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녀와의 인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바로 이날 현악기 줄처럼 ‘픽’ 끊어졌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 또는 어떤 일과의 인연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다. 좋다, 시녀 촐마! 나는 너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부엌으로 가라. 그리고 세공장이의 마누라로 잘 살아라.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넓은 초원으로 걸어 나갔다. ---‘촐마’ 중에서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게 기댄 채 말했다. “당신은 내가 반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나를 정숙한 여자가 되게 할 수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당신의 여자가 됐으니…… 안고 싶으면 날 안아도 돼요.” 이 말은 내 마음을 미칠 듯 기쁘게도, 또 엄청나게 아프게도 했다. 나는 타나를 부서져라 껴안았다. 나의 운명을 껴안기나 하는 듯 힘이 들어갔다. 바로 이 순간 바보의 눈으로 본 세상이란 것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이렇다. 바라지 않으면 그 상태에서 완전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바라는 것을 손에 넣으면 완전한 전부를 다 얻는 것이 아니다. - ‘운명 그리고 사랑’ 중에서 다음날 아침, 라셔빠 투스의 가축 등에 보리가 실렸다. 나는 세 배의 가격도 요구하지 않았다. 헤어질 때 그가 말했다. “당신은 우리 백성에게 먹을 것을 주셨고 그들이 다시는 얻어맞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게 뭔지 알기 때문에 라셔빠가 탄 말 엉덩이에 채찍을 휘둘렀다. 말은 그를 태우고 뛰어갔다. 나는 그의 뒤에서 외쳤다. “보리가 모자라면 다시 와요. 마이치 가문이 변경에 지은 것은 보루가 아니라 장사하는 시장이니까요.” 그랬다, 지금 이것은 보루가 아니고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냇물 양쪽에 넓은 공터가 있으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장막을 치고 노점을 차릴 수 있는 것이다. --- ‘변경 시장’ 중에서 “당신 얼굴이 바로 날 죽이려던 그 자객의 얼굴이야.” 술집 주인이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슬프고도 민망한 기색이 돌았다. “그 사람은 내 동생이오. 동생이 당신을 죽이겠다고 했는데 안 죽였군요. 내가 그랬지요. 우리 원수는 마이치 투스가라고.” 나는 내 술에 독약을 넣었느냐고 물었고 주인은 안 넣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만약 아버지와 형이 죽어 없어졌다면 나를 죽였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의 동생이 못 돌아오게 되면 나를 죽일 거냐고 물었다. 그는 다시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그때도 안 그럴 거요. 당신의 아버지와 형을 먼저 죽일 겁니다. 만약 내가 죽이기 전에 그들이 다 죽는다면 그때 내가 당신을 죽일 거요.” 그날 나는 우리 가문의 원수에게 원칙대로만 복수한다면 그를 모른 척하겠노라고 약속했다. --- ‘오래된 원수’ 중에서 나는 말을 하지 않기로 갑자기 작정해버렸다. 내 친구 웡버이시는 다시, 그리고 영원히 혀를 잃었다. 그는 나 때문에 혀를 잃은 것이다. 이 하늘 아래에서 아무리 큰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웡버이시가 세 번째로 말을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망나니가 그의 혀를 뿌리째 뽑아냈다. 광장으로 나갔을 때, 하늘의 먹구름은 사라지고 햇빛이 다시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사관은 입에 지혈제를 머금은 채 홀로 호두나무 아래서 움직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땀을 흘리는 그를 나무 그늘 깊은 곳으로 옮겼다. “말을 안 해도 좋아요. 나도 말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을 하지 않기로 하다’ 중에서 술 석 잔이 돌자 그제야 황추민에게 이번에는 뭘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몇 년 전 그는 마이치 가문에 양귀비와 신식 무기를 갖고 왔었다. 우리가 이 땅에 살아온 이래 중국 사람이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왔더라도 갈 때는 뭔가를 가져갔었다. “나는 나 자신을 가져왔지. 도련님에게 몸을 의탁하려는 것이오.” 원래 자기가 살던 곳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노라고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공산당원이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공산당원의 친척쯤 되지요.” “중국 사람은 다 똑같아서 나는 누가 붉은색인지 누가 흰색인지 구별을 못 하겠던 걸요.” “그건 중국 사람들 일이요.” “좋아요. 여기에 당신의 방 한 칸 정도는 남아 있을 겁니다.” --- ‘먼 곳에서 온 손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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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중국 본토까지 열광하게 만든 티베트 대표작가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塵埃落定진애낙정』 완역 소박한 듯 정교하며, 때로 잠꼬대 같은 언어로 세기말의 두려움을 서술하다! “나는 티베트의 바보다.” 티베트 최고 권력인 투스의 바보 아들, 그가 기억하고 읊조리는 티베트의 슬픈 이야기. 단단한 대지 위에 하얀 봄눈이 내리던 아침의 기억. 그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티베트 민족의 신화 혹은 역사 이야기는 다양한 色으로 상징된다. 그들을 뒤흔드는 강렬한 色,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色이 그들을 물들인다. 티베트의 권력자 투스의 아들이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바보임을 자처하는 주인공 ‘나’의 눈으로 그려진 티베트 민족 흥망의 근대사는 아프도록 시리다. 화려함 속에 비루함과 쓸쓸함이, 절정 속에 추락의 그림자가 깔려 있는 이 작품의 비틀린 시선은 중국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티베트 현실이기도 하다. 초연한 듯 태연함 속에 담긴 비극 소박한 듯 정교하고 덤덤한 듯 예리한, 언어의 연금술사 아라이의 손끝으로 그려진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뒤섞임은 신비롭고 절묘한 시선을 만들어낸다. 신비로운 라마교, 이국적인 티베트 족의 풍속?전설?신화 등의 판타지적 요소와 기독교의 이입, 중국의 항일전쟁, 중국의 내전, 한족의 동화 정책 등 역사적인 사건과 같은 리얼리즘적 요소가 뒤섞여 이끌어내는 비극의 전초는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온다. 그 가운데 슬픈 사랑 이야기와 복수 이야기가 삽입되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인간의 비틀린 욕망, 그 욕망이 부른 비극적 결말. 그러나 또 다시 누구도 알지 못할 결말을 위해 시작될 무엇. 초연한 듯 시종 담담한 ‘바보’의 시선에 담긴 그들의 마지막 역사는 절정에서 비극을 맛본다. 작가는 농후한 티베트 문체로 초연함 속에 숨겨둔 비극의 맛을 한껏 살리고 있다. 작품을 써나가는 필치는 격정에 차 있으나 화자의 시선은 더할 수 없이 차분하기만 하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티베트의 이야기가 G.G.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만큼이나 신비롭고, 슬프다. 塵埃落定진애낙정, 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티베트와 중국(한족)의 접경지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티베트 권력제도인 ‘투스제도’를 통해 티베트의 문화와 정서, 삶, 풍속, 전설, 신화 등을 보여준다. ‘투스’는 한족 황제의 책봉을 받은 티베트 영주라고 할 수 있다. 투스는 정해진 토지와 인민을 통치하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러한 투스는 한족의 세력을 입어 강해졌지만 나중에는 한족에 의하여 멸망하고 만다. ‘한족 황제는 아침 태양 아래에 있고, 달라이 라마는 저녁 태양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오의 태양보다 약간 동쪽에 있었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투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해지기를 바랐다. 권력은 더 강함을 욕망하고, 부는 넘치는 과욕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맹목적인 치달음이 티베트로 하여금 정체성을 잃고 역사의 파고에 휩쓸려버리게 한다. 투스는 중국의 항일 전쟁, 내전, 한족의 동화정책 등으로부터 민족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티베트 민족의 역사는 그렇게 부서진다. 이렇듯 티베트의 멸망에 대한 티베트 인들의 반성적 자기 성찰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투스의 권력을 먼지로 상징화해 그것의 몰락을 나타낸다. 그들의 권력은 그렇게 한낱 먼지가 되고 영원하지도 못하며,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흰색, 존재하게 하다 이른 봄에 내리는 하얀 눈, 단단한 대지를 뒤덮는다. 그들은 흰색을 삶 전체에 녹여놓았다. 투스의 관할지, 사람들이 사는 집과 사원, 바위와 점토로 쌓아 놓은 건물만 봐도 우리가 이 순수한 색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문어귀와 창틀에는 투명한 석영이 놓였고 문틀, 창틀도 백색으로 칠해져 있다. 밖의 높은 벽에는 사악한 기운을 내쫓는 금강역사 도안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방안의 벽과 궤짝에는 눈에 잘 띄는 해와 달무늬 등이 흰색 밀가루로 그려져 있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은돈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흰색에 대한 애정이 은돈에 대한 애정의 시작이었다. 부와 물질에 대한 그들의 맹목은 애초에는 그저 그들의 삶이자 정서였다. 또 다른 흰색, 양귀비의 하얀 액체가 그들을 목마르게 하기 시작한다. 붉은색, 지게 하다 흰색에 대한 뼛속 깊은 신뢰와 믿음이 탐욕과 혼란으로 돌아왔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한순간에 물들여버린 붉은색. 그들의 역사를 마지막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두세 달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양귀비꽃이 피었다. 커다란 빨간 꽃은 마이치 투스의 영지를 찬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우리의 땅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식물에 홀렸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군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곧 다시 전투가 일어날 것이니 자신의 하얀 한족과 힘을 합치자고 했다. 빨간 한족이 오면 투스를 없앨 것이고, 나처럼 돈과 총이 있는 부자도 없애버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 2권 ‘침묵하다’ 본문 중에서 하얀 대지를 밟고 서서 삶의 영원을 확신한 그들을 한순간 혼란으로 몰아넣은 붉은색, 그리고 많은 여러 가지 색. 삶에 안주해 많은 것에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익숙하지 않았던 그들을 두드리는 낯선 것들. 새로운 종교, 물질, 문화, 그리고 질병. 그 色들이 그들을 끝없이 어딘가로 몰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