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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활불과 박사친구 마지막 마부 라마승 단바 현자 아구둔바 소년 시편 어떤 사냥 소년은 자란다 스스로 팔려간 소녀 홰나무꽃 두 절름발이 옛 저울추 막다른 길 아오파라 마을 옮긴이의 말 |
阿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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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지 티베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소라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듯, 프랑스와 영국, 일본이 그렇듯, 티베트도 이 세상의 한 곳일 뿐입니다. 그곳에도 풀과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고 꽃이 핍니다. 풀과 나무의 바다에서 누군가는 흥망성쇠를 겪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면서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외부세계에서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그곳 사람들은 심오한 명상만 하거나 현실문제에 초연한 정신적 스승들에게 의지만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단포는 사촌누나가 외삼촌의 아기를 안고 아기의 발그레한 볼에 입 맞추는 것을 보았다. 단포와 눈이 마주치자 사촌누나는 눈길을 돌려버렸다. 사촌누나는 키가 훌쩍 컸고, 어느새 가슴도 봉긋해져 있었다. 사촌누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져 단포는 대회장을 빠져나와 외할아버지와 함께 양을 치러 갔다. 그해 사촌누나는 열세 살을 넘어 열네 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단포는 사촌누나보다 한 살 어린 열두 살이었다. 얼마 후 사촌누나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성숙한 여인이 된 것이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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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阿來)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티베트 출신 소설가이며 지난 7월 9일 열린 한중 작가대회 때 걸출한 중국 소수민족 작가 중의 한명으로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이 20여 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있는 그는 권위 있는 마오둔 문학상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아라이는 최근작 『소년은 자란다』에서 자신이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장족(藏族), 즉 티베트족 출신인 작가는 이 연작소설집에서 척박한 티베트와 그 인근 자치구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편으론 애잔하게, 다른 한편으론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인디언의 맑은 영혼과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듯 이 소설은 티베트인의 맑은 영혼과 삶의 지혜를 맛보게 한다.
티베트 출신 아라이의 감동적인 소설 소설의 무대는 티베트족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촌(機村) 마을이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마을에 마차가 들어와 마부가 된 지 얼마 안된 곰보가 트랙터로 인하여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말들과 함께 산 위의 목장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마지막 마부」, 라마승으로 출가했다가 강제로 환속당해 고향 지촌 마을로 돌아온 주인공이 스승과 함께 양치기를 하며 살다가, 여인의 유혹에 넘어갈 뻔한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라마승의 길로 접어드는 「라마승 단바」, 고사리를 꺾어 돈벌이를 하던 여인이 결국 가출하여 멀리 떠나버린다는 「스스로 팔려간 소녀」, 사냥을 하러 갔다가 다리 부러진 새끼 노루를 치료해주는 세 남자의 이야기인 「어떤 사냥」 등 거의 모든 작품이 티베트인이 모여사는 장족 자치구를 무대로 하고 있다. 장족(藏族)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티베트 불교와 라마승 이야기는 소설의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 「활불과 박사친구」는 라마교의 최고 승려인 활불과, 활불로 낙점받을 뻔한 그의 중학교 동창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과 우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밖에도 늙은 라마승이 강제로 절에서 쫓겨난 후 양치기를 하면서 일으키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여러 작품에 녹아 있다.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가 아라이의 티베트 이야기 한편으로 이 연작소설집은 하나의 성장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 「소년 시편」에서는 십대 시절에 목격한 외삼촌의 사랑과 아울러 주인공의 어릴 적 첫사랑이 그려지고, 「활불과 박사친구」에서는 중학교 동창간의 우정이, 표제작 「소년은 자란다」에서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열두살 사생아의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우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현자 아구둔바」에서는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 젊은 현자(賢者)가 유랑의 길에 나서서 비렁뱅이 생활을 하며 지내다 지혜로써 마을을 구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쇠락해가는 장족 마을을 잔잔하게 그리면서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작품 「아오파라 마을」, 도시에서 야간경비원 생활을 하며 쓸쓸히 지내던 한 티베트 노인이 고향 사투리를 쓰는 젊은이를 만나 홰나무 꽃잎이 든 찐빵을 쪄 먹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홰나무꽃」은 이 연작소설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문학성 짙은 이 두 작품은 「마지막 마부」 「소년 시편」 등과 함께 고전의 품격까지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