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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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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의도
에밀 졸라(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840. 4. 2∼1902. 9. 29)는 모파상(1850-93)과 함께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발전한 과학, 특히 생물 이론을 바탕으로 실험이라는 개념을 소설에 도입하고자 했다. 그래서 발자크의 『인간 희극』에서 힌트를 얻어 유전인자에 의한 한 가계의 역사를 기술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루공 마카르 총서」를 기획하였다. ‘제2제정 아래서의 한 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총서는 『루공가의 운명』을 시작으로 『파스칼 박사』에서 완성되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등의 걸작이 모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에밀 졸라는 오늘날 우리에게 실험소설론이라는 문학이론가로서 기억되기보다는 소설에 나타나는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묘사로 유명한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에밀 졸라와 「루공 마카르 총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이 책의 부록 「작가 연보」 참조).
1886년에 발표된 이 소설――『작품(L’Œuvre)』은 「루공 마카르 총서」의 20권 중 14번째의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클로드 랑티에는 『목로주점』의 여주인공인 제르베즈 마카르의 아들에 해당된다. 엑상프로방스 출신으로 세잔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에밀 졸라가 신문에 인상파 화가들을 옹호하는 평을 쓰는 등 19세기 예술가들과 밀접한 교류를 갖고 있을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신고전주의 사조에 밀려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국전에 떨어진 화가들이 개최하는 낙선전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는 정도였다. 당시 그토록 경멸의 대상이었던 인상파 화가들이 후대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는가를 생각해볼 때 그들을 미리 발견한 졸라의 식견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에밀 졸라는 「루공 마카르 총서」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인간 군상들, 그리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데 그가 친숙했던 예술가들을 소재로 한 소설로는 이 소설이 유일하다. 그는 소설의 등장 인물들을 통해 실존했던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며, 그들의 구체적인 작품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프랑스의 제2제정기(1852-70)부터 제3공화정기 초반(1870~80년대)에 걸쳐서 마네를 선두로 모네 등이 일으킨 인상파 운동의 경향을 픽션 형식을 갖추면서도 있는 그대로 그린 예술계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실제의 인상파 화가인 세잔과 마네를 모델로 한 주인공인 화가 클로드, 친구인 소설가 상도즈를 통해서 작가 졸라가 자신의 체험과 사상 및 감정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미술계와 문학계에 관계된 졸라의 자서전적 소설이며, 「루공 마카르 총서」에서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순간 순간의 서로 다른 인상을 포착하듯이, 졸라도 이 소설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달라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연작의 수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소설의 소재나 내용뿐만 아니라 소설의 기법까지도 특히 인상파 회화의 기법이 사용된 독특한 작품으로 그 가치를 더욱 발하고 있다. 한 화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작품』은 프랑스 문학이나 미술 관련서, 미학 이론서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일은 있었어도 국내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번역이며, 또한 오는 9월 29일은 에밀 졸라 서거 100년이 되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되는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1966년 Gallimard에서 출간한 L’Œuvre, Les Rougon-Marcquart IV를 원서로 하여, 「졸라의 L’œuvre와 인상파 회화의 기법」을 주제로 논문을 썼던 권유현 씨가 번역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술평론가와 미술사학자의 도움을 빌어 좀더 정확한 번역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며, 소설의 모델이 된 19세기 당시 인상파 화가 및 에밀 졸라가 직접 찍은 사진이나 그림을 실어 유명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읽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이 되도록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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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하러 가시죠(Allons travailler)” ― 『작품』의 마지막 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작가 상도즈는 졸라의 분신으로 소설에 대한 자세와 포부뿐만 아니라 작업 태도에 있어서도 졸라와 닮았다. 『작품』의 자전적인 성격으로 인해 출간 이래 이 소설의 실제의 생성 과정을 밝히려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소설의 등장 인물과 실제의 인물을 연결시키려는 연구가 많이 있었다. 그 연구 결과를 보면, 무수히 많은 등장 인물이 실제의 인물을 모델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졸라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클로드가 존경하는 선배 화가로 나오는 봉그랑을 마네나 소설가 플로베르 같은 인물이라고 그의 비망록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졸라는 모든 등장 인물에 자신의 창작적 손길을 더해 실제 인물과의 직접적 대응보다는 상상력과 묘사를 통해 새롭게 재창조했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클로드의 장례식 장면이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난 후에 졸라의 분신인 상도즈가 봉그랑에게 하는 말, “자, 일하러 가시죠(Allons travailler)”가 이 소설의 마지막 줄이다. 아마도 이것은 소설가 졸라가 자신의 창작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동요하면서도, 그래도 일에 매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임을 믿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격려와 분발의 외침일 것이다. 이 말을 이 땅의 예술가 모두에게 들려주어도 좋지 않을까. 집필 당시 1880년대에 졸라가 비관주의에 빠지기 쉬었던 자신에 대한 질타임과 동시에 화단에서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 있던 세잔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로도 해석한다고 한다. “Allons travailler(자, 일해야지. 힘내자)”는 두 사람이 항상 주고받은 격려의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작품의 마지막 줄에 넣고 세잔에게 보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세잔은 1902년 졸라의 갑작스런 죽음에 심한 충격을 받고, 그 후 1906년 작품 제작 중에 쓰러질 때까지의 4년간 미친 듯이 대작 「목욕하는 여인들」과 「생트 빅투아르 산」의 연작에 몰두하고 완성시켰다. 엑상 프로방스 교외의 이 산이나 물놀이, 두 사람이 소년 시절에 공유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만년에 집대성된 이 두 연작은 먼저 간 졸라에 대한 우정을 담아서 제작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화폭에 빛을 옮겨 담으려고 노력했다면, 졸라는 그의 소설에 빛을 그리려고 했다. 이 소설은 ‘빛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인상파 화가의 시각과 수법을 소설 창작의 차원으로 옮겨놓으려는 졸라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의 묘사를 꼼꼼히 읽으면, 이 작품에 나타나는 묘사는 사건의 진행에 대하여 종속적인 기능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역동적인 힘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무엇보다도 ‘빛의 움직임’에 대하여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름이나 일몰과 같이 시시로 변해가는 대상에 대하여 특별히 주의 깊게 묘사를 한다든가, 또 세느 강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달리 보이는 빛을 대조적으로 그리기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마치 인상파 화가들이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순간 순간의 서로 다른 인상을 포착하듯이, 졸라도 이 소설에서 시테 섬이나 일몰을 그리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달라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연작의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소재나 내용뿐만 아니라 소설의 기법까지도 특히 인상파 회화의 기법이 사용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1) 어디에도 유례 없는 다이내믹한 군중 묘사다. 이 책에서는 전람회의 장면(5장, 10장)에서 그것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 그 다음으로, 무생물(건물, 기계 등)에 생명을 부여해 생동적으로 그리는 ‘의인법’도 졸라의 돋보이는 작법이다. (3) 또한 읽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콘트라스트 수법’도 잘 쓰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 ‘명과 암’ 등의 주제를 대치시켜서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 그것들의 ‘반복과 변주’에 의한 극적인, 또는 교향곡적인 효과를 겨냥한 작품 구성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징일 것이다. 졸라의 작품을 읽고 표현과 작품 구성에서 강하게 느끼는 것은 살아 있는 기록적 소재가 다양한 비유와 상징적인 이미지로 낭만적으로 가미되고, 이야기가 파도와 같이 고조되고 진행되는 극적인 피날레에 달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 작품은 ‘과학자 졸라’와 빅토르 위고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시인 졸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서사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단순히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기록 소설에서 끝나지 않고 현대에도 통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졸라의 작품 대부분이 지금도 프랑스에서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문고판이 스테디셀러로 널리 읽혀지고 있는 점도 작품이 살아 있다는 증명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