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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Le tour du monde
황희연 저,그림
예담 200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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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내가 서른여섯에 배낭여행을 선택한 다섯 가지 이유

Walkway 1. 이베리아에서 보낸 한 철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Walkway 2. 와인에 취해, 예술에 취해 -프랑스 샹파뉴부터 부르고뉴까지
Walkway 3. 사람의 향기를 찾아 -터키 중남부,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
Walkway 4. 하얀 여름, 파란 오후 -그리스 북부와 지중해 섬 일주
Walkway 5. 해 뜨기 전까지의 사랑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Walkway 6. 중세 유럽을 내 품 안에 -체코,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Walkway 7. 눈을 좇는 모험 -홋카이도, 오겡키데스카?
Walkway 8. 그린 파파야 향기 -베트남 남북 종단, 하노이부터 호치민까지

에필로그_ 삶의 연착, 집행유예의 시간

저자 소개

저,사진 : 황희연
졸업 후 처음 쓴 이력서로 멋모르고 사회생활을 시작, 영화잡지 '스크린' 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지냈다. 공짜로 영화 보고 감독이나 배우와 수다 떠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문득 ‘일관되게 시시한 내 삶을 조금 비틀어보고 싶다’는 철없는 이유를 대고 덜컥 사표를 제출했다. 주체할 수 없이 시간이 많아진 그녀는 난생 처음 잡아보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지구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특명은 1년간 아무 생각 없이 놀아보는 것, 세계 곳곳에 나만의 산책로를 만들어보는 것, 남의 나라에 맘에 드는 단골 카페를 여럿 만드는 것. 그리하여 가진 돈을 다 쓸 때까지는 ‘길 찾기 놀이’를 그만두지 않겠다 선언한 그녀는 스스로 ‘산책하는 여행자’라는 명함을 붙이고 이 나라 저 나라 생각나는 대로 정신없이 쏘다녔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회귀, 영화 및 여행 칼럼을 쓰며 비틀어졌던 삶을 다시 펴고 있다. 매일 밤 새로운 여행 코스를 짜는 발칙한 버릇을 멈추지 않으면서.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9쪽 | 456g | 135*190*30mm
ISBN13
9788959133161

책 속으로

“왜 여자들은 파리를 사랑하는 거지? 파리는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불친절한 도시잖아. 파리는 아름다운 야경을 뒤집어쓴 빈껍데기 같은 곳이야.”
서른 살 무렵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파리로 떠난다고 했을 때 친구는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왜 하필 파리니?” 그의 말 속엔 파리에서 한 달 산다고 파리지앵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얄궂은 비난이 담겨 있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낯선 곳에서 내 멋대로 살아보고 싶은 것이었고, 기왕이면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샹제리제 거리를 폼 나게 걷고 싶었다. 사실 그곳이 파리여도 좋고, 뉴욕이어도 좋았다. 핸드폰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케이. 나는 한국 땅에서 멋지게 뿅 하고 사라지고 싶었다. --- p. 87

“나도 지금 빈에 있는데, 우리 다시 만날까?”
빈은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가 풋풋한 사랑의 밀어를 나눴던 도시다. 이 도시에선 낯선 남자와 하루 종일 걸어다니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약속 시간은 오전 10시 빈 서부역 벤치 앞. 남자는 『유럽』 가이드북을 한손에 쥐고 있었고, 여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영화 속에서 제시는 킨스키의 『원하는 건 사랑뿐』을, 셀린느는 바타이유의 『죽은 자』를 읽었다). 빈 역 근처의 벤치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비포 선라이즈'의 그들처럼 빈숲과 그린칭, 중앙묘지를 지칠 때까지 걸어다녔다. 훔친 와인 잔과 말발로 얻어낸 와인 따윈 없었지만, 공원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한 개의 음식을 나눠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속삭여요. 사랑은 정해진 길이 있다고. 이리로 와요. 이리로 와요.” 제시와 셀린느처럼, 케이스 블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저녁.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고백했다.
“사실 불가리아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동안, 내가 타야 할 기차는 이미 떠났어요. 기차표는 휴지조각이 되었죠. 10유로짜리 싼 티켓이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내게 아주 큰돈이니까. 근데 밥을 내 손으로 지어주고 싶어서, 조금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서 기차 시간이 지났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거예요.” --- p. 228

지금 나는 인생의 평행선 위에 서 있다. 등고선이 없는 지도를 펴놓고 어느 봉우리로 향해야 할지 궁리하는 기분은 조금 막막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생애 1년, 삶을 연착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 얼핏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도를 보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는 것, 세계 곳곳의 골목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비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 세계 지도를 보지 않고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30대 중반에도 여전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철없는 어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문득 행복하다.

--- p. 379

출판사 리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무심한 저녁이었다.
가랑비가 먼지처럼 가늘게 흩어졌다.
사무실에 혼자 있던 나는 가방도 챙기지 않고 터덜터덜 밖으로 기어나왔다.
가랑비가 티셔츠 사이로 소리 없이 밀고 들어왔다.
시원했다.
그날 나는, 내가 곧 이 치열한 마감 전선에서 물러날 것임을 예감했다.
내 병은 내가 잘 알고 있었고, 처방전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너무 오래 현실에 머물렀던 거야. 이젠 좀 더 용감해지고 싶어.”
가랑비 사이를 한참 걸어다니던 서른여섯 살 여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제 떠나는 거야! 어디로든, 아무렇게나.”

반듯했던 삶에 일부러 흠집을 내고 떠난 배낭여행
지금 필요한 건 호흡을 고르고 나를 사랑해 주는 일이다!


30대 직장인의 반듯했던 삶을 비틀고 감행한 배낭여행의 낭만적인 기록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이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단기휴가나 안식월에 떠나는 여행이 아닌, 1년여에 걸친 세계 배낭여행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 그러나 안정된 직장을 떨치고 30대 중반에 장기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그런데 여기, 게으르게 걷는 여유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서울, 그것도 치열한 마감전선의 한복판을 달리던 영화잡지 편집장이 그 모험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평균치의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애쓰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삶이 시시하고 우스웠다고 한다.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산다는 것은 얼마나 답답하고 불행한 일일까? 숨 가쁘게 달리던 삶을 연착시키며 사표 한 장으로 얻어낸 냉혹한 자유, 난생 처음 잡아보는 DSLR 카메라를 품고 그녀는 이름 모를 간이역에 내렸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기 위해 택한 여행자의 삶. 어차피 인생은 시속 100Km의 단거리 경주는 아니므로, 일상의 궤도를 잠시 일탈한다 해서 낙오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세상 밖을 향해 힘찬 발길을 내딛었다.

지구에 나만의 산책로를 만든 300일간의 여행
생에 한 번쯤 간직하고픈 낭만적 사랑과 모험을 찾아서……


그런데 왜 하필이면 파리지앵처럼일까? 서른 살 무렵, 한 달간 머물렀던 파리에서의 특별한 느낌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은 채, 그저 하루 종일 파리의 골목들을 천천히 걸어다니던 기억들이 이번 여행의 모티브가 되었다. 열에 들뜬 나그네처럼 하룻밤 요란하게 치르는 이벤트가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계속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하게 도시의 일부가 되어,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짐짓 자연스러운 척 커피 한 잔을 즐길 줄 아는 여행. 골목길을 익히고, 지름길을 알게 되고, 그 마을의 산책하기 좋은 길을 발견해 나가는 사소한 기쁨이야말로 ‘이 곳’ 아닌 ‘저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여행자의 욕망에 가장 충실한 것이리라. 그래서 이 여행기는 파리에 단 이틀을 머물러도 오래된 파리지앵처럼 게으르게 산책하듯 지구 곳곳에 자신만의 산책로를 만들어간 그녀의 여행 경로를 좇는다. 계획적으로 준비된 여행이 아니라, 일상의 속도에 갇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마음의 풍경과 본능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충동적이면서도 사색과 낭만의 향기로 가득하다.

메말랐던 열정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떠난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조신한 서울처녀의 가슴으로 펄떡거리듯 에너제틱한 라틴의 정서를 수혈 받고, 프랑스에서는 화가를 감동시킨 풍경들과 와인의 매혹에 취해 예술가의 꿈을 꾸어본다. 터키와 그리스는 벌거벗은 문명의 시원. 시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작품과도 같은 풍광 속에서 오히려 사람의 냄새가 그녀를 인도한다. 자신의 속살까지 보여줄 것처럼 허물없이 다가와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따라 축제와도 같은 그들의 삶에 동참해 본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대목처럼 풋풋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듯 오스트리아 빈 시내를 거닐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체코와 헝가리, 세르비아와 불가리아까지 떠돌다 보니 어느새 유럽에는 달콤한 만남과 사건으로 채색되어진 한 폭의 로맨틱한 산책로가 그려졌다. 그리고 마지막 아시아에서의 여정. 잃어버린 동심을 자극하며 포근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눈의 나라 홋카이도, 순박한 열기로 가득한 베트남에선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뒷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여행자는 일상에 복귀할 에너지와 힘을 충전한다.

일관되게 시시했던 내 삶에도 의외의 보석이 숨어 있지 않을까?
다시 사람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서 떠난다.


나만의 산책로를 만들며 아주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 조신하지만 열정을 꿈꾸는 대한민국 싱글녀의 심경으로 시작된 여행은 생각보다 로맨틱하고 매력적이다. 평소 편안하면서도 정확한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의 영화적 감수성에 문학적인 향취까지 곁들여져 잘 숙성된 와인처럼 깊은 글맛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으른 산책자의 소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꼼꼼하고 친절한 여행 팁들,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유려한 사진들의 향연은 과연 보는 이로 하여금 일생에 한 번쯤은 그녀처럼 여행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충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그가 『사색기행』에서 밝혔듯 “여행의 본질은 발견에 있다. 일상성이라는 패턴을 벗어났을 때 내가 무엇을 발견하는지, 뭔가 전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있다.”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이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의 본질도 거기서 멀지 않다. 숙제 치르듯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내는 패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 반드시 1년이라는 집행유예 기간은 필요 없다. 조건과 방식에 상관없이,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철없는 어른으로 남게 된다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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