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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작가12인의 미스터리 걸작선 양장
책읽는섬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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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인도 마을의 황혼 - 러디어드 키플링
2 도둑이 필요해 - 아서 밀러
3 설탕 한 스푼 - 윌리엄 포크너
4 버드나무 길 - 싱클레어 루이스
5 헤밍웨이 죽이기 - 맥킨레이 캔터
6 여성 배심원단 - 수전 글래스펠
7 한낮의 대소동 - T. S. 스트리블링
8 미스 X의 시련 - 버트런드 러셀
9 낚시하는 고양이 레스토랑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10 기밀 고객 - 제임스 굴드 커즌스
11 사인 심문 - 마크 코널리
12 아마추어 범죄 애호가 - 스티븐 빈센트 베네

해제 : 삶의 근원을 파고들려는 작가의 욕망은 언제나 옳다 /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저자 소개 1

엘러리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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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ry Queen,프레데릭 대니Frederic Dannay, 맨프레드 리Manfred Lee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 작가 활동 외에도 미스터리 연구가, 장서가, 잡지 발행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엘러리 퀸’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탐정 이름이기도 한데, 셜록 홈스와 명성을 나란히 하는 금세기 최고의 명탐정이다. 엘러리 퀸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만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와 프레더릭 다네이(Frederic Dannay, 1905~1982), 이 두 사촌 형제의 필명이다. 둘은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각각 광고 회사와 영화사에서 일하던 중, 당시 최고 인기였던 밴 다인(S. S. Van Din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 작가 활동 외에도 미스터리 연구가, 장서가, 잡지 발행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엘러리 퀸’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탐정 이름이기도 한데, 셜록 홈스와 명성을 나란히 하는 금세기 최고의 명탐정이다.

엘러리 퀸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만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와 프레더릭 다네이(Frederic Dannay, 1905~1982), 이 두 사촌 형제의 필명이다. 둘은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각각 광고 회사와 영화사에서 일하던 중, 당시 최고 인기였던 밴 다인(S. S. Van Dine)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스터리 소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의 계획을 현실로 만든 것은 [맥클루어스] 잡지사의 소설 공모였다. 탐정의 이름만 기억될 뿐, 작가의 이름은 쉽게 잊힌다고 생각해, ‘엘러리 퀸’이라는 공동 필명을 탐정의 이름으로 삼았다. 그들이 응모한 작품은 1등으로 당선됐으나, 공교롭게도 잡지사가 파산하고 상속인이 바뀌어 수상이 무산된다. 하지만 스토크스 출판사에 의해 작품은 빛을 보게 됐는데, 바로 엘러리 퀸의 역사적인 첫 작품 『로마 모자 미스터리』(1929)였다.

이후 엘러리 퀸은 논리와 기교를 중시하는 초기작부터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후기작까지, 미스터리 장르의 발전을 이끌며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생산해냈다. 대표작은 셀 수 없을 정도이나, 그가 바너비 로스 명의로 발표한 『Y의 비극』(1932)은 ‘세계 3대 미스터리’로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편 「신의 등불」(1935)은 ‘세계 최고의 중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외 『그리스 관 미스터리』(1932),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1932), 『X의 비극』(1932), 『재앙의 거리』(1942), 『열흘간의 경이』(1948) 등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언제나 거론되는 걸작들이다. ‘독자에의 도전’을 비롯해 그가 작품에서 보여준 형식과 아이디어는 거의 모든 후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일본의 본격,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반이 됐다.

작품 외에도 엘러리 퀸은 미스터리 장르의 전 영역에 걸쳐 두각을 나타냈다. 비평서, 범죄 논픽션, 영화 시나리오, 라디오 드라마 등에서도 활동했으며,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 현재에도 발간 중인 [EQMM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1941년 시작됨)을 발간해 앤솔러지 등을 출간하며 수많은 후배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는 이러한 엘러리 퀸의 공을 기려 1969년 ‘『로마 모자 미스터리』 발간 40주년 기념 부문’을 제정하기도 했으며 1983년부터는 미스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동 작업에 ‘엘러리 퀸 상’을 수여하고 있다.

엘러리 퀸의 다른 상품

저 자 소 개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1865년에 출생하여 1936년에 사망하였다. 영어권 작가 최초이자 최연소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단편이 소설의 장르로서 확립되는 데 기여한 고전 『정글북The Jungle Book』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노벨위원회에서는 그의 관찰력과 독창적인 상상력, 기발한 착상, 이야기를 이끄는 비범한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서 밀러
Arthur Miller
1915년에 출생하여 2005년에 사망하였다. 퓰리처상 2회 수상.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과 뉴욕 연극 비평가상을 수상함으로써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1955년 거듭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서 밀러는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였던 마릴린 먼로와 두 번째 결혼과 이혼을 하며 세간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년에 출생하여 1962년에 사망하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과 함께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 등 여러 대표작을 남긴 그는 1949년 노벨문학상과 두 차례의 퓰리처상 수상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싱클레어 루이스
Sinclair Lewis
1885년에 출생하여 1951년에 사망하였다. 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 창조와 재치 넘치는 창작력, 묘사에 대한 세련된 기술에 바탕한 활발한 작품 활동”이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였다. 그 후 『애로스미스Arrowsmith』로 퓰리처상이 수여되었으나 거절한 이력이 있다.

맥킨레이 캔터
MacKinlay Kantor
1904년에 출생하여 1977년에 사망하였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시카고를 무대로 한 그의 첫 소설『다이버시Diversey』로 작가 생활에 입문했다. 남북전쟁 때의 포로수용소 실정을 이야기한 소설 『앤더슨빌Andersonville』로 1955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수전 글래스펠
Susan Glaspell
1882년에 출생하여 1948년에 사망하였다. 미국 현대연극의 선구자이다. 극작가이자 소설가로서 남편과 프로빈스타운 플레이어스를 창단해 20세기 초 미국 연극을 이끌었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죽음과 그 가정사를 그린 『앨리슨의 집Alison’s House』으로 193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T. S. 스트리블링
T. S. Stribling
1881년에 출생하여 1965년에 사망하였다. 변호사, 교사, 편집자 등의 여러 직업을 거치며 문학적 재능을 살려 전업 작가가 되었다. 3부작 역사소설 『상점The Store』으로 193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가 저술한 범죄심리학자 포지오리 교수 시리즈는 미스터리사상 가장 독특하고 비극적인 탐정으로 단편 미스터리 역사에서 회자되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1872년에 출생하여 1970년에 사망하였다. 철학자·수학자·역사가·사회 비평가·저술가로, 20세기 대표 지성인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총리를 지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시 반전 운동가, 그 후 핵무장 반대 운동가로 활약한 실천적 지식인. 1950년, ‘인본주의와 양심의 자유를 대표하는 저술을 한 공로’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Edna St. Vincent Millay
1892년에 출생하여 1950년에 사망하였다. 미국의 서정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1923년, 『하프 제작자의 발라드The Ballad of the Harp-Weaver』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극단 ‘프로빈스타운 플레이어즈’에 가입해 배우로도 활동하며 수전 글래스펠과도 가깝게 지냈다.

제임스 굴드 커즌스
James Gould Cozzens
1903년에 출생하여 1978년에 사망하였다. 1949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1924년 하버드 대학교 2학년 재학 중 그의 첫 소설 『혼란Confusion』으로 작가 세계 입문을 하며 문재를 인정받았다. 『사랑에 사로잡혀서By Love Possessed』는 당시 34주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마크 코널리
Marc Connelly
1890년에 출생하여 1980년에 사망하였다. 1930년, 『푸른 목장The Green Pastures』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또한 다른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색상과 토니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본 수록작 「사인 심문Coroner’ Inquest」으로 ‘오 헨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티븐 빈센트 베네
Stephen Vincent Benet
1898년에 출생하여 1943년에 사망하였다. 17살에 첫 작품을 발표한 후 퓰리처상을 2회 수상하였다. 그의 단편 「우는 여인들The Sobbin’ Women」이 아카데미상 수상작 〈7인의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의 원작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영화화된 또 다른 소설 『악마와 대니얼 웹스터The Devil and Daniel Webster』로 오 헨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정연주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준비 중 진정 원하는 일은 ‘요리하는 작가’임을 깨닫고 방향을 수정했다. 이후 르 코르동 블루에서 공부하고,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근무하며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번역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작가의 문장 수업』 『만능 웰빙소스 레시피』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84g | 128*188*30mm
ISBN13
9788970639673

책 속으로

폭풍이 연신 몰아치면서 지붕 너머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다 점차 잦아들었다. 헛간 문에 집어던진 달걀 얼룩처럼 하늘을 쪼개는 번개가 노란색 대신 옅은 푸른색으로 빛났다. 내 방 창문의 줄줄이 갈라진 대나무 블라인드 너머로 커다란 개가 잠들지 않고 베란다에서 등줄기의 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현수교의 강철 로프처럼 단단하게 다리로 닻을 내린 듯이 버티고 선 모습이 보였다. 천둥소리가 아주 잠시 멈춘 사이 잠을 청해봤지만, 어디선가 나를 아주 다급하게 찾는 기척이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려 애쓰지만 쉰 속삭임에 그치는 식이었다. 이윽고 천둥이 멎고, 티전스가 정원으로 달려가 낮게 걸린 달을 향해 울부짖었다. 누군가 내 방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집을 가로질러 베란다로 가서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막 잠이 들려던 순간 머리 위 근처나 문 바깥에서 거칠게 쾅쾅거리며 떠들썩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
나는 침실로 돌아가서 아침까지 잤지만, 밤새 누군가의 호소를 부당하게 무시하는 내용의 온갖 꿈에 시달렸다. 그 누군가가 뭘 바라는 중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주변을 서성이면서 뭔가를 속삭이고 빗장을 더듬어보다가 어정어정 움직여서 숨어버린 누군가가 내 태만한 자세를 책망했고, 그러다 반쯤 잠에서 깬 채로 정원에서 티전스가 짖는 소리, 빗방울이 잎사귀를 타작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 방갈로에서 이틀을 더 보냈다. 스트릭랜드는 매일 나와 유일한 동료 티전스를 남겨두고 8~10시간가량을 사무실로 나가 있었다. 햇빛이 밝게 드리운 동안은 나도 티전스도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황혼이 내리면 우리는 뒤편 베란다로 자리를 옮겨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집에 머무르는 건 우리 둘뿐이었지만, 간섭하고 싶지 않은 정체불명 거주자의 존재감이 여전히 뚜렷하게 느껴졌다. 한 번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방금 누군가가 지나간 것처럼 방 사이의 커튼이 흔들리곤 했다. 사람이 방금 일어난 듯이 대나무 의자가 삐걱댈 때도 있었다. 응접실에 책을 가지러 갈 때면 누군가가 앞쪽 베란다의 어둠 속에서 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느껴졌다. 티전스는 해가 질 때마다 온몸의 털을 쭈뼛하게 세운 채 어두워진 방을 응시하며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며 황혼에 젖은 시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인도 마을의 황혼」중에서

“리카르디 살인 사건의 목격자는 안경을 쓴 젊은 남자가 차를 몰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경감님.”
보스 경감은 마치 그 뒤의 창문을 통해 총알이 날아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듯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자네는 헤밍웨이가 자기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본인이 주장한 대로 우리 모두를 없앨 때까지 마을에 오래 머물 거라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닉이 지체 없이 대답했다. “머리가 좀 식고 나면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한두 명쯤은 더 처치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요.”
“그자는 미친개입니다. 신문에서는 외로운 늑대라고 부르지만요. 언제나 과격하고 극단적인 살인마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유형의 범죄자가 주로 그렇듯이, 소위 말하는 자기중심적 인간일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남기고 싶어 할 것입니다.”
보스 경감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리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렵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자네가 자유재량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겠나? 나는 마을 전체에 사람을 배치했네. 여기저기에서 급습을 감행하고 구석구석까지 경찰을 배치에서 수색하게 했어. 하지만 자네라면 무엇을 하겠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닉이 속삭였다. “저는 다음으로 습격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옆에 붙어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바로 경감님 당신이십니다.”
---「헤밍웨이 죽이기」중에서

지금부터 이어지는 코디 캔시 부인에 대한 기록은, 그녀가 남편 제임스 캔시의 살해 혐의를 받던 당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재판이 진행될 때도 아닌,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7~8개월 후에 테네시 랜스버그의 머시니 보안관이 죄수를 자치구 교도소에서 내슈빌의 주형무소로 이송하는 작업에 착수한 그 순간에 벌어진 사건이다.
시간이 그만큼 흐른 탓에, 자연스럽게 헨리 포지올리 교수나 지금 펜을 든 나에게는 지문이나 총흔 내지는 정신학적 분석 등 보통 많은 범죄 사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단서를 밝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머시니 보안관이 죄수를 데리고 마을을 벗어나기 고작 몇 분 전에 우연히 차를 몰고 랜스버그에 도착한 것이 우리의 불운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는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우리 둘은 그저 법원 광장의 모나크 카페에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갔고, 카운터의 자리가 비기까지 몇 분간 기다렸다. 마침내 두 남자가 자리를 떴다. 포지올리는 의자에 앉으면서 종이냅킨 통과 케첩 병 사이에 끼워진 오래된 지역 신문 한 부를 발견했다. 그는 신문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거의 순간적으로 신문 기사 내용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분명 살인 이야기이겠거니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는 오로지 그것만 읽었기 때문이다.
---「한낮의 대소동」중에서

“스칼렛 씨는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
컬버린 부인은 가장 수줍음을 타는 손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부인이 소문난 미소를 얼굴 가득 띠고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귓가에서 길고 달랑거리는 골동품 수정 귀걸이가 작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살인입니다.”
안경을 쓴 올빼미처럼 지적인 인상에 영국식 야회복 상의를 차려입은 젊은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컬버린은 기쁨에 찬 환성을 가볍게 내뱉었다.
규칙에 깐깐하게 매달리기로 유명한 집주인과 규칙을 깨부수기로 악명 높은 집주인이 공존하는 시대에, 컬버린 부인은 아무런 규칙도 인지하지 않는 듯한 안주인이라는 독특한 성격으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녀가 여름 한 철간 롱아일랜드 별장의 문을 여는 것을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일부러 그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각양각색이었다.

---「아마추어 범죄 애호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12人 12色의 미스터리 향연

러디어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에서는 유능한 청년 임레이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춘다. 문제의 방갈로에서 두 친구가 동거를 하게 되면서 비밀이 드러나는데…….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의 거금을 도둑맞은 셸턴 부부. 잃어버린 돈을 되찾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부부의 모습이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진다. 윌리엄 포크너의 「설탕 한 스푼」은 한 인간이 가면 뒤에 숨겨 왔던 삶이 무의식 속에서 탄로 나며 인간의 본성을 고찰해보게 한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버드나무 길」은 너무나 완벽했던 1인 2역의 결과가 불러온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는 흉악범과 경찰들과의 쫓고 쫓기는 집요한 과정을 묘사한 갱스터 누아르다.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여인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논하는 여성 특유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T. 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 범죄심리학자 포지올리 교수가 그만의 독서법으로 어느 사건을 해결하는데…….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 X의 시련」은 처음부터 끝까지 격식을 차린 듯한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탐험을 통한 서사가 그려진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낚시하는 고양이 레스토랑」은 파리의 고요한 어느 레스토랑 주인의 시선과 기억, 기행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은 ‘초’단편이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가다가, 한순간 웃음이 터지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은 난쟁이 배우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심문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티븐 빈센트 베네의 「아마추어 범죄 애호가」에서는 대저택의 파티에 각계 인사가 모인 가운데 벌어진 살인 사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범인이 얼굴을 드러낸다.

12편의 단편은 때로 등장인물 사이에서 시선을 옮겨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게 되다가, 예상치 못한 ‘깨알 반전’에 웃음을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기묘하게 불안한 분위기에 젖어 한 편씩 정복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100년 전의 시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만이 『헤밍웨이 죽이기』에서 줄 수 있는 커다란 덤이다.

이 작품이 미스터리의 경계선 안에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이토록 폭력적인 세계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방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세계에서, 애통한 죽음을 지나치게 자주 경험한다. 이에 얽힌 슬픔과 분노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 근원을 파고들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은 장르에 상관없이 언제나 충족되어야만 한다.
-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해제 중에서)

추천평

숨겨진 이야기를 조금 들려준다는 점에서 모든 소설은 미스터리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러디어드 키플링, 아서 밀러, 윌리엄 포크너, 버트런드 러셀 등 최고의 작가들이 하나쯤 추리소설을 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각 작품에는 그들만의 문체와 세계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다고 정색하고 읽을 필요는 전혀 없다. 누가 썼다고 해도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니까. 그저 흥미진진하게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김연수 (소설가)

리뷰/한줄평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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