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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연애 이야기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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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는 벨링엔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가는 에이비스 자동차의 검은색 지붕이 드러날 정도의 높이로 낀 회색 안개층을 만들어냈다. 기분 좋은 꿈에서처럼 그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운전자에 대한 생각으로 거의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였으며, 안목이 있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팀과 미술, 부유한 자들, 그리고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 결정하는 자들을 위해 일하는 이방인이었고 미국인이었다. 역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그런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들 모두가 늘 그렇듯 영원히 나와는 상관없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접고 또 접어 그녀의 명함을 반으로 자른 것은 바로 그 점-그녀의 결혼이 아니라-때문이었다. 그녀는 내 적이었고, 늘 그래야만 했다. --- p.54 모든 것을 잃고, 우리의 가게와 집이 비디오 가게로 바뀌고, 모든 희망을 포기하게 되자 나는 내 형의 캔버스를 자르는 사람으로 임명되었다. 어디 한번 이 잔인함에 대해 설명을 해보라. 이런저런 방식으로 나는 그의 하인이 되었다. 가령, 스튜디오에는 치과의사가 잇몸에 사용하는 것 같은 핀셋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통이 있다. 당신은, 핀셋으로 가득한 저 망할 놈의 커다란 사발은 뭐죠, 하고 그에게 물으라는 충고를 받을 수도 있다. ‘백치 휴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젖은 물감에서 튄 작은 자국과 오점, 사체와 물질의 일부와 보풀과 휴지, 그리고 이차원 공간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코딱지를 제거할 수 있도록 놓아둔 것이죠’가 그의 대답이다. 나는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실을 3미터 길이로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허영이며, 나는 여러 번 내가 휙 소리를 내고, 목을 꿀꺽거리고 헐떡이는 커다란 시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파리와 나방과 잠자리가 작은 시계들처럼, 시계들의 연무처럼 펄럭거리고 훨훨 날아다니는 봄과 여름에 매일같이 벨링엔까지 걸어갔다 온다. 그럴 때면 매 순간이 망각에 더 가까워진다. 예술의 장애물들. 누가 핀셋으로 우리를 제거할 것인가? --- p.75 앰버스트리트는 〈나 전도자는 이스라엘 왕이 되어〉를 다시 보고자했다. 그리고 나는 화가였다. 그것을 보여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어꺠를 숙이고 있는 이상한 비평가를 보았다. 유뱅크는 〈대니 보이〉를 휘파람으로 불기 시작했다. “가치가 얼마나 되죠?” 앰버스트리트가 물었다. “미술시장에서요, 경매에서요?” 나는 그가 라파엘슨의 가게의 400그램짜리 튜브들의 가격을 변상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추측했고, 그래서 이순간에는 정확히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었다. 나는 내 인생을 구하기 위해 그림 한 점도 팔지 못했다. “그래요, 이해해요, 마이클. 5년 전이었으면 당신은 이 그림으로 3만5천 달러를 받았을 거예요.” “아니에요.”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마이클. 나는 당신이 얼마를 주고 그림을 팔았는지 알아요. 문제는 이제 당신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5천을 주죠.” 그가 갑자기 말했다. --- p.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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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 형제 예술가, 미술계 뒷거래에 입문하다!
화가 ‘푸주한’은 이혼 당하고 파산하게 되자, 약간 모자라는 동생 ‘휴’와 함께 후견인의 별장 관리를 하게 된다. 장작 쌓기, 풀베기, 엉겅퀴 제초, 벌레잡기 등 화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하드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어느 날, 폭우에 길을 잃은 미모의 여성 ‘마를린’이 이들 형제가 지내는 집에 찾아온다. 푸주한은 한눈에 그녀에게 빠져드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세계적인 화가 레이보비츠의 며느리였다. 시골구석에 있다는 레이보비츠의 그림이 진품인지 확인하러 온 것. 그러나 감정할 그림은 사라지고, 푸주한이 그림 도둑으로 몰리는 가운데 마를린이 야릇한 제안을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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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천재 작가 피터 케리의 신작 장편소설! 피터 케리, 세계미술시장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다! 세계 미술시장은 지금 유래없이 호황이다. 미술품 경매도 빈번하게 열리고, 참여 열기도 뜨거워 1000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거래되는가 하면,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도 생겨나 재태크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07년 5월에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되었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다. 그러나 빨래터는 위작 시비에 휘말렸고, 과학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2008년 7월 3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를 과학감정 한 결과 진품임이 확실하다고 발표했지만, 경매 최고가 미술품의 위작 시비는 미술계에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위작인지 진작인지 모르는 미술품과 몇 십억은 우습게 뛰어넘는 가격 형성의 비밀, 화가와 경매업자와 소유자와 비평가와 갤러리의 은밀한 관계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현대미술계의 어두운 면을 짐작하게 한다. 피터 케리는 신작 장편소설 《도둑질, 연애 이야기》에서 이 같은 현대미술계의 어두운 면을 유머러스하게 조명하고 있다. 한때 잘 나갔던 화가인 형 ‘마이클 분(푸주한)’과 조금 모자라지만 특별한 재능이 있는 동생 ‘슬로 본즈(휴)’, 여기에 의문의 여성인 마를린이 등장하면서 진품 감정할 작품이 사라지는 등 사건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소설은 이기적인 형 푸주한과 자폐성향이 있는 동생 휴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전개되어, 미술계의 뒷거래를 더욱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