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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자연채집 온순하지 않은 램 아이스크림 올빼미 프로크루스테스와 문화전쟁 도망자 콜리지 우편물 이사 면으로 된 천 한 장 북극의 쾌락주의자 커피 물속에서 - 참고문헌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Anne Fad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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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살아 숨쉬었던 것들 뿐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던 것들도 전시했다. 버려진 얼룩뱀 가죽, 매미의 외피, 덤불어치 새의 얼룩덜룩한 알, 꾀꼬리의 길게 늘어진 둥지 등……. 치실로 연결해 천장에 대롱거리는 복어는 또 어떻고. 남동쪽 구석으로는 표범, 호랑이, 북극곰, 토끼, 수달, 뉴트리아. 밍크 등 동네 모피 재단사가 코트를 재단하고 남은 털 조각들을 붙여 두었다. 그 옆에는 사람 크기만한 스티로폼 조각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수백 개의 깃털을 쑤셔 넣어 두었다. 서쪽 벽에는 말린 모래상어를 못질해 둬서 꼭 십자가에 못 박힌 악마처럼 보였다. 선반이며 카드놀이용 탁자에는 다른 것들과 더불어 쥐 박제, 박지 박제, 살모사 해골, 호박벌새 둥지, 보관대에 올려놓은 타조 알, 석화된 커다란 나무 조각, 암모나이트와 유공충 화석, 말린 도롱뇽 몇 마리, 죽은 타란툴라 독거미, 죽은 전갈 세 마리, 향유고래 이빨 한 개, 우리가 아기였을 때 이 한 상자, 백로의 발 하나, 오징어가 든 표본병, 아기문어가 든 표본병, 사람 촌충이 든 표본병 등이 놓여 있었다.
나는 열 번째 생일날 이 촌충을 받고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거잖아!”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조류 및 동물 해골도 열두 개쯤 있었는데 도로에서 죽은 것들을 가져다 표백제로 씻어낸 것이었다. 락스에 담가 목욕재개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이 시체들을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두는 것을 허락하셨다. 어머니가 저녁거리와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이름표를 잘 붙여 두라는 조건으로 말이다. 오래된 우리의 라이커마운트가 남쪽 벽에 걸려 있었지만 호랑나비의 검정색과 노랑색 줄무늬는 색이 바래가고 있었다. 우리가 새로 열을 올리고 있던 대상은 조개였다. 우리는 커다란 철제 캐비닛 속에 조개들을 보관해 두고 작은 종이 띠에 그 조개가 어떤 속genus에 속하는지 써서 서랍 앞부분에 풀로 붙였다. 패류학은 19세기 중반 한 영국 잡지가 지적했듯이 '그 탐구 방법이 전혀 잔인하지 않다. 실험 대상은 여성의 방에 어울릴 만큼 장식적이다.' 우리는 봄마다 휴가를 보냈던 플로리다 섬에서 가끔 살아 있는 왕관고둥을 잡아서 끓인 다음 몸체를 빼내 껍질을 염산으로 씻어내기도 했었다(우리는 유년시절 내내 위험한 물질을 다루기 위해 부모님의 신임을 얻는 데 힘썼다). 그러나 해변을 따라 거닐다가 표류해 온 깨진 조가비와 조개들 사이에서 수정고둥, 청자고둥, 가시고둥 등을 찾아내는 건 더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때 찾은 실꼬리고둥은 내 젊은 날의 위대한 발견이었다! 지난주에 나는 오빠와 우리의 박물관에 대해 추억했다. 오빠는 “자연채집을 할 때는 중대한 발견의 순간이 두 번 찾아와. 첫 번째는 그 대상을 발견했을 때, 두 번째는 대상의 이름을 알아낼 때야.”라고 말했다. 햇볕이 들어오는 마루에 앉아서 보냈던 여름날 긴 오후의 즐거움만한 게 또 있을까. 조개 도감을 앞에 펼쳐 두고 그 조개가 삿갓조개류나 싸라기고둥류 중에서도 정확히 무슨 종인지 알아내려고 애쓰다 마침내 성공해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던 그때. 분류가 없다면 수집품들은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는다. 분류학은 결국 제국주의의 일종이다(그리고 나는 우리가 십대였을 때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걸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19세기 영국 해군 조사대가 등급을 매겨야 할 다양한 종으로 런던을 가득 메우고 있었을 때 린네식 분류법에 따라 이들을 적소로 분류하는 일은 부인하기 힘든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파타고니아나 남태평양에 가서 수백 년 동안 그 지역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새나 도마뱀, 꽃을 찾아내서 라틴어로 다시 이름을 붙여 보자. 짠! 또 하나의 자그마한 영국 식민지가 생겼다! 오빠와 나 역시 그런 기분이었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통치권을 주창하는 일이었다. --- 「자연채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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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잃어버린 ‘행복한 순간’을 다시 찾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서재 결혼시키기』로 한국의 독서광들을 열광시킨 그녀, 앤 패디먼이 7년에 걸쳐 준비한 에세이집 『세렌티피티 수집광』이 도서출판 행복한상상에서 출간되었다. 출생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의 삶은 에덴동산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과정이라고 저자가 말하듯이, 이 책은 멀어져 가는 우리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우리 주변의 아주 사소한 일상, 즉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 열광하는 일부터 일상이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9.11테러까지 작가의 감수성이 솜털처럼 살아서 나풀거리는 것이 마치 우리 눈에 보이듯 세심하게 다뤄졌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기까지 하는 독서광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세렌디피티 수집광』은 삶에 우연히 찾아드는 기쁨들을 놓치지 않고 느낄 수 있도록 반복적인 생활에 지쳐 잠들어 버린 우리의 녹슨 감수성을 흔들어 깨워준다. 이 세상은 온갖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고, 생각의 파편들은 그 부유물 속을 떠다니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에 잠시 기대고만 있어도 그 생각의 조각들을 낚시하듯 하나하나 잡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밤마다 책을 읽는 아이는 자라서 밤마다 글을 쓰는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서광인 당신에게는 이 구절이 하나의 예언처럼 들릴 지도 모를 일. 어릴 적 보물들을 모아놓은 상자꾸러미를 어질러진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 전해오는 그 기쁨, 복잡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세상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삶의 기쁨을, 『세렌디피티 수집광』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잠들어 있던 지적 감수성이 올빼미처럼 깨어 만끽하는 행복한 순간, 뭔가 재미있는 일을 맞이할 것만 같은 느낌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창을 통해 무한우주로, 독보적인 감식안을 소유한 작가 앤 패디먼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지닌 작가이다. 그녀는 현미경과 망원경이라고 부를 만한 놀라운 감식안을 지니고 있다. 그 시선은 예민하고 유쾌하고 감수성이 넘치며, 자유자재로 침투와 확장이 가능하다. 그녀에게 일상은 세렌디피티의 보물창고, 예기치 않은 삶의 기쁨들로 충만하다. 그녀의 파랑새는 거기가 아닌 여기에서 날아다니며, 네버랜드는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고 바로 오늘이다. 그녀 자신이 피터팬이고, 톰소여이며, 빨강머리 앤이다. 그녀는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스스로의 시선에 있다고 말한다.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으로 단련된 시선이 바로 일상을 세렌디피티의 보물창고로 만드는 원천이라고 속삭여준다. 그녀는 어린 날 나비들을 잡았던 기억을 통해 인류의 나비 채집사(史)와 나비연구가였던 작가 나보코프의 일화, 그리고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잔혹함까지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패디먼 남매의 아이스크림 순례기와 세계의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사뿐히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그녀는 마음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일상 속의 기쁨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파고들어 일상이 곧 영원이라는 궁극에 맞닿아 있음을 증명해 낸다. 원제가 암시하는, 작으면서도 넓은(At large and at small) 시선으로 사물과 소통하여 손끝으로 구현한 열두 편의 에세이는 대단히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발랄하고 지적이다. 하여 그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솜씨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독서 체험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수상록의 새로운 탄생 연애, 여행 등 평범한 이들의 일상 속에서 의미와 본질을 읽어낸 우리 시대의 유쾌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 앤 패디먼은 알랭 드 보통에 필적할 만한 매력적인 히든카드이다. 일상 속에서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알랭 드 보통과 궤를 같이 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접근하는 태도에서 또 다른 개성을 뿜어내고 있다. 그 소재가 나비 채집과 아이스크림, 커피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섬세하게 분포되어 있고, 개인적인 경험과 역사의 관계, 감성과 이성의 충돌과 교차점을 줄기차게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에세이의 고전인 수상록의 전통을 잇고자 하는 것이다. 수상록이란 몽테뉴, 찰스 램과 같은 쟁쟁한 대가들이 시도한 궁극의 글쓰기가 아니던가. 수상록은 우리에게 가깝고 친숙한 일상에서 깊고 통찰력 있는 의미를 캐내는 글쓰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상록의 생존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과 역사,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하던 수상록의 전통은 현대에 이르러 실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 저자는 ‘현대의 독자들은 머리보다는 가슴에 가까운 개인적 수필(personal essay)이나 가슴보다는 머리에 가까운 평론(critical essay)은 수없이 접하지만, 머리와 가슴이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상록(familiar essay)은 그리 쉽게 접하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선대의 작가들이 시도한 ‘궁극의 글쓰기’에 참여하여 21세기 스타일의 세련된 수상록을 창조해낸다. 앤 패디먼은 찰스 램과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와 논쟁을 할 수도 있으며, 피터팬과 하루 종일 놀 수도 있는 우리 시대의 만년 소녀이자 문장가이다. 섬세하면서도 무한히 확장되어 있고, 사생활을 통해 역사 속의 나를 탐구하며, 감수성과 이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유감없이 보여주는 지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작가. 그녀가 7년 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써내려간 이 한 권의 책은 당신에게 잃어버렸던 삶의 기쁨과 독서의 쾌락을 단숨에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