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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또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돼준다는 건 훌륭한 일이야. 하지만 기댈 어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깨를 둘러줄 팔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 건데? 구석에 가만히 앉아 너의 인생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돼.
난 내가 원하는 일만 할 거야. 진실한 내 자신이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를 만들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너와 함께 여기 있어. 지금 나는 네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네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도 잘해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해. 네가 누구보다 더 나를 잘 이해해줄 것 같아. 너도 나처럼 천년동안 잠들고 싶은 때가 있는지 모르겠다. 혹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던가. 혹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던가. 그런 기분이 될 때가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되고 싶을 때가 있어. 그래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야. 생각이 멈추어버리기를 원하는 거지. 난 지금의 이런 느낌들이 아주 익숙하단 걸 말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익숙한 이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야. 다른 애들도 분명 이 느낌을 겪어봤을 거야. 밖은 평화롭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이제 그만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에 모두 잠들어 있는 거야. 네가 읽은 모든 책들은 다 남들이 읽었던 것들이고 네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모두 다 남들이 이미 들었던 것들이지. 네 눈에 예쁘게 보이는 여자애는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난 한동안 하느님을 욕하기도 했어. 하지만 그 후론 그렇게 하지 않아. 그렇게 해봐야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니까. 비록 우리들이 어디에서 태어날 것인가를 선택할 능력은 없다 해도, 태어난 곳에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있어. 우린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대해 만족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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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는 미국의 100만 청소년독자들을 열광시킨 성장소설이다. 미국의 대학과 고등학교에서는 이 작품을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에게 열광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월플라워』의 찰리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마존닷컴에는 1000개가 넘는 열렬한 독자서평이 붙어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격찬의 글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2개 학군에서 금서로 지정되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진 소설이기도 하다. 『월플라워』는 왕따, 마약, 섹스, 동성애, 근친애 등 사실적인 소재와 묘사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성장기의 상처를 담담한 시선으로 관조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원인과 내용은 다를지라도 누구나 갖게 마련인 개인들의 상처에 문학적 형상을 부여하고 그에 맞서는 의지적인 인간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 학생과 도덕주의자들의 논쟁을 일으키며 금서로 지정된 성장소설 90년대 초 미국의 독서계에서는 『월플라워』에 대한 도서검열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었다. 이 책을 두고 학생과 도덕주의자들은 확연한 입장 차이로 대립했다. 도덕주의자들은 이 책을 금서목록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학생들은 이 책이야말로 자신들을 위한 필독서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매사추세스와 롱아일랜드에서는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으며, 반면 학생들은 “월플라워를 지키자!”는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며 이 책을 서로 권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조금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입장으로 맞섰다. ▶ 아름답지도 유쾌하지도 않지만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들의’ 이야기 이 책의 제목인 ‘월플라워’는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여성’이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월플라워’인 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 안에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섹스와 약물 복용, 동성애, 근친애 등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 미국 내에서 당연하게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이지만 결코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금기를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월플라워’라는 사회적인 존재를 통해 아름답고 유쾌하지만은 않는 미국 청소년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수많은 문화 코드 또한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많은 문화코드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 『앵무새 죽이기』,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그린 『위대한 개츠비』, 2차 세계대전 당시 젊은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단독강화』, 미국 현대문학의 정수 『호밀밭의 파수꾼』 등의 문학 작품과 ‘록키 호러 픽쳐 쇼’, ‘졸업’, ‘죽은 시인의 사회’, ‘개 같은 내 인생’, ‘해럴드와 모드’의 영화와 뮤지컬 등 지금의 미국을 살고 있는 성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 코드들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 어른과 아이의 경계, 그 지독한 성장통 그후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지대에 서 있는 청소년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질서를 부정하고 회의와 비판을 거듭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들이 그 질서 속에 편입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눈에는 한없이 불온하게 비치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결국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 『호밀밭의 파수꾼』을 잇는 최고의 성장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처음 출판되었을 당시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고 곳곳에서 금서가 되었듯이, 이 책 역시 감추고 싶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과정을 겪고 있을 뿐, 진지한 시대적 고민을 안고 있으며 나아가 그 문제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해결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