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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하늘 바람, 그녀
정민
청옥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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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바다 하늘 바람, 그녀
바다의 빛
개의 임무
어달, 於達 - 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
당신이 잠드는 그곳 (작품 해설)
진정한 이야기꾼을 기대하며 (작품 해설)

저자 소개 1

197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편집회사, 잡지사, 웹진 등에서 일했다.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편소설 『어달, 於達―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로 제1회 동해해양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어둠의 양보》, 《사이공 나이트》와 연작소설집 《바다 하늘 바람, 그녀》를 썼고, 《아임 유어 맨―레너드 코언의 음악과 삶》을 우리말로 옮겼다. 2천 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벤처업계를 배경으로 금융가와 정보요원, 벤처 사업가 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편소설을
197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편집회사, 잡지사, 웹진 등에서 일했다.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편소설 『어달, 於達―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로 제1회 동해해양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어둠의 양보》, 《사이공 나이트》와 연작소설집 《바다 하늘 바람, 그녀》를 썼고, 《아임 유어 맨―레너드 코언의 음악과 삶》을 우리말로 옮겼다.

2천 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벤처업계를 배경으로 금융가와 정보요원, 벤처 사업가 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를 배경으로 한 중, 단편 소설도 함께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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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5*215*20mm
ISBN13
9788992445627

책 속으로

밤과 새벽 사이의 밤거리를 느릿느릿 걷는다. 창백한 정신병자의 낯빛 같은 묵호역을 슬며시 지나친다. 모자를 눌러쓴 늙고 깡마른 남자가 전조등도 없는 옛날식 짐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깨가 환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뚱뚱한 여자가 골목 깊숙한 곳을 비추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쓸쓸한 표정의 청년이 눈부시게 환한 편의점 안에서 멍하니 턱을 괴고 앉아 있다. 텅 빈 거리의 텅 빈 사람들이 느릿느릿 지나쳐 간다. --- p.15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나는 본다. 푸른 핏줄이 돋아난 그녀의 손을, 동그랗게 말린 그녀의 작은 등을, 하얀 침대 시트 위에 쓸쓸히 나뒹구는 그녀의 커다란 머리빗을, 종종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을, 지하철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본다.
나는 부른다. 계속해서 그녀를 부른다. 그녀는 답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내 주위 어디에나 있다. --- p.18

“칼싸움! 5.3미터 길이의 낚싯대가 칼처럼 서로 부딪치고, 낚싯 줄이 서로 엉키기 일쑤야. 내가 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일본 낚시 명인인지 뭔지가 그렇게 말했다더군. 낚시의 99프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이고 물고기를 잡는 것은 1프로에 불과하다고. 동해 감생이 낚시터에서 이런 말은 개소리야. 치열한 자리싸움이 이어지고, 누군가 감생이라도 한 마리 낚으면, 그 자리에 붉은색 찌가 포탄처럼 이곳저곳에서 날아들기 때문이지. 내면의 성찰은 무슨.” --- p.58

아 참. 이거는 비밀인데, 혹시 아시나요? 한 사람과 15년 이상 을 함께 사는 개는 ‘삶의 목적’이라는 게 있습니다. 개에게 삶의 목 적이 있다니, 황당하다고요? 개가 한 사람의 곁에서 15년 이상을 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개들 중에서도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은, 선택받은 개만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당연히 그러한 개의 삶에는 중차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 p.80

나는 그 남자의 손에서 나던 야릇한 냄새의 근원을 사람의 몸으로, 개의 눈으로, 온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임무를 성공리에 완수했다. 행복했다. 그를 인간의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그의 손길을 뼈로, 근육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나는 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의 곁으로 가 그의 손을 핥았다. 그의 발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 pp.109~110

“어떡하긴. 뱃놈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지 뭐. 바다에서 죽는다는 거, 어떻게 보면 멋지기도 해. 흙과 돌 사이에 묻히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고.” --- p.176

문어의 살을 정성껏 씹어 삼키며 진경은 수심 70미터의 밤바다와 그 바닷속으로 사라진 은혜호 선장을 생각했다. 수심 70미터의 바닷속에서 끌려와 입 속으로 들어간 문어. 수심 70미터의 바닷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떠오르지 않을 은혜호의 선장. 문어가 선장이 된 것인가. 선장이 문어가 된 것인가. 육지와 바다, 바다와 하늘, 삶과 죽음 그 중간쯤의 어딘가에 선장이 누워 있는 것인가. --- p.183

가진 것이라곤 오직 젊음이 유일한 당돌하고 멍청한 계집아이들, 내세울 것이라곤 닳고 닳은 돈과 허랑방탕한 지식뿐인 늙어가는 남자들은 동해에 없었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증오와 동정, 경멸과 조바심, 우울과 황망의 표정들도 동해엔 없었다.

--- p.195

출판사 리뷰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해의 풍광 속에 펼쳐지는 4色 이야기

이 책에 실린 네 소설은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형식도, 분위기도, 소재도 각기 달라 실험적이면서 개성적으로 느껴진다.
표제작인 「바다 하늘 바람, 그녀」은 도시살이에 지친 ‘나’가 일종의 탈출구로서, 구원의 파라다이스로서 동해를 찾으면서 그 여정이 뚜렷한 서사 없이 환상적인 묘사로써 펼쳐지는 작품이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시를 읽는 듯한 독특한 매력 속으로 독자를 빠뜨린다.
이어지는 「바다의 빛」은 가히 낚시 전문 매체에 실릴 만한 전문 지식이 돋보이는 일종의 ‘전문(專門) 소설’처럼 읽히는데, 순서상 앞서 읽은 낯선 소설에서 독자가 받았을지 모를 감수성의 충격을 중화시켜주는 역할 또한 겸하고 있다. 실제 낚시꾼들 사이에 섞여 소금 기운 가득한 바닷바람 가운데 대어(大魚)와 사투를 벌이며 낚싯대의 릴을 필사적으로 감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묘사가 돋보인다.
세 번째로 수록된 「개의 임무」는 주인을 향한 개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따뜻한 소설로도, 섬뜩한 스릴러 소설로도 읽힐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익숙한 것이라도 절대 평범하게 쓰지 않는 작가의 필력이 십분 발휘된 소설로, 읽는 이에게서 낯선 재미를 주는 한편 이율배반적인 동시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에 실린, 제1회 동해해양문학상 수상작 「어달―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는 가히 정민 동해 소설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중편소설이다. 역시 도시를 떠나 동해를 찾은 한 여인의 단순한 여정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동해, 아니 세상의 인간 군상을 훑는 장대한 서사시로 확장되며 독자로 하여금 놀라운 체험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죽음과 생명을 함께 품은 바다, 동해가 빚은 이야기들

『바다 하늘 바람, 그녀』는 동해라는 배경을 공유할 뿐 서로 상관없는 이야기를 묶은 듯하지만, 네 이야기는 실은 긴밀히 교차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서로 다른 사연과 시선으로써 마치 ‘동해’라는 이름의 각기 다른 이(異)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인 양 서술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설가 박향이 작품 해설에서 말하듯 작가 정민의 의도가 인간의 시선에서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닌, 바다의 시선으로 본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일 테다. 동해가 바라본 인간의 세계는 인간이 바라보는 그것, 즉 피로와 상처로 찌들고 자기 마취와 같은 순간의 위안과 보람으로만 처방될 뿐인 획일적 세계가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정민 소설에서 보였던 느와르적 세계관, 죽음과 파멸로 치닫는 남자들의 세계를 다루어온 그것이 완전히 일신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는 눈치챈다.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바다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패배에 승복하는 사내들이 있으며, 그렇기에 아직도 스러져가는 운명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성의 바다인 동해는 다소 무심하게 느껴질 만큼 그것을 아울러 품는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동해는 스러지는 운명과 죽음을 품고서, 그리고 생명과 희망을 자신의 거대한 파도에 실어 조용히 움틔우는 바다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각기 다른 곳을 쳐다보는 슬픈 얼굴들을 향해 이 소설을 썼다. 그것이 이 소설의 전부”라며 『바다 하늘 바람, 그녀』의 핵심이 ‘연민’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바다 하늘 바람, 그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머시(mercy), 즉 ‘연민’이다. 연민. 불쌍하고 가련히 여김. 세상과 사람을 향해 보내는 연민의 시선. 작품 속의 인물들은 사람들과 세상 풍경에 고통 받는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동해의 풍광 속에서 내가 본 것은 고통과 슬픔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행복과 고통,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풍경. 선과 악을 연결하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를 건너는 듯한 발걸음. 그 걸음에서 이 소설이 나왔다. - 정민 작가의 말

강원도와 동해가 탄생시킨 작품집. 이야기꾼 정민의 2가지 실험

작가 정민은 중앙의 문학상을 통해 등단해 걸출한 창작자로서 차근차근 입지를 쌓던 작가임에도 중앙과 주류 문단이 아닌,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 출판사의 소설집 출간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이는 그가 『바다 하늘 바람, 그녀』에 실린 소설들이 보이는 형식의 실험처럼, 소설의 출간이라는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자본과 주류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스스로 그것을 마다하고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작품에 대한 지원 주체가 바로 소설의 배경인 강원도와 동해시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강원도와 동해가 『바다 하늘 바람, 그녀』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의 소설이 동해의 지역성을 부각시켰다는 점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지역민이 바라본 시선에 가까우리만치 사실적, 감성적으로 그려냈다는 방증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바다 하늘 바람, 그녀』의 표지디자인은 북 아트디렉터인 안지미 씨가 맡았다. 개성 넘치는 북 아트를 선보인 바 있는 안지미 씨의 디자인 또한 책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색과 선 그리고 서체만으로도 돋보이는 북아트디렉팅을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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