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머리에
1 전족을 할 뻔하던 소녀가 당찬 신여성으로 왜 쉬광핑인가|성차별에 대한 반항과 자의식의 성장|반항 정신과 애국: 5?4의 격랑과 후폭풍 속에서|학생운동의 전선에서: 베이징여자사범대학의 교장 배척 2 루쉰과 함께 걸은 길 루쉰과 만나다: 동경에서 사랑으로|투쟁과 함께 자란 애정|베이징의 국민혁명 운동과 쉬광핑|국민혁명의 본고장 광저우에서 겪은 분투와 좌정|루쉰의 그늘 속 동반자 3 새로운 중국을 만든 투사의 쓸쓸한 뒷모습 거목의 그늘을 벗어난 투사: 여권 주장과 항일운동|행동하는 지식인|신중국의 여성 지도자 나머지 이야기 중국 근현대사와 함께 보는 연보 유촉 참고 문헌 |
윤혜영의 다른 상품
|
루쉰의 그늘에 갇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쉬광핑
『아큐정전』을 지은 루쉰은 중국 근현대 문인 중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세상뿐 아니라 가족에게마저 이해받지 못한 채 고립되었을 때 위로가 되고 왕성한 집필을 이끌어 낸 동반자 쉬광핑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중국사를 연구한 저자도 루쉰의 작품을 접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에야 쉬광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열일곱 살이라는 나이 차, 루쉰의 집안에서 맺어 준 첫째 부인의 존재, 사제 관계로 만났다가 부부가 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한 루쉰과 쉬광핑. 두 사람의 결합에는 물론 남녀 간의 사랑이 중요하게 작용했겠지만, 세상의 중심으로 자부하던 유구한 역사를 뒤로하고 서구 열강에게 시달리던 중국이 살 길을 함께 고민하는 동지애 또한 뜨거웠다. 쉬광핑은 어린 시절부터 인습에 저항하는 당찬 면모를 보였으며, 부모가 마음대로 정한 혼약을 파기하고 도시로 나가 여성 최고학부에서 학업을 닦으며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꿈을 키웠다. 베이징여자사범대학 시절에는 낡은 사고방식에 젖어 학생들의 애국, 개혁에 대한 열망을 짓밟은 교장을 배척하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의 삶 그런데 루쉰을 만난 쉬광핑은 맹렬한 기세로 외세와 구습에 도전하던 투사의 모습을 접고 루쉰의 그늘에서 내조에 주력한다. 근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루쉰이 아내에게 한 달 내내 나가서 고생스럽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 봐야 자기가 글 두 편 쓰면 벌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니 집에서 자기를 도와 달라고까지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물론 루쉰이 죽은 뒤에는 쉬광핑이 다시 여성계·문화계의 대표 격으로 새로운 중국의 건설에 앞장서며 활발한 활동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 안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동안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한결같이 공산당 영도하의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믿음을 노래했다. 카미유 클로델처럼 거목인 남편이나 연인에게 눌려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한 여성의 예가 많다. 그런데 서구 여성과 쉬광핑의 처지에는 차이점이 있다. 서구 여성들은 망국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구국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세계사에서 중국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자.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희생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강한 자의식이 있었다 해도 구국을 위해 여권을 혁명에 종속시키며 살 수밖에 없었다. 오늘 한국에 사는 독자들이 쉬광핑에게 눈길을 주어야 하는 이유, 쉬광핑의 삶이 독자들의 아쉬움과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의 중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캉유웨이가 주도한 개혁 운동인 무술변법부터 신해혁명, 5·4운동, 중국공산당 창당, 국공합작, 만주사변, 상하이사변, 7·7사변, 일본의 항복,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등을 거쳐 문화대혁명까지. 쉬광핑의 생애는 중국 근현대사의 격변과 맞물려 있기에,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곧 중국의 오늘을 만든 역사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쉬광핑은 일찍이 자신이 전근대 여성과 신시대 여성 사이의 과도적인 인물이라 과감히 앞서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운동, 항일운동, 민주 운동에 기여한 업적 외에도 유소년기로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자체만을 놓고 보아도 근대 이후 중국 여성의 선구적인 삶의 한 형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의미가 깊다.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쉬광핑과 같은 이들의 삶이 밑거름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의 중국 여성사 연구사상 처음으로 쉬광핑의 전모를 그려 낸 이 책이 남성만의 역사가 아니라 여성이 함께한 역사를 온전히 복원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