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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교황청(2005년 4월 2일)
마침내 교황의 주치의 실비오 레나토 박사가 이제 더 이상 소용없음을 인정하고 간호사들을 제지했다. 박사는 간호사들에게 노인의 얼굴을 새하얀 천으로 가리라고 지시한 뒤 다른 사람들을 방에서 내보내고 드위지크와 함께 노인의 침대 옆에 남았다. 박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UACV본부(2005년 4월 5일) 디칸티는 커다란 칠판으로 다가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살인범은 백인 남자입니다. 나이는 38세에서 46세 사이. 중간 키에 힘이 세고 똑똑한 남자입니다. 대학교육을 받았고 외국어에 익숙하며 왼손잡이입니다. 엄격한 종교 교육을 받았고, 어린 시절에 정신병을 앓았거나 심한 학대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입니다. 사람을 죽여 본 경험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번이 마지막도 아닙니다. 신부님, 이제 범인이 누군지 말씀해보시지요.” 파울러 신부가 입을 열었다. “디칸티 수사관, 축하합니다. 10점 만점입니다.” 신부는 돌아서서 칠판에 무언가를 일필휘지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빅토르 카로스키 성 마태오 연구소(1996년 1월) 파나바즈라 : 지금은 1973년입니다, 빅토르. 지금부터는 제 목소리만 들립니다. 그렇죠? 3643번 환자 : 그렇습니다. 파나바즈라 : 이제 한 가지를 생각해보세요. 커다란 검은색 얼룩이 있어요. 그 커다란 얼룩이 당신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게 뭔지 알겠습니까? 3643번 환자 : 어둠이요. 옷장 안에 있어요. 파나바즈라 : 당신은 몇 시간 동안 옷장 안에 갇혀 있나요? 3643번 환자 : 세어보려 했는데요, 중간에 까먹었어요. 옷장 문에 귀를 바싹 갖다 대면 트랜지스터 라디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야구 중계를 11번 듣기도 했어요. 파울러 박사 : 맙소사. 거의 두 달 가까이 갇혀 있었다는 애깁니다. 파나바즈라 : 그동안 밖으로 나온 적은 없었나요? 3643번 환자 : 실수를 저질러서요. 깡통이 발에 걸려 뒤집어져요. 옷장에 똥오줌 냄새로 진동해요. 나는 토하고, 엄마가 와서 화를 내요. 내 머리를 똥오줌에 처박아요. 그런 다음에 나를 옷장에서 꺼내 씻겨줘요. 파나바즈라 : 그럼 언제 옷장에서 나왔나요? 3643번 환자 : 어느 날이에요. 엄마가 화장실로 데려가 씻겨요. 엄마는 엄마 옷을 내게 입혀요. 엄마는 내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요. 엄마가 아무 소용없는 그것들을 잘라버리고 싶데요. 종교재판소 건물 내부(2005년 4월 10일) 파울러 신부의 눈거풀이 파르르 떨렸다. 파울지치 추기경을 알아본 것 같았다. “안녕하신가, 카로스키.” 파울러 신부가 쉰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순간 파울지치 추기경, 아니 빅토르 카로스키는 왼팔로 쇼 추기경의 목을 끌어안고, 오른손으로 포티에로의 권총을 꺼내 쇼 추기경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댔다. “움직이지마!” 디칸티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메아리쳤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했단 봐라. 파올라 디칸티 수사관, 이 추기경의 머리통을 박살내 뇌가 어떤 색인지 보여줄 테니까.” 연쇄살인범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디칸티는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끓어올랐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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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란?
가톨릭에서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의 모임을 말하며, 교황이 사망하면 16~19일 사이에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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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멕시코, 미국 등
전세계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교황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추기경 연쇄살인사건, 그 비밀 속에 감춰진 추악한 음모와 숨가쁜 추격전!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첫 번째 장편소설 『피의 콘클라베(원제 ESP?A DE DIOS)』로 국제적인 소설가 원형에 뛰어든 스페인의 젊은 작가다. 이 소설은 아주 섬세하다. 짧은 문장, 많은 대화, 아주 명확한 언어로, 출간 후 35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죽음으로 2005년 4월 5일부터 4월 10일 사이에 벌어진 추기경 연쇄 살인 사건을 날짜별로 섬세하게 묘사되며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 중간 중간에 편지, 신문 기사, 의사와 환자의 개인 면담 기록 등이 삽입되어 과거의 사건을 알려준다. 한때 미국에서 물의를 빚었던 성직자들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베트남 전쟁, 니카라과 내전, 가톨릭교회 내부의 진보파와 수구파의 알력, 미국 CIA의 국내 및 해외 활동, 정도를 벗어난 정신 병원 치료 과정, 미국 이민자 가족의 비참한 생활상,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등의 내용들이 중간 삽입 형식으로 되어 있어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사건의 해결을 풀어가는 파올라 디칸티 수사관과 파울러 신부의 미묘한 심리, 소름 끼치는 살인 장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애증어린 관계,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지키려는 이기주의자들의 음모, 범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컴퓨터 기술,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컴퓨터 해킹 기술 등, 읽을거리가 풍부한 소설이다. 기존의 스페인 추리 소설이 할리우드적인 미국 추리소설에 비해 호흡이 다소 늘어졌다면 이 소설은 짧은 호흡으로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