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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나에게 주는 선물 일상의 작은 보석들 작은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 따뜻한 마음을 담아 나를 돌아본다 초대의 기쁨 특별한 식탁 디저트 이 계절에 나는 자신감 생활의 지혜 기분 전환 가슴에 다가오는 글 |
Shizuko Ohashi,おおはし しずこ,大橋 鎭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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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동안 방치해두었던 회색 옷을 입고 목 언저리에 밝은 와인색 스카프를 매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금세 회색 옷이 예전처럼 어울려 보이더군요. 목이 파인 회색 옷에 그린 스카프를 매었더니 이것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회색뿐 아니라 감색 원피스도 이미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시험 삼아 엷은 하늘색 스카프를 둘러보았더니 역시 훨씬 예뻐 보이더군요. 이번에는 빨간 스카프를 해보았더니 스카프 한 장으로 화사한 느낌이 났습니다. 갈색 원피스에도 오렌지색 스카프를 매어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을 때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선명한 녹색 스카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 p.52 얼마 전 친구의 권유로 댄스파티에 갔습니다. 100명 정도가 모인 화려한 자리였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참석자 중에 춤도 잘 추고 차림도 멋진 한 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목까지 오는 스웨터와 바지, 구두까지 모두 까만색으로 통일하고, 링으로 된 금색 귀고리를 하고 있더군요. 온통 까맣게 차려입은 그녀는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까지 멋이란 ‘그 자리의 분위기에 맞는 복장’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했었는데, 온갖 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사람들 속에 온통 까만색 옷을 입은 그녀가 제일 아름다워 보였던 겁니다. --- p.56 식탁에 테이블클로스를 씌우고 식사를 하면 조금 사치스러울 것 같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도 식탁이 즐겁고 화사해집니다. 요즈음은 가족과 뭔가를 함께하는 기회가 줄어들어서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는 식탁은 대단히 중요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녁식사 때만이라도 예쁜 테이블클로스를 씌우고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매일이 무리라면 휴일 저녁식사 때만이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 p.61 금색 체인의 싸구려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줄을 걸고 거울 앞에 비춰보았더니 청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흰색 셔츠블라우스나 스웨터에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한 줄을 더해 두 줄로 해보았더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줄, 같은 걸 세 줄 걸어보았더니 드레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다시 한 줄, 합해서 네 줄을 걸어보았습니다. 한 줄 더했을 뿐인데 훨씬 호화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p.63 이탈리아에서 감기에 걸려 누워 있을 때, 민박집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서 방으로 가져다준 ‘토마토 달걀’의 맛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선명한 색이 어찌나 예쁘던지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가 높을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요. 작고 바닥이 평평한 냄비에 잘게 썬 토마토와 수프를 넣고 끓입니다. 이때 사프란을 핀셋으로 집을 양만큼 넣습니다. 토마토가 익어 물러지면 소금을 넣어 약한 간을 하고, 먹기 직전에 달걀을 풀어 토마토 위에 끼얹은 후 냄비를 불에서 내립니다. 냄비째 놓고 후후 불어가며 먹으면 몸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집니다. 이 토마토도 달걀도 아닌, 두 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신기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탈리아의 친절한 민박집 아주머니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에나 있을 인정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p.166 작고 빨간 순무 래디시radish를 하얀 티 컵에 수북이 담고, 다른 컵에는 각설탕 크기로 자른 버터를 물에 띄웠습니다. 그리고 소금이 담긴 작은 접시도 곁들였습니다. “어쩌면 순무가 이렇게 사랑스럽죠?” “버터를 발라 먹나요?” “버터를 발라도 좋고 따로따로 먹어도 괜찮고, 번갈아 드시는 것도 맛있어요. 소금과 버터를 함께 곁들이는 것도 맛있고 좋아하시는 대로 드시면 된답니다.” 무는 약간 매운맛에 결이 꽉 찼는데 신기하게도 버터와 잘 어울리고 사각사각 씹는 맛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멋진 오르되브르였습니다. --- p.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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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당신에게』는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일상의 잔잔한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게 하는 수필집이다. 마치 울창한 숲길을 거닐다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이 정작 큰 나무가 아닌 작은 들꽃 때문인 것처럼. 그렇기에 누구나 경험하는 별스럽지 않은 소재들로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일상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고 다시금 내 삶을 정돈해주는 특별함을 지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풀어낸 일상을 읽노라면 어느새 내 주위의 공기는 포근해지고, 작은 사물 하나하나는 빛나기 시작한다. 오늘은 또 어떤 즐거운 일을 만들까? 이런 저런 궁리에 빠진 나 자신은 이미 행복감에 빠져들고, 세상은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 느껴진다. 멋진 당신에게…의 중심에 나 자신이 서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우울할 때, 왠지 나만 뒤처진 듯 소외감을 느낄 때… 과연 『멋진 당신에게』는 어떤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이내 안락함을 주는 것일까? 이삿날 돕지 못하는 미안함을 손수 기워 만든 걸레 세 장과 초콜릿이 든 쇼빙백으로 대신하는 친구, 딸기잼을 만드는 5월 어느 날의 행복한 시간, 3일 간의 출장을 앞두고 가족을 위해 나대신 꽂아두는 꽃다발, 액세서리를 하지 않고 집을 나와 옷차림에 어울리는 것을 골라 집으로 돌아가는 휴일 산책의 즐거움 등 그냥 스쳐 지날 법한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디저트들, 평범한 식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센스, 즐거웠던 티타임, 푸근한 당근 수프 만들기, 오픈 샌드위치 더 맛있게 먹는 법 등 행복한 레시피도 가득하다. 잔잔하고 경쾌하지만 때로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여운이 남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이처럼 작은 일상의 글이 돋보이는 것은 이면에 담긴 타인을 생각하는 정성과 마음,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려는 삶에 대한 예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멋진 당신에게』를 통해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생기 있게 주위를 바라보게 됐다면, 이는 아마도 찬찬히 들여다본 작은 일상 속에 숨은 마음과 마음을 맛보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