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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시네마
1997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유미리
고려원 199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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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Miri Yuu,ゆう みり,柳 美里

1968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난 한국 국적의 소설가·극작가다. 외할아버지가 “아름다운 마을처럼 살아라”라는 뜻으로 지어 준 ‘美里’라는 이름과 달리 ‘일본 속의 한국인’으로서 굴곡진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지메(학교 괴롭힘)에 시달리다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하고 뮤지컬 극단 ‘도쿄 키드 브라더스’에 입단, 연기와 연출 경력을 쌓다가 1988년 희곡 『물속의 친구에게』로 극작가로 데뷔했다. 25세 때인 1993년 『물고기의 축제』로 희곡 분야의 아쿠타가와(芥川)상으로 일컬어지는 기시다 구니오(岸田國士) 희곡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
1968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난 한국 국적의 소설가·극작가다. 외할아버지가 “아름다운 마을처럼 살아라”라는 뜻으로 지어 준 ‘美里’라는 이름과 달리 ‘일본 속의 한국인’으로서 굴곡진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지메(학교 괴롭힘)에 시달리다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하고 뮤지컬 극단 ‘도쿄 키드 브라더스’에 입단, 연기와 연출 경력을 쌓다가 1988년 희곡 『물속의 친구에게』로 극작가로 데뷔했다.

25세 때인 1993년 『물고기의 축제』로 희곡 분야의 아쿠타가와(芥川)상으로 일컬어지는 기시다 구니오(岸田國士) 희곡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1994년 문예지 [신초(新潮)]에 첫 소설을 발표하여 소설가로 등단했고, 1996년 소설집 『풀하우스』로 이즈미 교카(泉鏡花) 문학상과 노마(野間) 문예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1997년 자전적 희곡 『가족 시네마』로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제116회)을 수상, 한국과 일본 사회에 큰 화제를 뿌렸다. 2002~04년에는 올림픽 마라토너를 꿈꾸었던 경남 밀양 출신의 외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8월의 저편』을 사상 처음으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에 동시 연재(2002~2004)하여 이목을 모았다. 『우에노역 공원 출구』(2014)는 한국(2015)을 비롯해 프랑스(2015), 영국(2016), 폴란드(2020), 미국(2020)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2020 전미(全美) 도서상(번역문학) 수상하였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12115050

책 속으로

이튿날 아침, 학교로 가는 길에 요코가 깨금발로 내 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아빠가 엽총으로 쏴 죽였어>라고 속살거렸다.

[거짓말, 우리 집에 총이 어딨어?]

[골프채로 때렸어, 루이 머리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고 엄마가 그랬는 걸, 뭐.]

동생은, 키들키들 웃으며 내달렸다. 아버지는 코스는 커녕 공을 치기만 하는 연습장에도 간 적이 없는데, 클럽이 한 세트 들어 있는 골프백을 항상 현관 신발장에 세워 두었다.

--- p.51

'선생님은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내일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텔레비젼 리포터가 몰려들면, 무시하든지 선생님한테 물어 보라고 말해 주었으면 한다. 알겠나, 그건 사고였다. 사고라고 생각하는 학생, 손 들어 봐.'

'울고 짜고 야단들이군.'

고이치는 확실하지 않는 분노를 억누르며 눈을 치켜 뜨고 상황을 살폈다. 뭐야 모두들 손을 들고 있잖아. 체육관 뒤에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어긋난 각도로 보았다. 손이 점점 올라가고, '쳇, 뭐야 다 들었잖아'라고 생각했을 때 고이치는 손을 높이 쳐들었다.

--- p.190

마유미는 울음을 터뜨리려고도 하지 않고 똑바로 앞을 향하고 있는 리나에 대한, 긁혀서 생긴 빨간 선 같은 증오심이, 점차 쾌감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이면 엄습해 오는 모래에 파묻힌 듯한 외로움과, 이대로 싸늘하게 식어 죽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은 공포심과는 정반대로 밀려오는 쾌감에 허벅지와 둔부가 들썩여졌다. 리나의 몸에서 열을 빼앗고 있는 듯한 기분에 끓어오르는 희열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반에서는, 키스 금지야, 절대로 안 돼. 그러니까 너 전학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우리들만이 아니고 우리 반 전체의 의견이니까, 알겠어? 남자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약속해. 이 학교로 전학 오지 않는다고.'

마유미는 넘실거리는 힘을 느꼈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집에 돌아가면 너희 엄마 아빠한테 분명하게 말해, 알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는 안 간다고. 그리고, 우리들이 그랬다고 절대로 말하면 안 돼. 안 그래? 너 학교에 오고 싶지 않지. 5학년에도 그런 애가 있거든. 등교 거부아 말이야. 아무튼 다른 학교로 전학가. 왜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는 거야. 잠자코 있지 말고 대답해.'

--- pp.182-183

교정에 쌓인 벚꽂잎은 비에 더러워져 회색으로 보인다...벚나무에는 꽃잎이 겨우 몇 장 달려 있을 뿐이다...그네에 앉았다...발로 지면을 차자,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석양이 내 움직임을 따라 춤을 추었다...색채가 번져 뿌예지고 뒤에는 음영만 남았다...3월 끝...뜨뜻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교정에 잔물결을 일으켰다...뒤꿈치로 흔들리는 그네를 멈추게 하였다...그러나 발치에서 모래가 움직이고, 썰물 같은 바람에 떠밀려 갈 것만 같아, 나는 바람과 타협하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 p.119

<가족시네마>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확실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의식이 서로 닿을 때마다 접촉 불량을 일으켜 웅성거리는 증오와 짜증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감정의 피막이 찢어져, 우리 형제들에게 접촉하면 감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다섯 명 모두 서로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p.23

<가족시네마>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확실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의식이 서로 닿을 때마다 접촉 불량을 일으켜 웅성거리는 증오와 짜증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감정의 피막이 찢어져, 우리 형제들에게 접촉하면 감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다섯 명 모두 서로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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