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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정치를 묻는다
정치/ 권리/ 의무/ 자치/ 의회/ 헌법/ 관료제/ 권력/ 권위/ 커뮤니티/ 데모크라시/ 엘리트/ 대중/ 미디어/ 종교/ 법률/ 국가/ 천황/ 일본/ 2?26사건 제2부 국제관계를 내다본다 글로벌리즘/ 이데올로기/ 미국/ 국제연합/ 국제법/ 내셔널리즘/ 국익/ 자본주의/ 시장/ 정의/ 자위/ 비상사태/ 전쟁/ 평화/ 종전기념일/ 미일 안전보장조약/ 하이에크/ 호이징아 제3부 도덕을 배운다 자유/ 매너/ 지혜/ 전통/ 공심/ 윤리/ 체스터턴/ 토크빌/ 버크/ 비트겐슈타인/ 고대 그리스 제4부 사교를 이해한다 가족/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학교/ 청춘/ 이지메/ 연애/ 진학/ 모라토리엄/ 근로/ 직업/ 경쟁/ 우정/ 결혼/ 아이/ 유머/ 대화/ 매너 제5부 삶을 고찰한다 질병/ 나이 듦/ 죽음/ 사춘기/ 학창 시절/ 학생 운동/ 전향/ 실존/ 아웃사이더/ 열등감/ 패러독스/ 허무/ 아이덴티티/ 자존/ 신념/ 운명/ 사랑/ 성인 제6부 역사를 돌아본다 프랑스 혁명/ 르네상스/ 진보/ 휴머니즘/ 인권/ 평등/ 산업혁명/ 과학/ 루소/ 아담 스미스/ 마르크스 제7부 철학을 생각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야스퍼스/ 오르테가/ 오크쇼트/ 후쿠다 츠네아리/ 다나카 미치타로우/ 시미즈 이쿠타로/ 미시마 유키오 제8부 실리를 헤아리다 실학/ 일신독립/ 유산/ 미래/ 풍요/ 전문성/ 인생/ 후쿠자와 유키치/ 나쓰메 소세키/ 고바야시 히데오 |
Susumu Nishibe,にしべ すすむ,西部 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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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정치는 인기주의로 빠져들고 있다. 그게 데모크라시의 현실이다.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일단 자신의 정치 의식을 가장 우수한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데모크라시가 가장 열등한 정치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p.50
모든 현상을 인과 관계로 설명하려는 과학주의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설명의 전제, 범위, 그리고 (목적과 수단을 선택해 가는) 방향이 궁극적으로 과학 그 자체에 의해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히 인과 관계로 모든 것을 파악하려 든다면 그것은 단지 주술일 뿐이다. 실제로 요상한 신흥 종교에 과학자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는 현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 p.63 사회주의의 반대말을 물으면 사람들 대부분이 자본주의라고 답한다. 참 기묘한 대답이다. 사회주의의 반대말은 개인주의일 테고, 자본주의의 반대말은 노동주의일 텐데 말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축적'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감정과 사고와 행동 전부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노동자의 단기적인 '임금'과 장기적인 '생활'은 기껏해야 두 번째로밖에 고려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다. 아무리 사회주의가 붕괴했기로서니 노동자까지 자본주의를 예찬하는 오늘날의 광경은 참으로 낯설다. --- p.102 연애는, 죽네 사네 호들갑을 떨어도 타인의 눈에는 속된 말로 '바보짓'으로만 보인다. 다만 그 '바보짓'을 하지 못하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인간은 청년기 즈음부터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을 종종 만나게 된다. 미래가 위기로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지 물러설지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게 성인된 자의 몫이자 삶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연애라는 얘기다. --- p.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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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많은 개념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기초로 세계관을 형성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에 관한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과연 최고선인가?' 우리 헌법은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는 최고의 정치 이념이라 배워 왔다. 그런데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진실일까? 민중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념이 민주주의라 할 때, 민중의 판단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가? 세계대전이라는 처참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히틀러에게 독일 국민들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가? 스스로 파멸을 택할 때조차도 민중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까지 제한해야 하는가? 제한해야 한다면 그것을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수많은 질문들을 통과하면서 주변의 것들과 촘촘하게 관계 맺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척도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1. 개념 정리 : 현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원래 개념이란 것은, 연속적인 흐름으로 복잡하게 중첩되어 존재하는 실제 현상을 우리 의식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게 절단하고 추상화해서 만든 어떤 모형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그것은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그 안에 반영하고 있는 까닭에 현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힘을 압축해서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개념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명료하게 바라본다는 뜻이 되며, 그만큼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흐려지면 우리는 그만큼 힘을 잃고 세상의 흐름 앞에 수동적인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은 깔끔하고 명료하게 정리할수록 좋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연결된 전체의 맥락 속에서 그 개념의 정확한 위치를 짚어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상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현대의 일상에서, 우리 삶을 이끄는 혼돈스런 이러저러한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파악하고 핵심을 체계화하는 능력이야말로 통합된 자아로 살기 위한 중요 자산이다. 이 책 『학문, 묻고 답하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이며, 학문의 진정한 의미를 돌이켜 보게 하는 뛰어난 모델이라 할 만하다. 2. 현실 세계를 읽는 119개의 키워드 이 책의 지은이 니시베 스스무는 이렇듯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는 개념들을 선별해 하나하나 그 의미를 철저하게 추적해 간다. 때로는 용어의 어원을 통해서, 때로는 계보학과 해석학적인 방법론을 동원해 규명하면서 우리 세계의 핵심 급소들을 충실하고도 명쾌하게 정리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학문, 묻고 답하다』는 원로 학자 니시베 스스무의 원숙하고 예리한 사유를 통해 걸러낸 119개의 키워드로 독자의 개념 되돌아보기를 자극한다.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119개의 키워드의 일부가 일본 현대 사회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불가피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개념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예리한 지성의 제너럴리스트, 니시베 스스무 니시베 스스무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비평 활동을 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안에서는 독창성과 깊이를 갖춘 논리적 투철함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 지성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1. 전문 영역을 기반으로 한 제네럴리스트적인 안목의 중요성 첫째, 세상에 대한 균형감을 갖고 있는 전문가적인 제너럴리스트가 사라지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다단해지고 인류의 지식이 쌓여갈수록 자기 분야의 좁은 지식에만 밝은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가 양산되기 쉽다. 물론 특정한 분야에 남달리 정통한 전문가들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담을 쌓고 자기들만의 영역으로 파고들어가 안주하는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다. 각각의 분야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측면으로 다른 분야와 연결되어 있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전체를 통괄하는 머리가 없어 손 따로 발 따로 움직이며 뒤틀리는 육신을 가진 괴물로 우리의 문화는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전체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양의 힘이며, 이를 갖추려면 학문에 대한 진지하고도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세상이 고도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킳게 살필 줄 아는 교양인, 즉 제너럴리스트는 특별히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하여 스페셜리스트에 비해 많이 폄하되고 있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의 안목과 통찰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 영역에 뿌리내리면서도 전체를 살피고 맥락을 파악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전문적인 능력, 그것도 제일 중요한 능력이라고 니시베 스스무는 말한다. 자기 영역을 전체 영역에서 파악해내는 제너럴리스트야말로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것이다. 2. '나'와 공동체의 근거인 전통의 중요성 둘째, 전통의 중요성이다. 세상을 전체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으려면 동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고찰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현재를 구성하게 만든 과거의 전통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전통은 현재에 대한 전제이자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다. 니시베 스스무는 키워드로 삼은 대상을 세계 내 존재로서 촘촘하게 파악해 가는 한편,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그것이 시간 내 존재임을 보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전통은 인류의 경험이 축적된 지혜의 근원이기에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체계를 세우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에 의하면 혁명이라는 뜻의 영단어 revolution는 '다시'라는 뜻의 re와 '소용돌이, 회전'이라는 뜻의 volution이 합쳐진 낱말로 과거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새롭게 불러오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구체제의 전복을 혁명의 첫단계로 보는 통념을 깨는 발언이다. 그리하여 전통은 미래를 예측하고 읽어내는 중요한 거울이 된다. 3. 지적 성실성과 논리적 일관성 니시베 스스무는 이렇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전체의 맥락이라는 공간적인 축과, 전통과 미래라는 시간적인 축을 활용한 거대한 기획 안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제시한다. 모범적인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면모라 할 만하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놀랄 만큼의 지적 성실성과 논리적 일관성이 설득력을 더한다. 그는 의견을 말할 때 두루뭉술 넘어가는 법이 없다. 때로는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논쟁을 피하며 대충 타협하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철저하게 검증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논리를 세우는 치열한 자기 비판의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학자적 양심이라 일컬을 수 있지 않을까? 용기 있는 지식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니시베 스스무는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학문, 묻고 답하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비판적 성찰의 계기 니시베 스스무는 이 책 곳곳에서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학문의 자세라는 것이다. 이미 주어져 있는 개념이나 생각들을 비판 없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개념'에는 그것을 처음 제창한 이의 신념이나 의지가 배어 있게 마련이어서, 다른 이의 시선으로 내 삶을 운영해 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 종속적인 삶이다. 말하자면 지금 내 생각이 과연 정말로 내 생각인지를 끊임 없이 물어 보고 반성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우매한 대중의 일원, 야스퍼스의 말처럼 "신앙없는 미신을 가진 존재"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쉽지 않은 성실성을 요구한다. 1. 『학문, 묻고 답하다』-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하는 거울 이러한 자세는 이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각종 주장과 신념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전통은 현재의 전제"라는 니시베 스스무의 말처럼 그가 세운 논리와 개념들은 일본이라는 구체적 문화와 역사에 직접 맞닿아 있다. 민주 공화정의 정치 체제와 천황 제도의 공존을 주장하며, 민족 자결의 논리에 따라 자위대 강화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하는 그의 모습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기에 입장이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일본 사회를 소재로 일본인이 쓴 책이다. 그래서 일본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상의 핵심을 짚어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유의 철저함과 탁월한 혜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니시베 스스무는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일본이 추락하는 50가지 이유』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자기 객관화에 철저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그의 문제 제기 방식과 진단, 나아갈 방향을 도출해 내는 사유 방식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를 짚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동의 와중에 있다. 길게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골을 더 깊게 한 측면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 역시 전체의 맥락 속에서 부분들을 종합해 내는 '큰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데서 오는 폐해일 수 있다. 전체 시스템의 취약점과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진단과 방향 제시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또한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개념 규정에 있어서도 혼란스런 상태이다. 예를 들어, 요즘 흔히 이야기되는 좌파와 우파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무엇이 좌파이고 무엇이 우파인가? 대기업을 살리자고 하면 우파이고 복지를 강화하자고 하면 좌파인가?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 우파고,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 좌파인가?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근거에 대한 성찰 없이 현상만을 놓고 라벨 딱지를 붙이는 태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2. 자신과 공동체에 책임을 지는 지식인의 역할 일본 사회 역시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 있었고, 니시베 스스무는 그에 대해 책임 있는 지식인의 응답으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학문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통찰로 세상을 읽는 명쾌한 기준들을 일본 사회에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좌파와 우파를 전통을 전복하려 하느냐, 계승하려 하느냐로 구분했다. 이러한 구분은 전통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힘이며, 그 안에서 지혜를 빌려와야 할 보물창고라고 보는 그의 진단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말하자면 그의 개념 체계는 이렇듯 유기적으로 철저하게 상호 연관성 아래 맺어져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이 좌우에 대한 그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르게 개념 정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의 개념 정의를 위한 철저하고도 모범적인 사고 과정의 예를 보여준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몇몇 부분은 우리 사고방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별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지극히 일본적인 생각과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런데도 편집 과정에서 되도록이면 손을 대거나 수정하는 등의 개입을 최소화한 것은 지은이의 생각이 되도록이면 원래 모습 그대로 명료하게 드러나기를 바라서였다. 말하자면 이 책의 텍스트를 이용해 한국 사회를 비추려 하기보다는, 한국 사회를 비추는 또 다른 거울을 만들기 위한 제작 원리로 이 책이 쓰여지길 바란 셈이다. 그것이 굳이 이 책을 지금 이 시점에 우리 한국 사회에 내놓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