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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Good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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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페브르가 얘기를 시작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내게 이 도시는 여자와 같습니다. 아침의 이스탄불은 비잔티움이죠. 선생도 알겠지만 비잔티움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스 마을에 불과하죠. 비잔스(비잔티움을 여성의 이름처럼 바꾼 것)는 젊고, 꾸밈없고, 아주 단순합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죠. 알렉산더가 왔다 갔습니다. 하지만 비잔스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의 손이 쟁반 위를 맴돌았다. “그런데도 한 남자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듭니다. 그는 바로 예루살렘과 로마의 주인이죠.” 팔레브스키가 잔을 들이부었다. “콩스탕틴(알제리 북동쪽의 도시)의 군주(콩스탕틴을 재건한 콘스탄티누스 1세를 가리킴)는 사랑에 빠집니다. 그게 언제였더라, 서기 375년? 비잔스는 그의 차지가 됩니다. 그에게 아주 잘 맞는 짝이죠. 그는 그녀를 왕후의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자기 이름을 여자에게 주죠. 콘스탄티노플, 콘스탄티누스의 도시. 로마 제국의 새로운 심장. 여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콘스탄티누스는 첩에게 보석을 퍼붓는 남자처럼 고대 세계를 약탈합니다. 그리고 여자에게 리시포스(알렉산더 대왕의 궁정 조각가)의 네 마리 청동말을 가져다주죠. 그것이 지금은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또한 델포이에서 뱀 기둥을 가져다줍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에서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기까지 정복한 세계의 공물을 전부 가져다줍니다.” “자기 어머니에게도 가져다줬습니다. 그녀를 잊지 마시오.” 팔레브스키가 덧붙였다. 르페브르가 대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론 성녀 헬레나(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곳으로 와 예수가 매달렸던 십자가를 발굴했죠.” “고고학자들은 그녀를 수호성인으로 삼아야 합니다, 르페브르.” 프랑스인이 두 눈을 깜빡였다. “기독교 세계의 모든 성스러운 유물이 이 도시로 들어왔습니다. 초기 성인들의 유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박은 못.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잔과 접시. 성물 중의 성물이죠, 선생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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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제국,
눈부신 영광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이 드러난다! 비잔티온,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이스탄불……. 지배자와 정복자에 따라 이름이 수도 없이 바뀌었으며,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져 융합과 화합을 거듭한 문화의 교차로이자 기독교와 이슬람이 정면으로 충돌한 그곳 이스탄불. 혼란과 화려함이 극에 달했던 19세기의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오스만 제국의 ‘환관’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특별한 전작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에서 저자인 제이슨 굿윈은, 역사적 지식과 19세기 동유럽에 대한 해박한 식견은 물론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의 재미를 고루 선보여 2007년 추리 소설 최고의 영예인 에드거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출간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의 두 번째 소설『스네이크 스톤』은 전작의 기대를 뛰어넘어 더욱 심도 있게 이스탄불의 과거를 파고든다. 1453년 5월 29일,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던 날 홀연 종적을 감춘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격전 중에 전사했으리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황제를 상징하는 보랏빛 반장화를 신고 참전한 그의 이후 행적은 오랜 세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같은 날 아야소피아 성당에서 사라진,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보물. 이 두 가지 미스터리가 정통 역사학자이기도 한 굿윈의 손에서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재현한 19세기 이스탄불의 삶과 문화! 단 한 편의 소설로 추리 문학 최고의 영예인 에드거 상을 수상한 제이슨 굿윈. 소설가이자 터키 역사를 전공한 정통 역사학자인 그는 이미 이스탄불 여행기 『걸어서 골든 혼까지』로 존 르웰린 라이스 상을 수상하며 이스탄불의 문화와 오스만 제국의 역사에 관한 깊고 넓은 이해를 증명한 바 있다. 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놓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은 역사책 속 전설로만 잠자고 있던 이스탄불을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되살려 놓는다. 이스탄불의 자연 풍경과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풍속 세밀화를 보듯 생기 넘치며, 다양한 토속 음식에 대한 묘사는 알싸한 향신료의 풍미로 와 닿는다. 전 세계 리뷰어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이 같은 세밀한 묘사는 단순히 사건의 바탕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이고도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서 보고 듣고 맛보는 관능의 즐거움으로 독자를 이끈다. 『스네이크 스톤』은 역사적 쟁점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스릴러처럼 빠르고 실감나는 상황 전개가 일품이다. 시종일관 팽팽하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의 힘과 문화에 관한 확신 그리고 거침없는 문장력은 19세기 오스만 제국의 문화와 역사를 속속들이 파악한 저자이기에 가능했다. 저자의 능수능란한 묘사에 취해 터키의 이국적 풍경을 한껏 즐기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중심부에 도달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언뜻 스쳐지나간 말 한 마디, 무심하게 흘러간 사건 하나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어느 순간 이루어내는 풍성하고도 정교한 문양! 그 아찔함이야말로 태초부터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인간이 본능적으로 찾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