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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원 답사수첩》을 내면서
《한국정원 답 사수첩》의 구성 궁궐 경복궁 전통정원 답사 1번지 창덕궁 자연의 숲을 후원으로 창경궁 정조의 생각을 따라 경운궁 대한제국의 웅지와 고뇌가 서린 고종의 거처 전북 광한루원 너른 연못가의 누각, 그리고 홍예교 위로 조선의 연인들처럼 거닐면서 남원 몽심재 꿈꾸는 듯 둘러 본 남원의 명가 정읍 김동수씨 가옥 장풍득수하는 터에 집을 들이다 전남 구례 운조루 구름 피어오르는 하늘을 보니 새들이 돌아오네 담양 후산리 명옥헌 원림 구슬 같은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 섬 속에 낙원이 여기 있었네 보성 이용욱 가옥 담장의 구멍을 통해 안과 밖에 소통하네 소쇄원 바람과 물과 소리의 정원 송광사 계원 우화등선의 세계를 한눈으로 감상하다 운림산방 구름숲에서 자연을 그려내다 임대정 원림 연꽃 피어나니 군자의 고고함이 더욱 빛난다 정다산 유적 강진벌을 내려다보는 차밭이 되어 경남 양산 어곡리 우규동 별서 개울물 소리에 귀가 멀었다 용호정원 진주 들녘에 중국 대륙의 명승이 창녕 석리 성씨 고가 창녕벌에서 넉넉한 별당마당을 만나다 함안 무기연당 강물에 몸을 씻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노래를 부르리라 함양 일두고택 천하명승의 골산이 여기에 대구·경북 달성 삼가헌 사랑채 정원 물 위에 떠 이R는 누마루에서 신선처럼 도산서당 매화 분을 사랑한 퇴계의 소박함을 보다 독락당 홀로 있어 즐거운 산수정원 불국사 구품연지 무영탑의 그림자 신비로운 상상 속의 정원 안동 임청각 누정에 오르니 눈 아래 호수가 안압지 지원 바다를 옮겨놓은 궁원 양동 서백당 참고 참으라. 거기에 서있는 향나무처럼 영양 서석지 예사롭지 않은 돌과 함께 안빈낙도 하리라 영천 정용준씨 가옥 연정정원 연향 그윽한 정자에 앉아 청암정 정원 사대부가의 별원 초간정 원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네 대전·충남·충북 괴산 김기응 가옥 학이 날아들 듯 걸림 없이 살리라 남간정사 간수 위에 떠 있는 공부방 논산 명재고택 정원 고졸하고 소박한 명가의 정원 아산 외암마을과 정원 심산의 계류를 품은 정원들 서울·경기·강원 선교장 활래정 신선이 머무는 그윽한 곳 청평사 지원 산을 끌어다 품에 안은 영지 석파정 뜨락의 소나무처럼 품위 있는 삶의 자리 성락원 성 밖 자연의 즐거움을 누리는 집 진접 여경구 가옥 넉넉한 마음으로 마을을 내려보니 연표 용어 일반 건물 및 정원 소재의 명칭 옛 정원에서 흔히 보는 나무들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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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정원은 없다!?
“한국의 정원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난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요.” 외국의 한 조경학자를 데리고 창덕궁 후원을 보고 나온 어느 교수가 들은 말이란다. 이 외국인 학자는 자로 잰 듯 잘 다듬어 놓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의 정원이나 일본 료안지(龍安寺)의 적절히 비우고 채운 사람의 손길이 많은 닿은 모습을 연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창덕궁 후원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어느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니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흔히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너무 사랑해 손대는 것을 싫어하고 그 자연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정원하면 소쇄원 이외에는 바로 떠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간혹 책을 보거나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찾아가더라도 무엇을 봐야 할지 난감하거나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그렇게 부풀려 얘기 했나’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전통정원이란 2006년 2월 『한국정원 답사수첩』을 출간하기로 하고 필자들과 함께 처음 찾은 곳은 대전의 남간정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무슨 정원이 있는지, 정원이 있다면 무엇을 봐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으니 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깜깜했다. 정원이란 일정한 구역에 인공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꾸며 놓아 주변 자연과 구분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 전통정원은 자연 속에서 그것과 하나가 되어 있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꾸며놓은 것인지 바로 알 수가 없다. 자연을 사랑했고 또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만큼 가급적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허투루 손질을 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일정한 구획이 없고 작위로 꾸미지 않아 주변 자연과 구분되지 않는,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정원이 아닌 곳이 되어 버린다. 이 작업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전통정원을 정의하고, 그 정의에 부합하는 정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선별해야 하는 일이었다. 우리를 괴롭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5~6쪽 책 얘기가 나오고 처음 대상지로 선정했던 정원은 158곳이었다. 이 158곳을 선정한 기준은 선학들의 연구 자료가 한 건이라도 있느냐다. 그러나 정원을 만든 사람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나 많이 변한 곳들을 제외시키니 60여 곳이 남았다. 필자들은 이 60여 곳을 중심으로 각자 집필할 대상지를 정하고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답사를 다녔다. 그리고 다시 정원의 요소가 한눈에 잡히지 않는 곳,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다소 망가진 곳을 제외하고 40여 곳의 정원을 다루게 되었다. 『한국정원 답사수첩』의 의미 『한국정원 답사수첩』은 우리 전통정원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첫 번째 책이다. 간혹 ‘정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행서 형식의 책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책들에서 소개하는 정원은 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취사선택된 대상들이다. 『한국정원 답사수첩』의 필자들은 개인의 호불호는 배제한 채 “전통정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정원의 범위를 정하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얘기한다. 첫째, 이 책에는 정원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만 싣기로 했다. 작정자, 주인, 혹은 그 정원을 조영할 때 깊이 개입한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개인적인 정원이라는 점이 첫 번째 조건이었다. 이 책에서 정자나 누각을 제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답사 대상 정원을 선정하기 위하여 전통정원의 연구논문이 발표된 학회지와 단행본들을 수집했다. 필자들이 개인적으로 익히 알고 있다하더라도 반드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였고 우리 나름의 판단과 소견은 최소한으로 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모든 대상지를 답사하여 확인과 탐색을 하되 선행 연구자들의 시각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셋째, 다소 애매한 기준일 수도 있지만, 첫눈에 정원다운 모습을 대할 수 없는 곳은 다루지 않기로 했다. 반드시 정원을 구성한 형태가 존재하고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은 아니겠지만, 차경, 시경을 이룬 것까지 다루는 것은 삼갔다. -8쪽 『한국정원 답사수첩』은 서원정원, 관아정원, 고택정원, 별서정원과 같이 형식상의 분류보다는 지역별로 구분해 실제 답사하는 사람들의 활용도를 높였다. 또한 소개하는 정원의 모든 배치도를 책에 맞게 모두 새로 그려 넣었다. 배치도에는 수목의 위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건축물들을 표기하여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책 뒤에는 연표를 넣어 지역별, 시대별 특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용어는 물론 나무나 화초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을 따로 구성해 현장에서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나무나 화초 설명부분에는 사진을 함께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전통정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들 답사를 다니다보면 눈을 잡아끄는 연못이나 나무, 이상하게 생긴 돌이 놓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왜 그런지 궁금할 때가 있다. 양동 서백당에 있는 향나무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 나무는 마당의 꽤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있는지……. 또한 논산 명재고택 앞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왜 집 안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그런 곳에 있는지, 왜 대문 밖에 앞마당을 두었는지 작정자의 의도를 알게 해준다. 사랑채 툇마루에 올라 앉아 정원을 되돌아본다. 문간채 쪽으로 노송이 관록 있는 고택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 아래에 너럭바위가 있다. 신선이 불로초를 달이는 광경이 그려진 산수화를 연상하게 한다. 눈을 발 아래로 돌리면 마루 아래 석함에 담겨 있는 일곱 개의 괴석이 보인다. 이 집의 당주였던 이용기가 관직에 있을 때 제주도와 전국에서 모은 괴석들이다. 개구리 형상의 돌은 고개를 세워 마루 위를 쳐다보고 있다. -‘아산 외암마을과 정원:아산 건재고택’ 중에서(462쪽) 논산 명재고택에는 집안이라 하기에는 많이 떨어져 있고 집밖이라 하기에는 꽤 가까운 곳에 커다란 연못이 있다. 이 연못 덕에 고택은, 특히 고택을 향해 들어오는 방향에서 보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연못을 제외한다면 눈에 금방 띄지 않는 화계와 사랑채 누마루에서 내다보이는 조망경관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요소들이 있다. 조망경관, 즉 방에서 외부공간을 내다보면서 만날 수 있는 연못과 마당,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정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짧은 시간 둘러보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별달리 눈에 띄지 않는 점이다. 그저 한눈으로 쑥 훑어본다면 연못이외에는 크게 눈여겨 볼 부분이 없어 보인다. 다양한 조원소재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원이 있는가 하면 논산 명재고택처럼 뚜렷이 내세울 만한 조원소재가 보이지 않아 약간 고민해 보아야 하는 정원들이 있다. -14~15쪽 다른 모습, 같은 생각을 가진 『한국정원 답사수첩』의 세 필자 강영조(동아대 조경학과), 정기호(성균관대 조경학과), 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는 1992년 있었던 세계조경학대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후 경관역사연구회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전통정원, 마을, 사찰 등을 다니며 사람과 자연, 경관의 관계를 추적해갔다. 역사경관에서 삶의 흔적을 읽어내는 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정기호 교수는 이 책의 전체 구성을 짜고 연구 자료들을 모았다. 간혹 처음에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정기호 교수는 궁궐이나 도산서당과 같이 작정자의 의도를 깊이 있게 얘기해주어야 하는 부분을 집필했다. 전통경관의 형식을 주로 연구하는 홍광표 교수는 우리 전통정원 관련해 가장 많은 자료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홍광표 교수는 자신이 가진 풍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각 정원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주로 얘기한다. 또한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이 책에 사용하기 위한 도면과 스케치들을 모두 그렸다. 경관공학을 전공한 강영조 교수는 이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초기 목록을 정리하는 등 이 책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의 특유의 풍경 묘사 솜씨는 글을 읽는 이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앞의 두 사람이 주로 역사적 사실이나 정원 요소들을 강조했다면 주변 경관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연계해 정원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