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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현장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다
일러두기 머리말 - 실패에서 배우기 1장 두가지 이야기 : 부안과 새만금 2장 '입장'은 어떻게 형성되고 대립했나 3장 갈등은 무엇을 먹고 자라나 4장 문제 해결을 위한 몇가지 새로운 시도 5장 절반의 성공, 절반 이상의 실패 6장 보전과 개발, 함께 가는 길 찾기 맺음말 -갈등의 미학 부록 주 구술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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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와 창비가 함께 발간하는 ‘우리시대 희망찾기’ 씨리즈의 여섯번째 책. 우리시대 가장 위중하고 긴급한 문제인 동시에 해결이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환경갈등을 다룬다. 2000년대 들어 발생한 환경분쟁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부안 방폐장 건설의 진행과정을 ‘지역에서의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의 충돌로 재구성하고 쟁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을 찾는다. 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한 지역주민, 중앙 및 지역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과학자, 법률가, 언론인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극단적 대립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구조를 세세히 들여다본다.
우리사회 환경갈등의 시금석, 새만금과 부안 새만금과 부안은 그 갈등의 시발이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연원이 오래되고 안팎으로 복잡한 속사정이 얽혀 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갈등이 폭발한 것인데, 그 핵심에는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명제가 제출된 바 있지만 이 당위적 구호만으로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환경운동가와 환경법 연구자인 이 책의 지은이들은 거꾸로 갈등의 양상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앞으로 환경문제에 좀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효과를 가진다고 본다. 새만금과 부안은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른 뒤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종식’하려고 서두른 탓에 얻을 수 있는 교훈마저 저버렸다. 지은이들은 두 사건을 제대로 돌아봄으로써 최근의 대운하 사업 등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갈등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갈등의 깊은 뿌리와 복잡한 줄기 새만금 문제의 발단은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만들어낸 환상에 경제적 보상심리가 겹쳐 환경 및 생태적 가치를 압도해버린 것인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뿌리에는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발전에 대한 반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한다. 여기에 정부와 주민 간, 정부의 유관부처들 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지역주민들 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간의 입장 차이가 겹쳐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와 주민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비공식적 경로로 불명확한 정보를 접한 주민의 막연한 기대나 불안감이 커지면서부터다. 정부측은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지은이들이 청취한 주민들의 정서는 크게 다르다. 일방적인 사업내용 설명에 그칠 뿐 그 실효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이나 반대급부에 따르는 불안감을 끈기있게 들으려 하지 않는 정부측의 태도는 실망과 불신감을 심어주게 된다. 전문용어로 치장된 정보를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학습하고 상호토론하면서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숙의민주주의’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객관성과 관료주의의 문제 환경갈등 해결에는 과학적인 접근방식과 합리적 태도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업의 안정성에 관련해서 과학적인 판단은 존재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주민의 불안감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다. 여기에 ‘아는 만큼 믿는다’ 식의 잣대를 들이대서 불안감과 의심스러움을 폄훼하거나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곤란하다. 게다가 과학적 입장이 순수한 객관성을 담보하는가 자체도 논란거리이다. 지은이들이 만난 국책 혹은 민간 환경연구소 및 학회의 전문가들은 과학적 판단 역시 본인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 정보의 양이나 접근방식에 따라 실제로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고백한다. 환경정책의 무분별한 수립과 추진에는 관료주의의 병폐도 큰몫을 차지한다. 조직이기주의와 비효율성, 책임 전가와 불투명한 행정은 새만금과 부안 모두에서 극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민과 접촉면이 큰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인 민의 수용은커녕 상명하달에 따른 정책 홍보에 불법적인 방법도 동원하는 식의 폐단까지 나타났다. 주민투표와 민관공동조사, 법원 판결까지 지은이들은 새만금과 부안의 갈등 해결을 위해 동원된 주민투표와 민관공동조사, 법원 판결 등의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면서 그 득과 실을 따져본다. 주민투표는 가장 일반적인 참여방식일 수 있지만 국책사업 찬성을 위한 도구로 기능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실제로 부안 이후 경주 방폐장 선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새만금에서는 민관공동조사단이 꾸려져 많은 기대를 모았다. 찬반 양측이 모여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형식이지만 과학자 역시 개인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애초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리는 한계를 보였다. 지은이들이 만난 당시 조사단 관계자는 찬반 양측의 추천이 아닌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나 시민배심단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법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사법부의 보수적 생리상 국책사업의 중단까지 요구할 수 있는 공정한 판결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남긴다. 두 사건이 정부와 환경단체에 남긴 것 지은이들은 지역주민과 공무원 양측의 인터뷰를 통해 새만금과 부안에서 정부가 얻은 것은 사업이요 잃은 것은 국민의 신뢰라고 평가한다. 특히 방폐장의 경우 주민의 설득과 동의보다는 금전적 보상의 홍보에만 급급했고 부지 결정 단계에서부터 밀실행정의 혐의가 있어 애초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우여곡절 끝에 경주로 옮겨갔지만 고준위 방폐장은 아직 논의조차 못했음을 환기하면 앞으로 훨씬 정밀하고 복잡한 프로쎄스가 필요할 것이다. 환경단체들 역시 두 사건을 겪으며 많은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대안 없는 반대운동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 우선이고, 압도적인 국가의 힘에 맞서려다 보니 일사불란한 움직임 가운데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는 묻혔다는 것 역시 반성할 지점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삶과 정서에 거리를 둔 중앙 중심의 운동방식도 시민운동의 저변 확대 면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보전과 개발의 딜레마를 풀자 누구나 환경보전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구체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고 들면 태도가 달라진다. 지역에서 환경갈등을 풀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적 불평등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책사업을 사회적 형평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려 불균형 상태를 완화하지 않는 한 지역이기주의(님비)와 지역유치 선호(핌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와 함께 토건자본 중심의 하드웨어 발전관에서 벗어나 생태를 철저히 보전하고 지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감수성과 상상력의 확장을 제안하는 한편, 상생과 조화에 바탕을 둔 문화를 수립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환경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란? 우리 사회의 현실적 담론모색에 주력해온 창비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 전 13권을 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국가정책이나 사회제도의 변화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 등에 치중해온 것에서 벗어나, 생활현장에 밀착한 ‘구술면접 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술면접 연구는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듣고 취재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하여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경험과 문화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질적 접근”은 시민들이 직접 생활세계 속에서 체험하며 얻은 지혜에 기초한 덕분에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