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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생처음 걸은 산성계곡 길 - 느닷없이 다가온 기쁨
2 바윗길이 적은 곳을 찾아 북악에서 대성문으로 - 책 속에는 없는 길 3 성벽 따라 대남문에서 대동문으로 - 실패한 문화유산 답사 4 네 발로 기어오른 족두리봉 - 과거의 길에 머물러 있네 5 진흥왕이 비봉 정상에 오르기는 했을까? - 도전하고 싶은 마음 6 비봉능선 바윗길을 완주하다 - 길 위의 슬픔들 7 위문 아래 돌계단은 정말 힘들어 - 흰 구름 속으로 들어갈 날은 8 숨이 멎어도 행복한 숨은벽을 보다 - 그를 만지니 더 경이로운 풍광이 9 의상능선이 잘 보이는 응봉능선 - 영원히 북한산을 타는 사람 10 오르락내리락 쉽지 않은 의상능선 - 부처님의 은덕일 거야 11 산성계곡 길이 한눈에 보이는 원효봉 - 고독의 길을 계속 가련다 12 산성주능선 주변을 맴돌다 - 산에도 내게도 봄이 왔네 13 진달래능선도 타고 상장능선도 타고 - 북한산 자락에 묻힌 이들 14 북한산을 떠나 도봉산으로 -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 산 15 도봉산을 거닐며 알피니즘을 생각하며 -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 16 북한산을 종주하다 - 삶도 산행도 자신감이 붙다 17 백운대 아래를 돌고 도는 산행 - 산이 길이고 길이 산이네 18 다시 나 홀로 북한산행에 나서며 - 내 안의 검은 고독, 흰 고독 작가 후기 |
김서정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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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이해 못하는 백수 산행기
김태희(도서1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야 모두 다르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만큼 특이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백수가 된 이 아저씨. 어느 날 문득 북한산이 눈에 들어와 등산을 시작한다. 평생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북한산 오르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굳이 정상까지 오를 필요 있냐는 마음으로 시작한 산행이었다. 오죽하면 물 한 병 챙기지 않고 오르기 시작했을까.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어이없는 에피소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물론 금새 정신을 차리고 물과 김밥을 사들고 오르기 시작했지만…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등산복과 등산화였지만 정상이 목표가 아닌 이 아저씨에겐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처음 산에 올라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도 하고 길도 헤매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조금씩 자신만의 산행길을 찾아가게 된다. 힘들어서 도중에 내려올까도 했지만 집에 돌아가 딱히 할 일이 생각이 안나 그냥 오르기를 택하고 마는 단순함. 남들은 일하는 평일 낮 시간에 누군들 산에 오르고 싶었을까. 거의 1년이란 시간을 오로지 산을 오르기 위한 시간으로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오르게 된 산에서 그는 산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삶에 대한 지혜도 얻게 된 것 같다. 산에 오르다 힘들어서 잠시 쉬다 보면 놀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게 느껴져 아무 생각도 안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산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는 솔직하게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매일 같은 길로만 가다가 어느 날은 새로운 길에 찾아 나서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오르기도 한다. 가다가 힘들면 내려오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초보 산행자에서 이제 나름의 노하우를 선보이는 비교적 전문적인 산악인이 되어있다. 산에는 수많은 등산 코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길이다. 편리한 등산을 위해 잘 닦아 놓은 길도 있지만 산에 처음부터 길이 있던 것이 아니고 사람이 오르려다 보니 길이 생겼고, 누군가가 가고 나니 길이 된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처음엔 누군가 갔던 길도 두려움에 휩싸여 올랐지만 이제는 가면 길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면 비록 1년간 백수로 지내야 했지만 산에 오르게 된 건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에 등산은 1년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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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나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는데 몸뿐 아니라 마음도 헤매고 있었다. 어떤 이는 30대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40대에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내가 일해 온 분야에서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아니 회사에 손해만 잔뜩 끼친 채 물러나야 했기에 그 패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내 분야에서 재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무렵 문득 북한산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운명처럼, 도둑처럼, 연인처럼, 분신처럼, 또 다른 삶처럼 내 안에 북한산이 쓱 비집고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 p.11
나는 터벅터벅 산성매표소로 향했다. 힘없이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내가 등산객들과 뭔가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내 등에는 배낭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산에 간다고는 했지만, 약간이라도 지쳤다 싶은 마음이 들면 여지없이 산을 등지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는지 나는 물조차 챙기지 않았고, 내 자신의 무모함에 경악해 결국 물을 사러 가게에 들렀다. --- pp.12~13 내가 “어디가 길인가요?”라고 물을 때마다 그들은 늘 “가면 길이죠.”라고 대답했는데,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아니 북한산 길을 훤히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 어떤 방향으로 가든 길은 늘 있었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무슨 운명처럼 또 부지런히 산에 몸을 맡겨야 했다. --- p.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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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없이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평생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장담하던 김 씨. 어느 날 백수가 되어 집에서 뒹굴다가 문득 산에 오를 결심을 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삶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 그런 단순한 목적도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산행에 따라가서도 계곡에서 막걸리만 마시던 생초보 등산객. 산에 대한 아무 ‘개념’이 없기에 할인 마트에서 산 싸구려 등산복에 배낭도 없이 산행에 나선다. 검은 비닐봉지에 생수 한 병, 김밥 한 줄, 오이 하나 달랑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땀범벅이 된 김 씨. 그제야 자신이 목적지도 없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대남문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40분 정도요.” 하지만 그 길은 그에게 두 시간이 걸리고 만다. 가파른 오르막은 한 번에 열 발자국을 떼기도 힘들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라는 눈길로 흘끔흘끔 쳐다본다. 우여곡절 끝에 대남문에 오른 김 씨. 맑은 하늘 아래 저 멀리 보이는 서해를 본 순간, 그만 북한산과 사랑에 빠진다. 북한산의 감동을 맛본 김 씨. 이제 과감히 ‘나홀로 산행’에 나선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직은 도무지 동행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에 오르는 게 두려워 한동안 주변 봉우리와 능선만 돌아다니기도 한다. ‘실력 키워서 갈게.’ 비록 같이 산에 오른 친구에게 산을 못 탄다고 면박당하고 집사람에게 여전히 백수 신세라고 구박받지만 그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북한산과 또 다른 사랑을 쌓아 간다. ‘북한산에 이렇게 많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을 줄이야!’ 급기야 북한산을 배경으로 베스트셀러 소설을 펴낼 생각에 행복에 젖지만 구상도 못하고 실패하고, 산행이 힘들 땐 ‘난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있는 거야.’라며 핑계를 대지만 북한산 앞에서는 언제나 한없이 작아질 뿐이다. 평일 산행을 하다가 다른 이들의 주말 야유회 흔적에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한숨짓던 김 씨. 그렇게 한 해, 두 해, 5년 넘게 북한산에 오른 그에게 산이 준 선물은 놀랍다. 83킬로그램이던 몸무게는 65킬로그램으로 20킬로그램 가까이 줄었다. 입에 달고 살던 담배도 끊었다. 백수라는 자괴감을 벗고 일과 삶에 대한 열정도 되찾았다. 북한산 종주도 성공하면서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등반 실력도 갖추었다. 이제 산에서 누가 “어디가 길인가요?”라고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한다. “가면 길이죠.” 【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는 분 】 ★ 전문가 수준의 산악인―산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분은 바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김 씨의 ‘후들후들 산행’에 아마 속이 터질 것이다. ★ 기초 체력이 좋은 분―가끔 산에 가도 정상에 쉽게 오르는 분은 ‘매주 산에 오른다’는데도 신통치 않은 김 씨의 ‘저질 체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 탄탄대로의 회사원―회사에서 잘릴 걱정 없는 실력파 직장인은 평일은커녕 휴일에도 등산하기 어려울 테니 김 씨를 비웃기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