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Buen Camino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01-44 Namaste “나를 있게 한 모든 것에 경배를” 01-45 그리고, 제법 따뜻한 여행 |
우근철의 다른 상품
|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는 절대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갈림길이 나와도, 숲에서 길을 잃어도 언제나 노란 화살표가 우리를 안내해주기 때문에 의심 없이 믿고 걷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그곳에 반드시 도착할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길에도 화살표가 있다면 어떨까.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이쪽이 더 좋은 길인지, 지금 내가 제대로 가긴 하는 건지, 언제나 갈림길 앞에서 주변을 살피고 망설이며 주저하게 되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다수가 걷는 길을 쭐레쭐레 뒤쫓게 된다. 나만의 이야기로 채우며 바른 길로 간다는 건 내 발걸음을 믿어야 하는 건데, 나는 나 스스로를 제대로 믿어보지 않은 걸지도. ---「Buen Camino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 ‘11’ 」중에서 도려낸 듯 움푹 파인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질 않았고, 금세 피로 물드는 휴지로 간신히 지혈을 하면서 벽에 걸린 거울 속 내 모습을 봤다. 땀 때문에 분장크림이 군데군데 지워져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광대가 거울 안에 있다. 매일 30~40km씩 걷는 것도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면서 웃고, 거의 매일 먹는 참치캔도 고단백 영양식품이라며 항상 맛있게 먹으려고 애쓰고,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면 된다 생각하고, 예상보다 적은 돈으로 순례를 시작하게 됐어도 진정한 순례자가 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이유도 동기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한참동안 거울만 들여다봤다. 울컥하고 밀려오는 그런 것들과 함께 ---「Buen Camino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 ‘28’ 」중에서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도 어느덧 1주일이 지났다. 이스라엘 출신인 론은 3년 동안의 의무적인 군복무를 마치고 나라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돈이 바닥날 때까지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치고 집을 나섰다는데, 부모님도 붙잡지 않으시고 “나가서 잘 살아 봐라.” 하셨단다. 그동안 말이 잘 안 통할 때는 갖가지 의성어와 의태어를 쓰고 그림으로 답답함을 해소하며 여행을 하게 된 계기, 꿈, 이스라엘에서의 생활, 혹은 추억거리, 사랑, 가족 등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가 된 우리. 한참동안 말없이 먼 산만 바라보던 론이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처럼 무거운 고민을 털어놓는다.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깐 뭘 해서 먹고 살지 답답해지네. 물론 공부를 하고 돈을 벌며 정신없이 살겠지만 말이야.’ 매사에 진지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던 론의 고민이 나와 닮았다. 나답게살라는데 나다운게뭐인지 나도궁금해질때 ---「 Namaste 나를 있게 한 모든 것에 경배를 : ‘10’ 」중에서 “라주. 너는 지금 월급이 어느 정도 되는 거야” “음……. 2,000루피 정도” “그 돈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어” “턱없이 부족하지…….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내가 그만두면 더 적은 월급에도 오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할걸” 라주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라주는 꿈이 뭐였는데? 원래부터 옷 만드는 게 꿈이었어” “꿈? 배운 게 이것밖에 없는데 뭘.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레도 하는 게 내 꿈이야.” 10억의 인구 중 1억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차가운 돌바닥에서 노숙자로 살아가고, 학교를 다녀야 할 어린 나이에 식당 서빙을 하는 뽀이가 되어 주방과 홀을 뛰어다닌다. 그래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일을 하는 것, 그 이상의 꿈은 생각하지 못한 라주. 나 역시 취업대란의 현실 속에서 살다 왔기에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 많이 현실적이라서 씁쓸한 라주의 꿈. 나의 평범한 일상 또한, 누군가의 간절한 꿈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래도 ---「 Namaste 나를 있게 한 모든 것에 경배를 : ‘17’ 」중에서 |
|
‘평범’을 ‘무능’이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남과 다른 내가 되길 바라고, 남보다 특출한 것을 찾기 위해 애쓰던 시절.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평범’은 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이상’이 되었다. 그저 보통의 사람들처럼 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사랑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뿐인데, 그 평범한 삶이 오늘날 우리에겐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지. 남들처럼, 남들만큼 살기가 가장 어려운 세상 속에 사는 우리.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대학생이었고 취준생이었다. 그래서 이때의 청년들이 그렇듯 보통의 삶에 속하기 위해 허둥댔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불안함만 늘어갔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낙오된 것 같아, 한숨과 고민에 짓눌려 살던 시간들. 그런데 어느 날 지하철 선반에 있던 신문에서 ‘세상의 끝(Finesterre)’을 마주했고, 그는 홀린 듯 짐을 챙겼다. 2년 동안 넣던 적금을 깨고, 자전거와 게임기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서 프랑스 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구체적인 정보도 계획도 없이, 그렇게 시작된 두 차례의 여행. 15만 원과 분장크림 하나 들고 걸은 40일간의 산티아고 성지순례길 될 대로 돼라, 무작정 떠난 7개월간의 인도 한 바퀴 가진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마음이 표류하는 채 어영부영 살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앞이 캄캄하기만 해서, 어디로든 일단 발을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충동적인 출발이었기에,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고 눈물 쏙 빠지게 배고픈 나날이 이어졌다. 2층 침대가 빽빽이 들어찬 값싼 숙소도 그에겐 사치스러운 잠자리였고, 위장이 찢어질 것처럼 허기져 신물을 토한 날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500원 짜리 동전보다 더 큰 물집들이 자리한 발과 퉁퉁 부은 무릎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순간순간 사무치는 외로움.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그냥 웅크리고 있었다면 만날 수 없을 사람들을 만났고, 하루 몇 십 킬로미터씩 걷던 길 위에서 낯선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오직 먹을 것과 잘 곳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어설픈 팬터마임으로, 유럽 한복판에서 오롯이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길은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배워서 돌아왔으니까. 흔들리는 마음에 힘든 이 땅의 청춘들에게 뻔한 위로와 응원의 말보다 이 책을 권하고 싶다. “Tomorrow happy again. 당신만의 유일한 발걸음을 응원할게.” 이 책은 한 청년이 새긴 뜨거운 청춘의 기록이다. 사람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가 다르기에 함부로 힘내라고, 함부로 괜찮다고, 함부로 견디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비슷한 누군가의 삶을 통해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들려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막막하다면, 답답한 마음에 미칠 것 같다면, 일단 어디로든 길을 헤쳐 보는 것도 좋다고. 그러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길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내 안에서 새로운 길이 뿜어져 나올 수도 있다. 또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것보다 조금은 더 넓어져서 돌아올 수 있다. 잠시 돌아가더라도 한 뼘 뒤처지더라도 어깨 펴고 최대한 씩씩하게. 언제나 어디서든 당신답게 유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