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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는 사무쳐 안부를 물었다
저녁노을 산목련 지던 밤 강가에서 春山 달의 노래 장마 겨울, 암자 가던 길 아버지 무덤 앞에서 암자에서 귀뚜라미 홀로 마당에서 나의 노래 불면 담배와 나 화분 나는 사무쳐 안부를 물었다 애인에게·2 누이 이정선 제2부 유랑 여물통 앞에서 비명 개와 나·2 개와 나 별과 달과 개 달팽이 착각 산벗나무 아래서 최후의 겨울 편지 첫눈 더 이상 바늘 꽂을 곳이 없습니다 성당 가는 길, 가을 가을 밤, 달 아래서 기도·2 골목 오르막길 유랑 이별이란 그리움·1 그리움·2 시장을 지날 때 논둑에서 여름 어머니께 제3부 겨울강에서 꽃다비 시인이란 그리움·3 최후진술 불새 유언 그리움·4 1988년9월5일의자술서 아나, 쌍눔의 시 길고양이와 봄춤을 K에게 꽃·1 꽃·2 꽃·3 겨울강에서 가을 귀향 여름노래 호접몽 비 가을, 가로수 초저녁 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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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 인생의 안팎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충청도의 힘』, 약탈당한 ‘슬플 권리’를 되찾는 『슬픔을 권함』에 이어 이번에는 섬세한 감수성과 예리한 직관력으로 사물의 이면을 통찰하는 첫 시집까지 냈다.
남덕현의 시는 바람을 탁본한 것 같은 시이기도 하고, 패장이 자결 전에 잠시 꾸는 꿈결 같은 시이기도 하다. 그는 햇볕 잘 드는 운주사 와불 옆에 나란히 누워 서로 이를 잡아주며 ‘이번 생도 배렸다’고 엄살을 피울 것만 같은 불가촉천민적 감성의 소유자다. 그의 시는 도처에 존재하면서도 도처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언어들끼리 서로 스며들어 일체유심조의 체위를 구사하며 시를 낳았음에도 끝내 언어이기를 거부한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 아니라 존재가 언어의 집이다. 그러니 태어난 것들은 모두 태어나자마자 잿더미나 송장들이다. 고승들의 선시를 연상시키는 남덕현의 시에 대해 묻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질문이다. 온통 환멸이거나 자멸이거나 소멸이거나 절멸이다. 그렇다. 그의 시는 시적 정상위도 적멸이고 시적 후배위도 적멸이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칼날 같은 그의 직관력은 거침없이 무심하다. 봄에 살을 찢고 가을에 뼈를 도려내고 겨울에 허무의 뼈를 세우며 홀로 여위어가는 것이 시인이다. 남덕현 시인은 지금 뼈를 도려내며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것들에게 하염없이 사무친다. 이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이 시집의 화형식을 거행한다는 것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