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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 미장원에서
조연희 저
노마드북스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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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샛강
칼
슬픈 유턴
그해 봄
甲乙
희망기원
마네킹
집 속의 ZIP
골목은 기억이다
못을 뽑다
도형시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풍년재활용센터
입춘대길
한독약국
CCTV
사무노동자

제2부
자궁근종
야매 미장원에서
사랑의 잔고
곰팡이꽃
균열
선글라스
고양이 역장
홈쇼핑
92-48-84
휘어질 때
포토샵
쓸쓸한 연애
귀가
안녕, 크리스마스

제3부
사각 뒤주의 추억
집
행복한 숙주
-기생 따개비
껄떡고개
워킹푸어
위험한 공터
주름의 근원
검은 양복을 빌려드립니다
남편의 외투
‘며느리’에 대한 고찰
장독대
어떤 지적도
한독약국
스냅 사진
꽃피는 외장 하드

제4부
못
亭子 略史
접골
속살에 대한 명상
냄새의 탄생
달리는 무덤
여우계단
청솔모 전당포
고도리
봄
폐사지에서
짜장면 한 그릇
해설 l 박남희

저자 소개

저자 : 조연희
1966년 서울 출생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사각뒤주의 추억’ 외 4편이 『시산맥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주)빅시스템즈』 기획실장이며 영상기획자 및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8*188*20mm
ISBN13
9788991794610

출판사 리뷰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시인의 상처 받은 속살
상처를 잘 받는 것들은 유난히 제 몸에 부드러운 속살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부드러운 속살 대신에 화려한 의상이 화두가 된 시대이다. 아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의복은 신에게 죄를 지은 인간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지어 입은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요즘의 의상은 그런 목적보다는 자신을 치장하는 아름다움의 도구로서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 ‘노출’조차도 또 다른 의복의 개념일 뿐 자신의 순수한 속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속살’을 떠올릴 때 희고 깨끗한 순수성을 생각하게 되지만, 요즘은 온통 화려한 의복으로 가려져서 진정한 의미의 ‘속살’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조연희 시인은 드물게도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속살을 키워나가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시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어쩌면 속살을 보여준 만큼/노출면적 만큼 상처받는 건지도 몰라.(《속살에 대한 명상》 부분)

상처를 쉽게 받는 ‘속살’을 점점 줄이려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달리, 조연희 시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이유 없이 비만해져가는” 속살을 지닌 시인이다. 그가 말하는 속살은 인간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감수성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은유적이다. 일반적으로 시인은 일반인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지나간 사랑의 상처에도 아파할 줄 알고 시대적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할 뿐 아니라 그것을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는 게 시인이다. 그런 점에서 조연희 시인은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에 속한다.

그러므로 그대여/당신 몸에서 냄새가 난다면/당신은 누군가에게 잊어지는 거라고/버림받는 중이라고(《냄새의 탄생》 부분)

남루한 일상의 껍질을 벗겨 존재의 속살로 부드럽게 육박하는 시
또한 조연희의 시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이다. 아버지의 법에 대항해서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그의 의식은 현대적이고, 전통적인 가족사에서 어쩔 수 없이 좌절을 느끼는 모습은 고전적이다. 그의 시에는 CCTV나 컴퓨터, 마네킹, 현금인출기, 선글라스, 홈쇼핑, 택배, 사후피임약, 포토샵,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워킹푸어 등 현대적인 소재가 등장하기도 하고, 사각 뒤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 부라더미싱, 택리지, 관혼상제, 생로병사, 장독대, 종갓집, 문중, 스냅사진, 정자(亭子), 전당포 등 근대적이거나 고전적인 소재가 흔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그가 현대와 근대 사이에 끼어있는 ‘낀 세대’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가 사는 공간은 ‘사각뒤주’ 같은 전통적 억압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CCTV나 최첨단 컴퓨터가 있는 초현대적인 문명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그는 혼란을 느낀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루이스 캐럴의 장편동화 속 앨리스가 경험한 ‘이상한 나라’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연희의 시에는 사랑을 소재로 한 시가 유난히 많다. 그것은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결핍된 사랑에 대한 열망에 기인한다. 그가 추구하는 사랑은 이성적인 사랑도 있고 유년이나 고향, 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채식된 사랑도 있다. 이성적인 사랑 중에는 현대인들의 무성생식 같은 사랑도 있고, CCTV처럼 사랑하는 대상을 피사체로 보고 관망하는 사랑도 있다. 이런 사랑은 물론 그가 바라는 사랑은 아니다. 그의 시 속에 등장하는 시인의 삶은 어긋나 있거나 소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랑 역시 해피엔딩보다는 균열되거나 어긋난 사랑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경험한 사랑은 대부분 쓸쓸하거나 아프다.

이 세상 가장 먼 길은/암술에서 수술에 이르는 길이어서/바람벽 가득 검은 곰팡이꽃/나는 당신이 꽃 핀 줄도 모르고/당신은 내가 열매 맺은 줄도 모르고.(《곰팡이꽃》 부분)

조연희 시인의 시적 취향은 화려한 도시의 한복판에 있지 않고 소시민들이 거주하는 허름한 뒷골목에 있다. 시인의 의식은 신호체계에 묶여있던 대로에서 샛길처럼 풀려나와 구불거리는 골목에 이른다. 그 골목은 기억의 골목이다. 그 골목은 “분리수거 되지 않은 추억이/툭툭 발을 걸어오기도 하는 곳”이고 “저녁마다 따뜻한 불빛으로 대문이 솟아오”르는 정겨운 곳이다. 때때로 “담벼락마다 노상방뇨의 청춘들”이 있고, “너덜너덜한 벽보 위에/시시껍절한 사연들을 덧바르는” 골목일지라도 화자는 “오늘도 그 길을 찾아 간다.” 그것은 “그 골목 끝에 그대/막다른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의 이 구절로 인해 기억으로 표상되는 골목이 사랑의 골목임이 드러난다. 따라서 “긴 담이 외로워/집들은 골목을 만드는 거”라는 시인의 아포리즘적 독백은 외로움이 사랑을 낳는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시 ‘샛강’은 한편의 서사적 생애이자 사랑의 절창
이런 점에서 시인의 「샛강」은 작은 서사시로써 한편의 생애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절창이다.

강의 허리가 굽은 것은/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길을 돌아온 탓이다./산비탈 숨어 있던 길이
신작로로 흘러나와 최단거리를 꿈꿀 때도/강은 여울목에서 또 한 번 제 속도를 꺾었다./물살을 잡아당기는 이끼들/어쩌면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기억들이 흘러가는 것이어서/강의 어귀엔 그토록 많은 갈대나 부들/모래알들이 서성대는 것일까./강물 위로 직선의 포장도로가 달려가도/그리운 것들의 옆구리엔 삼각주가 있다고/강은 몸을 틀어 제 생의 굽이를 만들어 보였다./한 번씩 몸을 비틀 때마다/쉼표 같은 물방울들이 무수히 태어났다./저 강은 알고 있을까./밤마다 내가 한줄기 샛강이 되어/탯줄 끊듯 허리 꺾는 이유를(《샛강》 전문)

시인의 생애를 한편의 작은 서사시처럼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시는 그 이면에 사랑의 서사를 숨기고 있다. 그의 생애를 시인 자신은 한강처럼 크고 넓은 강이 아닌 ‘샛강’으로 묘사하고 있다. 샛강은 “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길을 돌아온” 허리가 굽은 강이라는 점에서 우여곡절이 많은 시인의 삶과 닮아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직선의 질주를 통해서 속도를 꿈꿀 때도 “강은 여울목에서 또 한 번 제 속도를 꺾”는다는 점에서 ‘샛강’은 세속화되지 않은 강이다. 시인은 강의 어귀에 피어있는 갈대나 부들이나 모래알들을 통해서 그들만이 지니고 있을 ‘기억’을 유추해낸다. 이런 기억이 시인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것들의 옆구리에는 직선의 포장도로에 대비되는 ‘삼각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삼각주’ 역시 각종 생의 굽이를 견뎌온 샛강의 기억을 상징하고 있다. 샛강이 “한 번씩 몸을 비틀 때마다/쉼표 같은 물방울들이 무수히 태어”나는 것도 강의 옆구리에 기억의 삼각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밤마다 한줄기 샛강이 되어/탯줄 끊듯 허리를 꺾는” 꿈을 통해서 아픈 샛강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샛강이 시인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편안히 흘러가기 때문이 아니라 “탯줄 끊듯 허리 꺾는” 고동을 감내하면서 유유히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리뷰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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