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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 슬기 맑힘과 악(惡)
01 철학(哲學)이란 낱말을 헤집어 살펴보기 02 맑힘의 뜻을 그 낱말 짜임새로부터 풀이함 03 슬기의 뜻을 어리석음에서부터 풀이함 04 살아나감의 뜻을 풀이함 05 슬기의 낱말 뜻 06 슬기의 뜻매김 07 슬기 거울 08 맑힘의 뜻매김 09 자포자기(自暴自棄) 10 좋음과 나쁨 11 악(惡)이란 무엇인가 12 악의 유래 13 소진증후군과 정치인의 거짓말 14 민중(民衆)과 세금 15 중민(中民)과 대중(大衆) 16 지중(智衆)과 광우병(狂牛病) 17 극장(劇場)의 우상(偶像)과 퇴마(退魔) 18 강의를 마치며 제2강 개인(個人)의 유래 01 개인(個人)이라는 번역어의 유래 02 일제 강점기 소설에서의 개인 03 대통령은 개인인가 04 비극적 개인 05 개인의 본질 06 물질 개념의 변화 07 못-나누미 08 개인주의 09 소유하는 개인 10 자유로운 개인 11 탐험하는 개인 12 파멸하는 개인 13 강의를 마치며 책 앞에 붙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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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슬기 맑힘이다! 여러분 가운데는 분명 철학이라는 말 대신 슬기 맑힘이라는 새로운 번역어를 사용하는 게 좀 못 마땅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또는 번역어는 무슨 번역어, 말도 안 돼!라고 분노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분노는 사람을 죽이는 기분입니다. 적어도 우리의 창조성을 마르게 하지요. 화가 나실 때는 속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외쳐보십시오. 그러면 성 났던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끔 마음이 넓어집니다.
한번 슬기 맑힘이라는 낱말의 뜻을 차분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뜻이 알듯 말듯 하신가요? 초등학교 다니실 때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교과목을 배우신 적 있으시죠? 다 배우셨죠? 그렇다고 슬기의 뜻을 제대로 설명하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물론 여러분은 실천적 차원에서는 슬기가 무엇인지를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것은 우리가 내가 간다.과 나는 간다.라는 말을 정확히 구분해서 쓸 수는 있지만, 왜 우리가 그러한 구별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와 같습니다. 우선 마음에 새겨 두셔야 할 바는 깨달음의 내용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맑음의 정도(程度)도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슬기 맑힘에서 바탕이 되는 낱말, 즉 받침이 되는 낱말은 맑힘입니다. 슬기은 이 낱말 위에 쌓이는 벽돌과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맑히고, 더러운 물을 맑힌다고 말합니다. 이때 마음과 물은 맑힘의 대상입니다. 물을 맑힌다는 것은 흙탕물과 같은 것을 맑은 물이 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맑게 함으로서의 맑힘은 어떤 것이 깨끗한 상태에 놓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맑음의 상태는 가을 하늘이나 오염되지 않은 계곡물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맑음은 또렷함이나 투명함 또는 밝음과 통합니다. 맑힘은 정화(淨化), 즉 어떤 것에 포함된 더러운 것이나 뒤섞인 것을 없애 순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맑힘은 맑게 함입니다. --- pp.28~29 대통령은 자기를 비워야 합니다. 대통령이 자기가 자신하는 몇몇 목표들을 아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되레 다른 목표들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커다란 반대를 불러들이게 됩니다. 정책의 쏠림 현상은 사회적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목표가 자기의 목표인지 아니면 정부의 목표인지 아니면 국민의 목표인지를 숙고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목표보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업의 총수조차도 목표보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특정한 목표를 부과한다는 것은 국정 철학이 잘못된 것입니다. 보기를 들어 우리가 남북의 평화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대통령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 주고, 관련 부처에서는 그 비전을 성공적으로 실천할 구체적 전략과 단계를 마련하면 될 것입니다. 전략과 단계는 끊임없이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비전이 올바로 잡혀 있지 않다면 그 혼란은 곧바로 국정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모든 전략의 방향타가 될 큰 그림을 그려 주어야 합니다. --- pp.202~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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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말해 주듯, 이 책 철학은 슬기맑힘이다 는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담한 응답이다. 사실 철학(哲學)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고, 그래서 두렵기까지 하다. 이 책에는 이러한 두려움이 없다. 모를 법한 말에는 친절한 설명이 늘 뒤따라 나온다. 철학은 본디 희(希)-철학이었고, 이 희라는 말이 발음상의 이유로 떨어져 나갔는데, 그 뜻은 철을 희망하는 학문이었고, 철(哲)의 본디 뜻은 죄인에게 그 죄명을 분명하게 선고하는 것이었다는 식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철학을 우리말로 한다! 아니 슬기를 맑힌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우리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그 말들이 놀라운 방식으로 학문적 체계로 짜이는 것을 보게 된다. 글쓴이가 슬기에 대한 끈질긴 분석을 통해 슬기을 저마다에게 보다 나은 것을 갈고 닦는 것으로 증명하는 순간 우리는 통쾌함을 맛보게 된다. 우리가 뜻도 모른 채 써오던 슬기라는 낱말이 깊고 넓은 철학적 의미를 얻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글쓴이가 말과 생각 그리고 삶을 한데 엮어나가는 솜씨이다. 글쓴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맑힘이라는 낱말에서 -힘(사역)의 언어적 얼개(구조)를 밝혀내고, 그것을 기초로 맑힘을 마음의 독특한 현상으로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우리 동양적 전통에서 너무도 익숙한 거울 비유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낸 뒤 마음의 복합적 특성을 두루 살핌이라는 우리말로써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철학 책 읽는 것이 즐겁기까지 하다. 이 책은 단순히 철학을 슬기맑힘으로 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뒤에 뒤따라 나오는 이야기들은 더욱 재미있다. 철학이 슬기 맑힘으로 뜻매김된다는 것은 철학의 과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것은 철학자란 보다 나은 삶을 가로막거나 빼앗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오늘날 악이 그 실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그 까닭은 악이 바로 제도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슬기맑힘으로서의 철학은 제도적 악을 악으로 발견하고, 선언하며, 그것과 싸워 물리쳐야 할 사명을 갖는다. 이 대목은 현재 진행형인 광우병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이러한 악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지중(智衆)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으로 불렀는데, 이 지중이 바로 촛불문화제를 통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중은 1919년 3?1 운동과 지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어낸 민중(民衆)의 피를 이어받고 있을 뿐 아니라, 중산층 민중을 뜻하는 중민(中民)과 대중문화의 주역인 대중(大衆)까지를 포괄한다. 글쓴이는 지중의 특징을 진실을 찾아가는 수사학적 노력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부는 개인의 유래을 밝히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개인이라는 낱말로 번역하는 individual을 글쓴이는 못나누미라는 묘한 낱말로 번역한다. 못나누미은 못+나누미으로 글쓴이가 자신의 조어법으로 직접 만든 말이다. 못나누미의 뜻은 말 그대로 못 나누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못 나누고, 자신의 정신과 자신의 몸과 자신의 재산 등을 못 나눈다. 여기서 못 나눈다.은 말은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은 뜻이다. 글쓴이는 오늘날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러한 사람의 권리이 사실은 서양 근대에서 힘겹게 쟁취한 것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다시금 낱말의 목소리에서 들려온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못나누미라는 말이 사람에 대한 서양 근대 지식인들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바탕 낱말이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는 데 있다. 사람이 못나누미으 이해되는 순간, 사람들은 스스로를 독립된 주체으 이해할 수 있었고, 따라서 그러한 주체가 가져야 할 다양한 권리들을 발견하여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못나누미라는 낱말 자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서양 근대 지식인들에게 부당한 권력에 맞서 사람의 정당한 권리을 쟁취하도록 독려했는지를 보여준다. 로크는 사람이 스스로의 신체 노동을 통해 소유한 모든 재산에 대해 못나누미이 되는 근거를 밝혔고, 루소는 자연적 상태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본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자유이 그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는 사람의 근본적 권리임을 외쳤으며, 괴테는 사람이 스스로의 자율적 삶 전체에 대해 못나누미이 된다는 것을 문학적으로 밝혔다. 이 책은 못나누미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저마다 못나누미으로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대적 틀은 전 세계가 막힘없는 소통을 요구하는 오늘날에는 낡은 것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진단이다. 글쓴이는 이를 위해 ?나누기 대신 함께 나누기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우리의 전통에서 풍부하게 발견된다고 한다. 두레와 향약을 비롯한 마을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서로에 대한 지식과 정보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나누며, 서로의 가진 바를 함께 나누어 모두가 두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슬기로운 사람들이 살아나가야 할 길이고, 슬기맑힘의 철학이 제시해야 할 삶의 원리인 것이다. 이 책은 진행형이다. 14 번의 강의 가운데 2 번의 강의만 출판된 것이라고 하니, 만일 나머지 강의록이 이 책과 같은 모습으로 출간되기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말로 쓰인 완전히 새로운 철학의 탄생을 의미할 것이다. 우리의 철학이 잉태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