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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 분명 우리는 우리의 시절을 가졌었다. 모멸과 자학과 냉소의 시절, 그래도 그것은 우리의 시절이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우선 나 자신을 멸시하였다. 살려야 할 티끌만한 가치도 없으려니와 죽어야 할 적극적인 이유도 갖지 못했던 나 자신, 그것을 우리는 멸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는 모든 인간을 냉소하기로 하였다. 어느 당파를 막론하고 우리를 지배하겠다고 나서는 정객들을 적시하였다. 우리는 이른바 문화인을 멸시하였다. 그네들의 무식, 겁나, 무사상을 타기하기에 족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학문보다 권위의식에 사는 교수를 외면하였다. 그들의 허세, 현학, 오기, 권태에 찬 두 시간의 강의보다 30분의 독서가 한결 소중했기 때문이다.
P.46~47 : 자네들의 울굴과 낭만성, 그 진지성과 비창감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어딘지 명랑하고 유머러스해서 어쩌면 부잣집 아이들의 어리광과 같은 느낌을 씻을 수 없었다. 그것은 처절하고 절박한 한국 학생들의 운동과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가난하고... P.141 : 올바른 사료만 있으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인식부족이지. 사료는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지. 사료는 악기와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 연주를 해주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거여. 어떤 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은 역사가의 솜씨에 달려 있지. 그런 뜻에서 역사가는 예술가라 할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