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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길의 노래
수국꽃 너머로 보이는 세상 눈에 마법을 띠고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송화 가루 날리는 철에 새로운 뜻으로 되살아나는 “아아, 잊으랴” 사과밭 나무 밑에 절로 난 오솔길은 날리는 아까시 잎새들을 보며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 증오의 시절에 읽는 담백한 시들 반구제기反求諸己 파릇함은 어째서 오래가지 못하나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내가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랴 추억 속의 고개 처서 가까운 새벽에 공산 빈깍지 그 희멀건 공백에는 원수대元帥臺 앞엔 바다가 하늘과 닿았느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온 길이 천리나 갈 길은 만리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흐르는 세월 속의 이산가족 세상이 바뀐 뒤 돌아다보면 하산을 위한 준비 품위를 지니고 마감하는 삶 예술로서의 직업 화폭 속의 봄날 : 목월의 「산도화」 시편 새해에 불러들이고 싶은 것들 |
BOK,KOH-ILL,卜鉅一
복거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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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채웠거나 허송했거나, 세월은 흐르고 우리의 여생을 짧아진다. 젖먹이가 자라 학교에 다니고 가무잡잡하던 계집아이가 어느 사이엔가 보얀 처녀가 된 것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늙음을 깨닫는다. 무엇으로도 그런 깨달음이 우리 마음에 던지는 짙은 그늘을 걷어낼 수 없다. 가는 세월이 너무 아쉬워지면, 그래서 흐르는 세월에 말을 거는 것이 차라리 낫다. ---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 중에서
그렇다. 떠나갈 때마다, 사람은 자신의 작은 부분을 남긴다. 아로쿠르는 마지막 연에서 “사람이 흩어버리는 것은, 작별할 때마다 사람이 흩어버리는 것은 그의 넋이다. C’est son ame que l’on seme, que l’on seme achaque adieu”라고 읊었다. 그래서 작별을 많이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 눈에 담백하게 비치는 지도 모른다. 뒤에 남길 수 없는 것들만을 지녔기 때문이다. --- 「증오의 시절에 읽는 단백한 시들」중에서 하긴 기억들은 모두 소중하다. 기억들이 우리의 자아를 이룬다는 뜻에서, 하도 끔찍해서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만일 그런 기억들이 지워진다면, 우리의 자아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풍요로운 경험을 우리가 높이 여기는 것이리라. 그 경험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아픈 것이었을지라도, 테니슨Alfred Tennyson이 「추도In Memoriam」에서 얘기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사과밭 나무 밑에 절로 난 오솔길은」 중에서 고개 숙여 험한 길을 살피면서도, 우리는 때로 고개 들어 높은 곳도 살펴야 한다. 아직 너르게 비어 있는 하늘 속으로 봉우리들이 솟았고 그 위에 별들이 빛나고 있음을, 그리고 사람 사는 곳마다 꿈과 이상이 있음을,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게 일러야 한다. 고맙게도, 그 사실을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노 시인이 시집 첫머리 「절벽」에서 청청한 목소리로 일깨워준다. --- 「세상이 바뀐 뒤 돌아다보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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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卜鉅一)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세상을 읽는다
냉철한 눈을 가진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의 산문(散文)은 봄날처럼 부드럽다. 서정적인 시(詩)와 냉철한 시선의 만남은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승화되어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넉넉하게 할 것이다. 시는 엄격한 아름다움이라면 수필(隨筆)은 보편적이라는 그는 시와 수필을 보편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그의 글 선물과 더불어 조이스 진의 그림은 독자들에게 복거일의 글을 가깝고 따뜻하게 만든다. 그의 글과 만난 조이스 진의 그림은 그의 글을 빛나게 하며, 그의 글은 조이스 진의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상충적인 효과를 낸다. 같은 시대의 다른 세대가 빚어낸 글과 그림의 조화인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문인들의 귀한 작품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멀리는 송나라 시인 육유(陸遊)에서부터 가까이의 서정주(徐廷柱)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멀리만 느껴지는 그네들의 시는 복거일의 명쾌한 해석을 통해 다시 살아나며, 독자들은 식견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는 아까시나무에서, 제비꽃에서, 한국전쟁에서, 무더위에서, 그리고 여행 등을 통해 시간을 보내며 독자들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의문에 답을 하기도 한다. “젊었을 때라면, 그런 충동에 몸을 맡기고 훌쩍 떠났을 터이다. 목적지가 따로 없는 여행은 넋을 그리도 자유롭게 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은 이미 젊지 못해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다. 하지만 그는 몸으로 떠나는 여행은 못가더라도 마음으로, 문학으로 떠나는 여행을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서 권하며 자신과 함께 가자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소소한 그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찾아보는 것은 그가 우리에게 준 또 하나의 행복일 것이다. 복거일이 건네는 짧은 이야기에는 우리의 생각이 있고, 삶이 있고, 질문이 있다. 깊이 성찰하지 않는다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것임을 조지훈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에서 깨닫고, 비구니 스님의 「빗소리 들리는 외로운 절의 가을」에서는 질긴 인연은 끊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구에서 바람에 훌쩍 날려 보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우리의 사소한 생각들을 예전의 문인들이, 그리고 현대의 작가들과 공유하며 보다 더 깊은 성찰의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미국 시인 휘트먼(Walt Whitman)을 시작으로 송(宋)의 육유(陸遊), 그리고 우리의 서정주, 박목월 등을 통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며 우리의 생각에 깊이를 더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