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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 사랑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을 위하여 내 안의 동안거를 시작하면서 사랑 엄마, 찌찌 참 이뿌네 그리운 형 성탄절이 생일 된 나의 형, 전성규 그래서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달 할머니, 그리운 할머니 아들의 휴가 엄마, 혹은 어머니 니 새끼를 우얘 미워하겠노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 승우 어머니의 미소 그리움 목 빼! 그리운 누부야 최달천 선생님, 너무도 그립습니다 형수 아름다운 석산리 정 떨구기 내가 죄를 지은 것인가요? 아름다운 나이팅게일 이동희 동작 보소! 선생님, 이제 환갑이신데… 그리고 일어섬의 변주 멈춰있는 수레 순선이 아버지와 아들 어떤 대화 딸들의 반란, 혹은 父傳母傳 이젠 그를 위해 중보기도 하리라 IMF야 날 살려라 죽음 혹은 삶, 그리고 일상 풍경화를 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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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인정하는 산 사나이로 통하기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처음 몇 년은 산을 오르면서 그저 앞 사람의 발뒤꿈치만 바라보며 산 정상까지 따라갔었다. 눈앞에 보이는 길만 주시하면서 오르고 내렸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옆 산 구릉도 보기 시작했고 정상을 바라보면서 내가 올라온 저만치 아래도 내려다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산을 오르면서 사방을 본다. 겨울 산행을 하면서 암릉을 오르다가 도저히 생명이 있을 거 같지 않은 암벽 한 모퉁이에 푸르게 살아서 뾰족한 잎을 내밀고 있는 한뻠 만한 소나무를 보았고, 봄 산행을 하면서 역시 물 한 방울 없을 것 같은 인적 뜸한 바위틈에 피어난 복수초를 보기도 했다. 산은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했고 나는 서서히 그런 산에 묻혀서 채색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산이라는 존재에 물들어가면서 20여 년을 걸어오는 동안 내가 발견한 한 가지 명제가 있다면, 그것은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산에게, 나는 날마다 이렇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살아있는가,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산은 결코 쉽게 해답을 주지 않았다. 이제 삶의 3막이 열리는 지천명 시대를 맞았건만, 아직도 나는 청춘이라 한다. 40대를 감성 시대라 한다면 50대는 청춘의 시대라 나는 감히 말한다. 다시 사는 삶, 다시 시작하는 생의 반석위에서 나는 푸르게 돋는 생살을 날마다 발견한다. 적어도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만들어온 삶의 풍경들을 이 한 권의 책에다 다 그려내기란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잠시 잊고, 간과하고 지나치는 감동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감동들로 인해 가슴 따뜻해지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쁘게 만나서 흘리는 눈물, 슬프게 헤어지면서 흘리는 눈물, 너무나 고독해서, 너무나 외로워서, 너무나 행복해서, 너무나 아름다워서… 우리는 울기도 한다. 감성 시대가 지났건만, 나는 다시 청춘을 만든다. 살아온 지난 청춘의 삶을 돌아다본다. 수많은 추억들이 지나갔고, 수많은 생각들이 숲을 이룬다. 그 생각의 숲은 하나의 풍경이다. 하나하나의 풍경들마다 우리들 삶의 궤적은 넉넉히 담겨져 있다. 나는 이 청춘의 시대에 당도해서야 그 숲속에 잠긴 생각들을 낚아 올린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어찌 이것들뿐이랴. 내 안에서 오래토록 희석되어가던 생의 편린들이 어찌 하나같이 소중하지 않으랴. 그러나 이것들 모두 꺼내 세상에 내놓는다는 사실을 놓고 나는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 했다. 실명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허락 없이 세상에 공개해도 괜찮을까… 민망해진 얼굴로 나는 그들에게 절을 올린다. 그러나, 치부 같았던 나의 이야기들을 조근 조근 포장마차에서 들려주듯 이렇게 주저리 내놓고 나니 오랜 곯음 하나 빠져나가는 기분을 숨길 수가 없다. 여기 내놓는 삼십여편의 작품들은 모두 하나같이 장편소설을 축약하고 있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의 나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으며 공유가 가능한 감성 에스프리다. 나의 형 전성규 이야기며 누부야를 그리는 글을 쓸 때와 우리 집근처에서 수레로 박스를 주우시던 할머니의 돌아가신 이야기, 그리고 엄마 찌찌 만지던 소동을 그렸던 ‘엄마 찌찌 참 이뿌네’를 쓸 때는 참 많이도 울었다. 그렇게 눈물을 찍어서 써낸 생각풍경들이다. 이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도록, 계기가 되게 하신 나의 아내 아프로디테 미주, 사랑하는 나의 아들 승우, 또 나의 영원한 후원자이신 어머니 박소남 집사님께 무한정 포옹을 바친다. 그리고 나의 아프로디테를 만들어주신 이우용, 석희숙, 그리고 처형… 이런 소중한 이름들 위에 넘치는 감사를 얹는다. 주저리 흘려놓았던 생각들을 하나의 풍경되게 정리해주신 도서출판 시디안 한윤희 사장에게 축복을 빌며, 끝으로 지금도 희미한 웃음으로 하늘나라에서 이 책의 출판을 기뻐하실 故전성규, 故전운규 두 형에게도 이 책을 바친다. 이천구년, 가슴시린 사월 끝자락에… 전향규 --- 「생각의 풍경들을 펼치며…」중에서 냉랭한 바람이 저쪽 골목에서부터 불어왔다. 할머니가 다시 사시나무 떨 듯 몸을 움츠렸다. 할머니 손을 가만히 잡아보았다. 할머니의 손은 늦가을 가랑잎 같았다. 한참을 할머니 손을 잡은 채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있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 「멈춰있는 수레」 중에서 어머니는 늘 그랬던 듯 현관문을 빼곰히 열어두시고는 며칠을 밤 새워 뒤척거리시는 당신의 모습을 나는 지켜보았다. 가슴에 다 묻기도 아팠을까, 저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머니는 킁킁 기침소리 내뱉으시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형을 기다리시는 것이다. 설친 잠인데도 새벽녘에 먼저 일어나셔서 현관에 놓인 신발들을 세시는 어머니. --- 「그리운 형」 중에서 다짜고짜 눈낹므 뚝뚝 흘리믄서 할머니, 저예요. 승우요. 할머니 안 아파? 하면서 얼매나 서럽게 우는지, 그래 내가 울지 마라, 왔으니 됐다. 하면서 승우 볼에 눈물을 닦아주는데 야가 그만 내 손을 덥석 붙잡고는 할머니, 내가 잘못했어. 죄송해요…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머리를 푹 숙이고는 울더구나. 됐다. 왔으니 됐다. --- 「니 새끼를 우얘 미워하겠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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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우는 세대, 중년들의 감성 에스프리 『생각풍경』
그리움, 사랑, 기다림, 그리고 생각을 펼치면 풍경이 된다. 감성 시인 전향규 자전적 에세이 살아가면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울기도 한다. 만나서 기쁨으로 울고, 헤어지면서 가슴 아파 운다. 너무나 그리워서 사무치게 울고 너무나 외로워서 소리 없이 운다. 때로는 너무나 행복해서,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격하도록 만들어주신 신에게 감사해서 울기도 한다. 소리 없이 흐느끼기도 하지만 펑펑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울음이 있다는 것, 눈물이 있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시인 전향규가 펴낸 감성 에스프리 산문집 『생각풍경』은 온통 눈물로 채색하고 있다. 자신의 살아온 자전적 고해성사이면서도 글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으로 이유 없이 전율하는, 같은 시대, 같은 감성의 공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결코 타인의 것일 수만은 없음을 작가는 매 편마다 울림으로 웅변하고 있다. 지천명이 넘은 나이이면서도 스스로 ‘청춘시대’라 강변하는 작가의 삶 저변에는 우리가 자칫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인간 전체 삶의 희로애락이 에스프리로 펼쳐진다. 지나간 어제를 추억하고 되새긴다는 것은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그리움이라는 카테고리에 안주하려는 인간 본성의 욕구도 내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인간은 그런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생각의 숲을 이루어 간다. 그리고 그런 숲은 인간이 순간적이나마 평안하고자 하는 풍경을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카타르시스다.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일선 기자로, 편집장으로 세상을 섭렵해온 전직 언론인이자 시인 전향규씨가 인생 3막을 열어가는 지천명을 넘기면서 펴낸 자전적 산문집 『생각풍경』은 하나같이 ‘행복한 눈물, 혹은 마음 따뜻해지는 감동’으로 통일되고 있다. 33편의 이야기들로 묶은 이 책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어머니, 형, 아들, 그리움, 눈물... 이런 것들이다. 일상의 잔잔한 풍경들을 작가만이 빚어낼 수 있는 유려한 문체로 귀결시켰기 때문에 책을 잡는 순간 누구나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읽을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풍경들을 보게될 것이다. 지천명 넘은 아들에게 건널목 조심 하라는 8순의 어머니, 입대하던 아들을 대로변에서 끌어안고 펑펑 울어버린 사연, 수학여행비 8천 원이 없어 힘이 빠진 어깨를 다정히 감싸주며 1만원을 쥐어주던 의형제 누부야 이야기, 그리고 세상 떠난 지 20년이 다 되었건만, 여적지 살아있음,보다 더한 그리움 안에서 형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들은 가히 눈물로 찍어 쓴 삶의 일지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 내 집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친구의 핸드폰 번호까지 기억하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에 작가는 자칫 망각해버릴 수 있는 삶의 그리움과 그런 추억의 풍경들을 붙들어놓자고 호소한다. 메말라가는 가슴에 습지같은 풍경을 만들면서 또 한 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편편이 묻혀있다. 펑펑, 울고 나면 후련해지듯이, 『생각풍경』은 삶에 지치고 고단한 중년들에게 소중한 동반적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채워져 있어 마음 따뜻한 치료제 역할로도 제격이다. 치부 같았던 작가의 이야기들을 포장마차에서 조근조근 들려주듯이 편안하게 정돈된 작가의 삶 전체는 곧 이 책의 주 독자층으로 설정한 중년들의 감성 에스프리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눈물을 찍어서 쓴’ 산문들이라 할 만큼 서른세 편 모두가 장편소설의 모티브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생각풍경』이 가진 넉넉한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