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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신화와 상징
단군신화와 태백산, 산의 상징성, 호랑이의 상징성 Ⅱ. 자연에서 문화로 수와 시간, 불과 문명, 놀이와 문화 Ⅲ. 노래로 읽는 삶 고대가요, 고려가요, 현대 대중가요 Ⅳ. 삶과 정신 여유로움과 유연성, 더불어 사는 삶, 전통과 윤리 Ⅴ. 종교와 사상 우리 생각의 바탕, 우리 생각과 종교와의 만남, 만남과 승화 ― 다산 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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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땅에서 철학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 나는 이 땅에서 철학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남의 말과 글로 철학해왔다. 일본의 강점기와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외래 문화와 사상이 우리 땅에 흡수되면서, 철학 역시도 서구의 사고 방식대로 연구되고 전수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사상이든 그것을 태동한 지리적 특성과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면,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것을 받아들일 때에는 거리를 취하고 우리 삶에 적용이 가능한가를 묻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철학자의 소임이란 수용 자세의 신중함을 고심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땅의 선조가 만들고 가다듬은 사상을 담아놓은 그릇을 찾아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단지 과거를 미화하는 데 그치거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넘어, 마지막으로 비판적인 사고로 해석하고 해명하는 데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적극성을 주장하면서 그 결과물로 <우리것으로 철학하기>를 내놓는다. 이 즈음 점차 ‘철학’이 철학자만의 전유물임을 거부하고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가를 고민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이제 우리도 우리 방식으로 철학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저술이 아닐 수 없다. ◎ ‘철학’과 ‘철학하기’의 차이 철학적 반성은 끊임없는 회의, 의문과 더불어 계속되는 방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적 탐구 여행은 결코 도식화된 가치관, 세계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또 멈춰 설 수도 없다. 철학은 추상적 세계에 대한 논의는 물론, 구체적 사실을 반성하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대지에 속해 있는 인간인 이상, 두 발을 딛고 자기가 속한 세계와 땅을 유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철학이 단순히 ‘철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하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인간이 창출했고 지금도 부단히 창조하고 있는 문화 전반을 해명하고 이해하기를 시도하는 학문이 철학 중에서도 해석학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해석학적 입장에서 한국문화를 해석해 나가는 작업이다.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들 하나 정작 그것이 무엇이겠는가를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고 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너무 친숙해서 따로 분별하기도 어려운 우리 신화와 자연, 놀이, 노래, 종교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시?공간 속에서 지금의 한국인을 빚어낸 근원을 추적해 들어간다. 바야흐로 우리 것으로 철학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제껏 통념처럼 전해진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을 상대로, ‘다산은 배교자가 아니라 최후까지 살아남기로 결정된 가톨릭의 기둥’이었을지 모른다는 도발적인 가정 하에 그 배후를 추적해 들어가는 마지막 장은,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과 재미를 던져준다. 철학자로서의 도전 정신과 연구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 철학의 국적, 자기동일성을 찾아서 그렇다면 철학자의 깊은 눈으로 찾아내고 풀이한 우리 문화와 문명의 배후에는 어떤 요소들이 잠재해 있을까. 우선 도처에서 발견되는 하늘, 산, 조상 이야기를 비롯, 중용(中)과 조화(和), 그리고 해학, 풀기, 신바람 등의 이야기(解)들을 통해, 단군신화와 기타 신화 속 상징이 우리 문화 안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특히 호랑이, 불, 산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순환적, 반복적, 가변적인 특성을 보이는 한국적 시간관, 이것이 공간관 및 미의식과 짝지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과 예술품이 드러내 보이는 열린 공간의식, 여백과 비대칭, 파격의 미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탑돌이나 지신밟기, 놋다리밟기, 월월이청청,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꼬리잡기나 동대문을 열어라 등의 놀이 역시 문화의 특징과 그것을 만들어낸 한국인의 우주관, 세계관, 인간관을 반영한다. 즉, 모두 여유로움의 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공동체적 행위인 것이다. 음악과 춤을 살펴봐도 서로 어우러지고 짝을 이루는 의식, 음양이 교차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식이 손과 다리의 동작, 음악을 만드는 기본 원리, 연주 방식에까지 골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대분류 외에도 각론에서 제시하는 흥미로운 예, 즉 산신령이 늘 호랑이를 대동하는 이유, 한국인에게 각별한 수 3, 7, 10, 20의 비밀, 한민족은 절대 백의 민족이 아니었다는 것, 섰다와 고스톱에서 읽을 수 있는 놀이 정신, 고전 시가 속에 드러난 옛사람들의 선진적인 성 의식, ‘금수禽獸의 교’ 가톨릭이 사대부들에게 파고들었던 이유 등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여유로움과 짝지음, 어울림의 정신이야말로 한국인의 고유한 세계관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남녀노소 음양의 조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인공의 세계 및 문화와의 조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한국적 정신이 지금 내 살과 뼈, 정신과 정서 속에 고스란히 내재해 있음을 어느새 자각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