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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rologue 완벽하게 떠난다는 것
#S01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S02 One Way Ticket #S03 병마용의 시선 #S04 카르페 디엠, 베이징 #S05 안개 속의 풍경, 사모스 또는 양숴 고독한 모국어 #S06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다리 퉁족과 청양풍우교 #S07 비 온 뒤 빛나는 곳, 따리 #S08 당신의 지금은 몇 초인가? #S09 꽃등 #S10 홍등유감紅燈有感 지진 덕분에 살아남은 도시, 리지앙 #S11 리지앙에서 온 편지 #S12 천천히 걷기, 그러나 멈추지 말기 호랑이가 뛰어넘을 수 있는 계곡 #S13 나는 부뚜막의 얌전한 고양이 모소족 여인들 #S14 몽족 이야기 베트남 북부의 소수 민족 #15 베트남에 대한 첫 번째 기억 호치민시의 악몽 #S16 무드셀라 증후군 호이안의 양면 #S17 빠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빠이에 가는 시간 #S18 부르주아지여 안녕! 서더 스트리트 파라곤 호텔 #S19 2천5백 년간 피어 있는 꽃 모니카와 만나다 #S20 삶과 죽음의 결계, 바라나시 #S21 시간의 박물지, 더르바르 빈디 #S22 사람의 얼굴을 한 신 #S23 중세로의 여행, 박타푸르 박타푸르와 파탄 #S24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여행자의 블랙홀, 포카라 #S25 안나푸르나 인간이 오를 수 없는 산, 마차푸차레 #S26 리시케시에서 해볼 만한 몇 가지 것들 육식에 대하여 / 커리에 대하여 #S27 고팔의 송어낚시 바쉬쉿과 올드 마날리 #S28 소멸이 말해주는 것 로에리히 갤러리 #S29 두 신랑을 위한 웨딩마치 #S30 사진과 말하기의 공통점 #S31 라다크 가는 길 #S32 슬픈 미래… 라다크 이야기 오래된 미래, 라다크 #S33 네 개의 사원 #S34 오래된 도서관 틱세 곰파 #S35 간다라의 유적 알치 곰파 #S36 영혼을 위한 이틀간의 예불 헤미스 체추 #S37 어떤 방정식 #S38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자를 위하여… 초모리리 / 인간의 역사 #S39 디스낏 곰파에서 드리는 뿌자 디스낏 곰파 #S40 꽃의 계곡에 사는 아이 #S41 2008년 8월 10일 인도의 영국인 묘지 Epilogue 나와 마주하는 시간,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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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09-05-18
20대엔, 언젠가 네팔을 가보리라 다짐했다.
그 꿈은 일상생활에 지쳐 어느샌가 퇴색되었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종종걸음치며 떠났던 발걸음조차 귀찮게 여겨지게 되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박정호 PD의 사진은 오랜만에 여행에 대한 깊은 욕구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의 글에서 나는 가슴 한켠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의 사진은 한참을 보아도 물리지 않고, 그의 글은 짧지만 오랫동안 여윤을 남긴다. 몇십컷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 참 수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어떻게 하면 사진과 글을 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하지만, 인쇄된 책을 받아들고 한동안은 우울증에 빠졌다. 사진첩이 아닌 단행본에서 인쇄의 퀄리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보다도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좋은 것은 숨겨져 있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것임을.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하루들>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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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지도, 튼튼한 신발, 몇 장의 속옷과 양말, 우비, 주머니칼, 여권, 사진기….
따져보면 별것 아니다. 다 없어도 떠날 수 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지갑, 옷장, 따뜻한 방, 고양이, 노트북, 일, 사랑…. 살펴보면 별것인 것도 꽤 있다. 그러나 역시 없어도 살 수 있다. 세상을 책이라고 한다. 여행을 하는 건 세상을 꼼꼼히 읽는 것이라 말한다. 내면이 빈약해서는 책을 꼼꼼히 읽을 수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 한마디로, 보아도 느끼지 못하고 돌아온 뒤에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시간은 지금이라는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과거와 미래다. 지금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시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리트머스다. 지난 시간은 붉은색으로, 다가올 시간은 푸른색으로…. 여행지에서는 그런 경계마저 불투명하다. - 당신의 지금은 몇 초인가? 사진기를 들고 여행한 지 2년. 여전히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풍경, 쨍한 것, 화려한 것을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헤매고 다닌다. ‘그중에 몇 장은 건지겠지’하는 물량주의, 얕은 속셈이다. 어쩌다 잘 나온 사진은 단 한 번뿐이며, 그나마도 복권 1등만큼이나 어렵다. - 사진과 말하기의 공통점 분명한 목적을 향하여 치열하게 산을 오르는 등반과도 다르다. 어디를 가는가보다 가는 것 자체를 즐기기에…. 그래서 트레킹은 사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지만 죽기 위해 사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또 앞으로 한 걸음 가는 것. 한 걸음 한 걸음이 목적이고 그것들이 모두 모여 의미를 이루는 것. 매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 사는 것이나 트레킹이나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천천히 걷기, 그러나 멈추지 말기 모니카는 3개월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인도 마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기타를 치며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남은 3주를 그녀 자신을 위해 쓴다. 3년간 모니카가 꿈꾸었던 인도 여행의 모습이다. 나는 그녀보다 두 배 넘게 살아왔지만 타인을 위해 쓴 시간은 그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관처럼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기타 케이스는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결계, 바라나시Varanasi 우표에 찍힌 낯선 스탬프 앞에서 막막한 이별 혹은 거리를 생각하지. 이국에서 온 한 장의 그림엽서도 받아보지 못한 서운함을 치유하기 위해 대신 내가 엽서를 쓰기로 했어. 죽기 전까지 히말라야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있겠지. 단 한 번도 히말라야에서 온 그림엽서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을 거야. 나 또한 이제까지 히말라야에서 온 그림엽서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히말라야를 못 보고 죽은 것보다 어쩌면 더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비가 올 때마다 엽서를 쓰기로 했어. 히말라야에서 보낸 그림엽서를 받을 이들을 위해서…. 그들의 슬픔을 대신할…. 내일 안나푸르나로 떠나. 보름 후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오면 아마 본격적인 몬순 시즌일 거야. 그림엽서를 쓸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 하지만 보낼 수 있는 주소가 그리 넉넉한 건 아니야.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첫날은 땅만 보고 걸었다. 둘째 날부터는 사람과 마을을 볼 수 있었고, 셋째 날부터 비로소 꽃과 나무와 하늘이 감싼 산이 보였다. 소위 문명사회를 사는 인간이 열흘을 홀로 걷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사흘은 나약과 몸과 힘겨운 타협을 하며, 다음 사흘은 가야 할 길의 절반은 걸었다는 긍정의 힘을, 나머지 사흘은 가야 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에, 그리고 하루는 오로지 산에 대한 나의 순정純情으로 걷는다. - 안나푸르나 아주 먼 곳을 여행하는 얼굴이었어. 그가 가는 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단잠을 깨우고 말았지. 서로 다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작고 어두운 다락방에서 만난 거야. 한 사람은 마음이 가는 길을 따라, 다른 한 사람은 걸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 서로 다른 곳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어쩌면 같은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몰라. - 오래된 도서관 알치로 가는 버스 지붕 위에 또 함께 탔다. 버스 지붕 위에는 라스와 나 외에도 토마토 두 상자, 몇 개의 감자 포대, 다리를 묶은 염소 한 마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짐꾸러미들, 그리고 몇 명의 라다크인들이 거친 라다크 길 위에서 사정없이 요동쳤다. 그와 나는 혼자 여행하고, 여행의 시간과 가야 할 곳을 딱히 모르는 무모함이 한 장도 팔아본 적이 없는 사진을 부지런히 찍어대는 부질없음이… 그러나 길을 가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점이 서로 같았다. - 간다라의 유적, 알치Alchi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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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Step 사진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대체 이 사람 누구야?’ 이름도 몰랐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저, 우연히 블로그에서 접한 그의 사진. 무수히 많은 사진과 글로 이골이 난 편집자 일동은 일제히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박이네’ ‘끝내준다’. 세상이 넓으니, 이런 실력자도 숨어 있구나. 그리고 드는 의문, ‘글도 좀 쓸까?’ 열심히 블로그를 뒤지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몇 개 보이긴 했다. 그리고 결심. ‘연락이나 해보지 뭐.’ 그렇게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하루들』의 저자 박정호 PD를 만났다. 2nd Step 이렇게 해선 책 못 냅니다! ‘샘플 사진과 원고 보내주세요.’ 예전에 PD를 했다고 소개했다. 내성적이고 쭈뼛거리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작은 예술 케이블 채널에 다녔다며 소박한 인사를 대신했다. 더 묻지 않았다. 물어본들 무엇하겠는가. 내용과 사진이 좋으면 그걸로 족하다. 샘플 사진과 원고이 메일로 날아왔다. 실망스러웠다. 이상야릇하게 생긴 산 사진 대여섯 장과 단순 나열식으로 쓴 글 달랑 하나…. 그냥 사진만 좋았나? “이렇게 해서는 책 못 냅니다!” 몇 개의 사진과 글이 좋다고 책을 낼 순 없다. 아쉽지만, 이쯤에서 접고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을 것이다. 정중하지만 솔직하게 ‘실망했노라’는 내용을 전달했고, 나중에야 그가 보낸 대용량의 사진과 원고는 전송되지 못했음을 알았다. 서로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시간이었다. 곁다리 원고와 사진만으로 그를 평가하다니. 다시 보내온 그의 진짜 사진과 원고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3th Step 이런, 임자를 잘못 만났다 처음엔 그의 경력에 관심이 없었다. 좋은 경력자가 좋은 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로 책을 파는 시대도 아니다. 그리고 그가 워낙 겸손했기에 남들이 잘 모르는 영세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인 줄 알았다.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할 때도 너무 담담했기에, 내로라하는 PD 중에서도 대선배급임을 알았을 땐 내심 놀라웠다. ‘잘못 건드렸구나.’ 책 내는 출판사라며, 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안다며 은근 상대방을 무시했던 우리는 그의 글 깊이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일상적인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파동의 여운이 오래가는,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그 힘은, 나직하고 조용하게 존재감을 알리는 그의 이런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4th Step 책으로 내기에 아깝다 작업은 즐거웠다. 다만, 책으로 빼어난 사진과 글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음이, 지면의 한계가 안타까웠다. 생동감 넘치는 소수민족 여인의 표정은, 좌우 3m 크기의 액자에 담겨야 빛을 발할 텐데. 아니, 최소한 그림책 크기 정도는 되어야 화려한 원색의 색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텍스트와 사진을 올리면서, 디자이너와 편집자는 밤을 새워가며 한숨 쉬고, 고민하고, 아쉬워했다. 책으로 내기에 아까운 사진과 원고도 있구나. 박정호 PD의 사진과 원고를 본 순간부터 우린 진심으로 감탄하고 죄스러워했다. ※더 많은 이야기, 더 좋은 사진을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작가 박정호의 블로그 ‘소심한 남자의 게으른 여행 이야기’ http://blog.daum.net/adven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