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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장
에필로그 |
David Lagercran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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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코렐은 어떤 기운을 느꼈다. 눅눅하고 답답한 공기. 방에 들어갈 때는 아예 두 눈을 감았다. 솔직히 말하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음란한 생각도 한두 가지 얼핏 머릿속을 스쳤다. 근거를 따질 필요 없는, 자신에게조차 황당한 생각들이다. 두 눈을 뜨자 잔상들이 초현실적 장막처럼 방 안을 떠돌았으나, 침대가 나타나자 산산이 흩어져 다른 그림으로 변했다. 좁은 침대로군. 그 위에 한 남자가 똑바로 누워 있었다. 시체.
남자는 검은 머리에 서른이 갓 넘어 보였다. 입가의 하얀 거품이 뺨을 타고 흐르다가 말라 흰 가루만 남았다. 두 눈은 반쯤 뜬 채 돌출형의 둥근 이마 아래 깊숙이 파묻혔다. 얼굴은 평온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체념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코렐도 냉정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시체를 처음 본 것도 아니고 끔찍한 종말도 아니건만 이상하게 욕지기가 치밀었다. 냄새 때문이겠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톡 쏘는 아몬드 향. 창밖의 정원을 내다보며 부적절한 생각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으나 그마저 협탁 위의 사과 반쪽을 보고 금세 깨지고 말았다. --- p.14-15 비트겐슈타인은 수학이 논리학과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어. 이른바 임의의 전제를 기초로 한 폐쇄 체계인지라 외부 세계에 대해선 아무 영향력이 없다는 뜻이지. 그 양반 주장에 따르면, 거짓말쟁이의 역설은 수학 시스템 내부에서는 문제가 되지만 실세계에는 전혀 무의미하다는 거야. 말장난, 두뇌 혹사에 불과하다는 거지.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쓸 수는 있겠지.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어떤 기능도 불가능해. 칵테일을 마시며 농담 따먹기 하자면 모를까. ‘내가 거짓을 말하는 한 참이다, 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난 참을 말한다. 고로 거짓이자 참이다, 라는 말을 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반복하라는 얘긴가? 완전히헛소리야.’ ” “튜링은 동의하지 않았겠군요.” “그래.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이 화를 냈어. 튜링을 설득하기 위해 발악도 했지.” “성공하지 못했을 테고.” “전혀. 앨런은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어. 논리와 수학을 초월한다고 믿었지. 심지어 다리가 붕괴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으니까.” “거짓말쟁이의 역설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수학의 기초에 다른 결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 튜링과 비트겐슈타인은 내내 다리에 대해 논쟁을 벌였어. 다리를 세웠다가 무너뜨리기도 하고 삶 속에 온갖 종류의 기이한 이미지도 그려 넣었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튜링도 지쳐서 수업을 중도에 포기했어. 비트겐슈타인은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고.” “그래서 누가 옳은 겁니까?” “당연히, 튜링이지. 더 이상 얼마나 더 옳을 수 있겠나?” --- p.241-242 “그래, 기계를 만든 젊은이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지?” “튜링 박사 말씀이십니까, 수상 각하?” 차라리 묻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 사람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아예 앨런이 주변에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수행원들은 튜링의 방으로 우르르 몰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중 일부는 튜링이 비교적 봐줄 만한 상태이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다만 트래비스가 너무 긴장한 탓에 깜빡 노크를 잊고 말았다. 그도 즉시 후회했다. 앨런이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 뜨개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망할 귀인은 1주일 동안 면도도 하지 않고 머리를 빗지도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지금은 기다란 청색 스카프로 보이는 물건에 흠뻑 빠져 있었다. 처칠조차 그 순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 멋있군.” 그의 목소리에 앨런이 벌떡 일어났다. 앨런도 반쯤 겁에 질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아니…… 아닙니다…… 실제로…… 죄…… 죄송합니다, 수상 각하. 생……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어서요.” 튜링이 버벅거렸다. “정말, 그런가? 불행하게도 뜨개질까지는 배우지 못했군그래. 어쨌든 충분히 이해하네. 좋은 아이디어는 완전히 다른 일에 몰두할 때 나오는 법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튜링 박사, 당신 생각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네. 적어도 내가 듣기로는 그랬어. 계속 일하게나…… 그리고 스카프가 예쁘게 만들어지기를 기도하지.” 다들 웃기는 했지만 몇몇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보다 기가 막힌 광경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처칠이 나중에 트래비스한테 다음과 말했다고 했을 때도 팔리는 그저 농담에 불과했다고 믿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좋은 인력을 찾아내라고 했지만 자네가 정말 그 말을 그렇게 축어적으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 --- p.490-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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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 - 이브, 뉴턴, 세잔의 사과
그리고 한 천재가 베어 먹은 네 번째 사과의 비밀! 프랑스의 화가 모리스 드니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를 이야기하였다. 이브의 사과는 신으로부터 인간을 독립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고, 뉴턴의 사과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영감을 주었으며, 세잔의 사과는 야수파와 입체파에 영향을 주어 20세기 미술의 지평을 바꾸었다. 그리고 여기 네 번째 사과가 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너무나 사랑했던 앨런 튜링은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베어 물었으나 백설공주와는 달리 그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사회는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는 메모와 함께 베어 문 사과 하나만을 남기고. 독일 에니그마의 암호를 해독하여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인공 지능의 아이디어를 창안한 인물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허망하고 초라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과는 인류 역사를 바꾸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폰 노이만에 의해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으로 실현되었고, 애플사의 베어 문 사과 로고가 앨런 튜링에 대한 오마주라는 설이 나올 만큼 오늘날의 컴퓨터 공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밀레니엄》 4부 공식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선사하는 숨 쉴 틈 없는 속도감, 긴박감 넘치는 전개, 최상의 지적 흥분!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2차 세계 대전의 상흔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공산주의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정부의 억압이 극심하던 1954년 영국 윔슬로우 애들링턴로드의 한 자택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신에서 출발한다. 죽은 남자의 곁에는 수학 방정식으로 가득한 수첩 한 권, 그리고 베어 문 사과 반쪽이 놓여 있었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앨런 튜링. 그의 죽음에 대한 수사는 레오나드 코렐이라는 젊은 경장에게 맡겨진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상부의 간섭과 억압이 강해지고 코렐은 앨런 튜링에 죽음에 대한 점점 의문을 갖게 된다. 앨런 튜링, 그는 누구인가? 이미 《나는 즐라탄이다》에서 날카로운 독설과 유머러스한 문체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개성 넘치는 축구 스타의 인생을 한 편의 소설처럼 재구성하여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실존 인물의 생을 새롭게 조명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7500만 부가 판매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4부(2015년 8월 출간 예정) 공식 작가로 선정된 그는 전기와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극적인 장치를 통해 온전히 부각시키며 독자들을 지적인 자극과 함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