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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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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아프리카 황금 해안에서 붙잡혀온 한 원숭이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한 짧은 보고서인 이 책은 억압적 현실에의 순응을 자유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한 페이소스와 쓴웃음을 안겨준다. 하지만 유쾌하다. 원숭이 빨간 피터는 정체성 상실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원작 소설을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가 현대인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상큼한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한결 친근한 제목을 달고 나온 「카프카의 원숭이」는, 카프카 특유의 난해함을 살짝 걷어내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든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꾸민 책이다. 지금까지 카프카는 매니아들로부터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왔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작가’로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기존에 나와 있는 번역본들의 상당수는 일상적인 국어와 동떨어져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국어 독해력을 테스트받고 있는 듯한 당혹감을 느끼게 했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프카의 원숭이」 편집진은 원작의 풍미에 흠집을 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카프카 특유의 난해하고 모호한 문장을 일상적인 우리말로 다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만일 이 시도가 성공적이라면, 독자들은 카프카에 대한 중압감을 털어 버리고,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카프카의 문학 세계에 한 발 들여놓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읽는 재미와 아울러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는 것이다.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빨간 피터’의 캐릭터는 원숭이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정이 살아 있어서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카프카 원작의 이 작품은 오래전 고인이 되신 연극배우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원작을 읽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뺨에 구레나룻을 붙이고 빨간 분칠을 한 추송웅의 얼굴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독자들은 일견 그로테스크해 보이던 한 연극배우의 얼굴에 더하여 또 하나의 ‘빨간 피터’ 캐릭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빨간 피터가 빠진 함정, 혹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 이 이야기는, ‘빨간 피터’가 자신이 인간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역경을 감개무량한 어조로 보고하고 있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를 한 꺼풀 벗겨내면, ‘빨간 피터’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그리고 독자들마저 놓쳐 버릴 수 있는 함정이 하나 도사리고 있다. ‘빨간 피터’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지금도 여전히 원숭이이거나, 혹은 원숭이도 인간도 아닌 반인반수의 상태에 놓여 있을 뿐이다. ‘빨간 피터’가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그가 여전히 원숭이 상태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표면으로 돌출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빨간 피터’는 ‘인간으로 거듭난 행복한 원숭이’가 아니라 인간에게 사로잡힘으로써 ‘원숭이의 자유분방한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가련한 원숭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카프카가 우리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빨간 피터’가 원숭이의 자유분방함을 박탈당함으로써 소중한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 것처럼, 우리 현대인들도 억압적인 현실에 순응하면서 참된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향해 존재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참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참된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물론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은 온전하게 독자 각각의 몫으로 남아 있다. 줄거리 _빨간 피터가 말하는 “나는 어떻게 원숭이에서 인간이 되었는가?” 주인공 ‘빨간 피터’의 입을 통해서 피력되는 이 이야기는, 숲 속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원숭이 한 마리가 어느 날 두 발의 총을 맞고 인간들에게 생포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하겐백 상사(商社)의 기선으로 끌려와서 철창에 갇히게 된 원숭이는 뺨에 생긴 새빨간 탄흔으로 인해 ‘빨간 피터’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철창을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던 ‘빨간 피터’는 원숭이의 본성을 벗어던지고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선원들로부터 악수하는 법, 침 뱉는 방법 따위를 하나씩 배워 나가던 ‘빨간 피터’는, 어느 날 쓰디쓴 럼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들이키고는 비몽사몽간에 인간의 언어로 소리친다. “헬로우!” 인간의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마침내 철창으로부터 벗어나는 빨간 피터! 이제 그는 수많은 스승들을 몽스로 고용하며 점점 더 인간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마침내는 서커스단의 일원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