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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김연경
문학과지성사 200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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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序)를 대신하여

1. 지루한 말들
2. 늘어지는 말들
3. 「소설 초고」
4. 추악한 출현
5. 터뜨려지는 말들 : 설사
6. '방에 대한 소고'
7. '나쁜 피'
8. '위대한 통속'의 소설화에서 발생하는 문제
9. 어그러지는 말들
10. '사랑을 위하여'
11. 바스러지는 말들
12. (뭉크의) 사춘기
13. 닳아지는 말들

결(結)을 위하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75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199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장편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다시, 스침들』, 『우주보다 낯설고 먼』 등을 펴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
1975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199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장편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다시, 스침들』, 『우주보다 낯설고 먼』 등을 펴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등을 번역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과 소설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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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55쪽 | 252g | 130*210*20mm
ISBN13
9788932013947

관련 자료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만 21세였다. 막 등단을 했고,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꿈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낭만성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고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이 모든 꿈이 꼭 실현되리라는 턱없는 믿음이 시나브로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이 ‘이곳’으로 바뀌기가 무섭게 장밋빛 꿈은 진눈깨비 빛깔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꿈꾸었으나 모스크바에 떨어졌고, 무수한 연구 자료들과 나의 설익은 생각들 사이에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날이 많아졌으며, 유학 첫 해 여름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장편소설은 논문 작업에 밀려 완전히 뇌리에서 지워졌다. 재작년 겨울, 1996년 9월 이후 몇 번씩 폐기 처분했다가 또 다시 퇴고를 시도하곤 했던 이 소설의 원고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어학 연수 차 1년간 모스크바에 머물렀던 한 아이의, 어린 자식을 잃은 한 여인에 대한 지극히 산문적인 이야기와 어느 날 한국에서 날아온 어느 분의 지극히 시적인 문장, 정확히 ‘체념’이라는 한 단어가 삶과 사랑, 그리고 글쓰기의 응집소로서의 자살 테마를 완성시킬 수 있게 해주었다. 작가로부터 끝끝내 버려지고 만 ‘영원한 실패작’이자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죄’인 『분신』에 비하면 이 소설은 운이 좋았던 셈이다. 원고가 한 편의 글로 완성되기까지는 거의 6년이, 책의 모양을 갖추기까지는 7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처음 원고의 절반 가량을 미련 없이 흘려보냈고, 한때는 절실했던 것이 이제는 담담한 미적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니 새해 겨울 부산에서 모스크바로 들려온, 어느 새 환갑을 바라보고 계신 아버지의 애틋한 말씀대로 나도 조만간 서른이 된다. 지금 이 순간, 21세 때 내가 가졌던 야망을 닮았던 꿈들은 한 가닥 청승맞은 한숨으로 바뀌어버린 듯하다 ─ 카프카의 ‘집으로 가는 길.’

이 소설의 화두를 제공해주신 「얼음의 도가니」의 작가 최수철 선생님께, 그리고 몇 년 전 이 소설의 원고를 되돌려 주시며 뼈아픈 충고를 해주셨고 더불어 이 소설을 끝맺음하게 해주신 이인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03년 2월, 모스크바에서

출판사 리뷰

김연경은 1975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으며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단편 「『우리는 헤어졌지만, 너의 초상은』, 그 시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1997), 『미성년』(2000) 를 펴냈다. 지금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문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소설가 김연경은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96년 “‘신세대’의 감수성이 새로운 삶의 부피와 질을 위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평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이른바 ‘신세대’가 당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때이다). 요컨대 일군의 신세대 작가들과는 달리 한 세대 또는 동시대의 풍속도에 무조건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풍속도를 만들어낸 감수성과 풍속도 사이의 마찰과 심연을 자신의 언어로 포착한 그의 노력이 주목받은 것이다.

등단 이래 김연경은 신선한 문체와 도발적인 형식 실험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소설 쓰기를 가꿔왔다. 두 권의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1997), 『미성년』(2000)이 모두 그 좋은 예이지만 이번 첫 전작 소설은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설과 메타 소설의 대위법적인 경쟁이 눈에 띈다. 복수의 이야기선과 진술의 다성적인 교차는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작품은 화자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를 구분하기 힘든 프롤로그 격의 첫 장과 에필로그 격의 마지막 장을 칸막이로 하고 있다. 이야기가 풀려나감에 따라, ‘자살 미수’에 성공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한, 신상이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등장인물이 전화 또는 직접 진술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신변담과 그가 썼다는 소설이 뒤섞인다.

프롤로그 뒤로 위 사람이 요청한 상담이 시작된다. 상담이 끝나면 에필로그가 기다리고 있다. 상담이 시작되고부터는 딱히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한 사내가 자살 미수를 시도한다. 상담을 요청한 바로 그 사내이다. 그는 제대로 자살을 미수에 그치기 위해 몇 번이나 노력까지 한다. 그의 소설 원고가 펼쳐지면서 보잘 것 없는 연인들의 그렇고 그런 연애와 가난한 동거의 내력이 지극히 한심한 정사 장면과 함께 기술된다. 그런가 하면 어느덧 이야기는 골목길 고무줄놀이와 초경의 기억까지 낀 유년 시절로 넘어간다. 이어 에필로그에 앞서 다시 사내와 카운슬러 간의 상담으로 돌아온다.

문장은 “그들은 모두 몸집이 작았고, 그들은 모두 가난했다. 하여, 그들은 작고 가난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사귀었고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처음에 분명 그들은 ‘열애’를 하고 있었다. 모든 ‘열’이 그러하듯 그들은 대책 없이 서로에게 타 들어가고, 빨려 들어갔지만, 육체와 심장의 열이 어느 정도 식고 그들의 머리가 더욱더 차가워져서 그들의 관계가 지닌 ‘한심함’에 눈뜨게 됐을 때 그들은 이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는 것, 즉 ‘한심함’의 이면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안타까움’을 인식하게 된 것이었다”에서 보거나 “죄의식, 양심, 기만에 대한 혐오, 불가피한 냉담, 뭐 이런 것들. 그러니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는가,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테마였죠. 저는 어딘가에서 본 이 문장을 자그마한 얘기, 그러니까 소설로 다시 쓰고 싶었던 게지요. 얼마나 기고만장한 꿈을 꾸었는지. 허허허, 흐흐흐”에서 보듯 다성적인 진술이 주를 이룬다.

전통적인 개념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 요소인 사건도 이러한 문장에 종속되어 있다. 따라서 화자뿐만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주체)도 모호하다. 작가와 화자의 목소리, 작가와 화자의 행위가 분명히 구분되어, 글 읽는 사람이 오히려 안심하고 감정 이입 할 수 있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표면상 그야말로 ‘자그마한 얘기, 그러니까 소설’이 아무런 화장기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작품 전체에 걸쳐 낯선 어법과 생경한 분위기가 환기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그저 두서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은 곳곳에서 메타 소설과 만나게 된다. 소설사 서술, 또는 소설 개론에나 등장함 직한 용어들도 빈번히 등장해 덫을 놓는다. 아예 「‘위대한 통속’의 소설화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같은 장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와 그 장치에 걸려드는 사소설 분위기는 ‘자그마한 얘기, 그러니까 소설’이 도대체 어떤 욕망과 아이러니(‘아이러니’의 본래 뜻은 ‘짐짓 그런 체하기’이다)를 통해, 공표되고 유행될 만한 글로 격상되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우회로이다.

이렇게 긴 우회로를 만들어 도는 행위, 저속함과 한심함을 굳이 기술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실존과 욕망 앞에 지레 체념하고 마는 듯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가로지르기 위해 다시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표면의 사소함, 범속함, 통속성을 넘어 원형적 상징에 가 닿는 우회로를 따라가는 보람, 이야말로 김연경 소설을 읽는 보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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