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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17. 지금 갈까? - 난 당신이 필요해 18. 질투라는 건 -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의외의 감정 19. 뜻밖의 약혼 - 당신 아프게 할 일 없어 20. 법적 파트너 - 도장까지 쾅쾅 찍은 사이 21. 흔들리지 않게 - 그 남자는 이미 선택했어요 22. 99개의 단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이유는? 23. 그녀의 부재 - 심장이 사라질 것 같은 24. 빚을 갚는 방법 - 조금씩, 천천히, 끝까지 25. 지나가다 - 그날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26. 후회 - 남들처럼 연애할걸 27. 변하지 마요 - 이 여자, 놓치지 마 28. 이별 - 좋은 여자 만나지 마요 29. 거짓말 - 시간이 약이 될까요? 30. 기다리는 - 참 거지 같은 일이에요 31. 꿈이 아니라서 - 나직하게, 사랑해 32. 1%의 어떤 것 - 나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 * 에필로그 *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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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에 부서질 듯 누워 있는 어떤 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허름한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멘 채 정신을 잃은 할아버지였다.
다현은 조심스럽게 할아버지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아, 따뜻한 온기. 그리고 희미하지만 뛰고 있는 맥박. 다행이다. 움찔, 할아버지가 힘겹게 눈썹을 깜빡거렸다. 다현은 얼른 웃옷을 벗어 낯선 할아버지의 몸을 덮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 좀 차려보세요.” --- p.18~19 다현의 맑은 눈과 할아버지의 깊은 눈이 서로의 눈에서 이해와 아량,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고, 할아버지 역시 따뜻하게 미소를 되돌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두 사람의 진심이 서로 통한 것이다. “이름은 어찌 되나? 어디서 뭘 하는 분인지 은인 이름은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은인은요. 김다현이라고 합니다. 학교 선생이에요.” --- p.25 다가올 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형준은 빠른 어조로 사정을 이야기했다. 재인이 끼어들 참을 주지 않을 속셈이었다. 재인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전부 다 마무리 짓지 못하리라. 형준이 무슨 말인가 계속하려 하자 재인이 소리를 버럭 질러 댔다. 하여튼 빠른 녀석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가 지금 나랑 결혼할 여자를 정하셨다는 거야?!” --- p.44 “아까 설명드린 것처럼 회장님은 김다현 선생님한테 몇 가지 조건을 거시고 회사 권리의 일부분을 상속하셨습니다. 물론 그분 유고 시의 이야기지만.” “일부분이라구? 지금 우리 회사 주식이 한 주에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그야말로 한 재산 챙긴 거라구.” 재인이 다시 빈정거렸다. 그러고는 험악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 대놓고 쓰여 있는 경멸과 비웃음에 다현은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기가 막혀서. 내가 왜 저 무례한 인간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 p.62 “그 아이는 특별해.” 그러니까 뭐가 특별하냐구요. 재인의 보기 좋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그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해도 손자를 궁지에 몰기 위해 그를 걸고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목숨처럼 여기는 회사와 함께 말이다. 그 새파란 여선생한테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저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나까지 얽어서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다현이한테는 너나 나한테 없는 게 있어.” --- p.89 “나랑은 아직 정리 안 된 걸로 아는데. 이러는 건 반칙 아닙니까?” 다현의 상대 남자에게 슬쩍 눈인사를 마친 재인은 다현의 옆자리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지금껏 웃고 있던 한의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자 다현은 기겁을 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 인간이 미쳤나 보다. “반칙은 무슨.” “우리 아직 안 끝났어요.” 우리라니. 남자의 애매한 표현에 다현이 인상을 썼다. 그와 그녀는 결코 우리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 p.137~138 “나랑 사귀면 다 해결되잖아.”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건지. 결혼이라는 엄청나고 신성한 일에 재벌, 유산, 거래, 교제 등등의 이야기가 엮이는 게 잘도 해결되겠다. “그건 복잡하잖아요.” “안 복잡해지게 하면 되지. 보아하니 그쪽은 남자가 필요한 거 같고. 난 선생……님이 필요하거든.” --- p.144 “그 고약한 성질을 커버해주려면 당신 할아버지 재산만으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그러고 보면 할아버지께서 진짜 현명하시네요. 그 많은 재산에 당신을 끼워주실 생각을 다 하시고. 덤으로.” ‘덤’이라는 마지막 덧붙임에 재인이 낮게 기침을 했다. 눈앞의 여선생은 잊지 않고 그가 한 그대로를 되돌려주고 있었다. 한 번 비웃음에 아주 살랑거리는 비웃음. 또 한 번 빈정거림에 그보다 두 배는 더한 빈정거림. 도대체 이 여선생은 하나도 지는 법이 없다. --- p.153~154 “그래요, 공정하게. 6개월간 진지하게 만나지요 뭐, 우리.” ‘우리’라고 말한 그녀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 이제, 그들은 같은 편인 ‘우리’가 된 것이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재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 재인의 커다란 손에 쏙 잡혀 들어온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흔들린다. 정말 같은 편, 우리가 된 느낌이었다. --- p.167 내 나이 이제 스물여섯이다. 급할 건 하나도 없다. 드라마 속에서 오그라드는 연애를 보게 되면 가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인연이 억지로 생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한테도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것이고, 그와 달콤한 연애도 하고 가끔은 투닥이면서 남들과 같은 결혼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말고, 언젠가는 말이다. “그 남자, 어떤 남자야?” “대마왕 같은 남자.” 거의 잠에 빠져 있는 현진이 나직하게 물어왔을 때 다현이 나직히 대답했다. 그는 딱 대마왕이었다. King of the devil. 악마 중의 악마답게 제멋대로인 남자. --- p.177~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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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1%의 어떤 것’!
별것 아닌 특별함, 그 특별함으로 빛나는 오글거리는 연애 이야기 첫 번째, 인연은 따로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인연은 따로 있다고. 오늘 횡단보도에서 무심코 마주 스쳤던 그 사람이 어쩌면 내 평생의 짝일 수도 있다. [첨밀밀]의 장만옥과 여명이 그랬듯이. 아무리 지금 바로 옆에 좋은 사람이 있어도 평생을 함께할 파트너는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태어났을 수도 있다. 그 1%의 인연만큼은 제아무리 노력해도 가끔은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미친 듯이 사랑해도 엇갈릴 때가 있고, 평생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이 딱 내 짝일 때가 있다. 인연은 따로 있으니까. 도대체 내 인연은 태어나기나 했을까 싶어 하느님을 원망하는 삐뚤어진 사람에게도 분명 인연은 있다. 그 인연이 운명으로 변하는 건 아마도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랑만으로 가능한 노력! 두 번째, 연애는 당당하다. 사랑하는 데 재벌은 무슨. 신분 차이가 별건가? 동화책 『신데렐라』의 스토리에서 결혼 반대는 없었다. 동화책 어디에도 왕자 앞에서 힘없이 고개 숙이고 아쉬운 변명을 해대는 신데렐라는 없었다. 신데렐라는 그저 ‘네가 알아서 날 찾아와.’ 하고, 구두 하나 달랑 던져두고 사라졌을 뿐. 오히려 몸이 단 사람은 잘난 왕자님이었다. 뭐, 좀 더 적극적으로 신데렐라가 이름까지 밝혀주셨으면 더 나았겠지만, 요정에게 신세 진 신데렐라 입장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히 당당했다. 잘난 남자 앞에서 비굴한 여자 주인공은 이제는 그만 사양하고 싶다. 사랑한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헤어지는 사랑도 그만 보고 싶다. 연애와 사랑은 언제나 정직하고, 당당해야 한다. 재벌 후계자라고 해서, 당당하지 못할 게 뭐란 말인가.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잘났다. 세 번째, 가끔 오그라들고 싶다. 가끔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단 게 땡길 때가 있다. 또 내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온몸이 오그라들 것 같은 남의 연애를 지켜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히죽 웃으면서, 때때로 그들을 응원하면서. 가슴 두근거리면서, 심장이 쿵쾅대면서 그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순수하게 그냥 사랑 하나로 충분하고, 세상에 사랑만으로 충만한 그런 느낌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사랑이나 남의 사랑이나, 모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네 번째, 특별하지만, 평범하다. 엉뚱한 친절과 정신 나간 선행. 남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약하고 아픈 것, 힘들고 어려운 것에 기꺼이 자기 힘을 보태주는 사람. 그리고 그게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특별함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 특별히 예쁘거나, 특출 나게 부자이거나, 그렇게 타고나거나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스스로 나누어주고 베풀어야만 가능한 것들.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오드리 헵번의 마지막 말,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남을 돕는 손이다.’처럼, 누군가의 1%가 세상을 변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