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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005 여는 글-나의 맛 013 죄송스러운 맛 019 호사의 맛 025 잘 익은 맛 031 겨울의 맛 035 말린 음식의 맛 042 눈물 나는 맛 052 아련한 맛 057 비뚤어진 맛 061 얕잡아 볼 수 없는 맛 064 자랑하고 싶은 맛 071 먹지 못하는 맛 078 여운이 남는 맛 082 별난 맛 087 납득이 가는 맛 091 혼자의 맛 097 깨끗한 맛 102 기가 막히는 맛 114 초봄의 맛 118 깊은 산의 맛 128 비의 맛 132 강의 맛 141 섬의 맛 146 남자의 맛 여자의 맛 154 씹는 맛 163 촌스러운 맛 167 서리의 맛 176 짐승의 맛 182 소한의 맛 189 물의 맛 200 사라지는 맛 209 시골의 맛 210 산의 맛 212 해변의 맛 214 초여름의 맛 216 태양의 맛 219 더위가 가시는 맛 221 바다의 맛 222 기차 안의 맛 223 뿌리의 맛 224 고대하는 맛 226 저녁 반주의 맛 228 초겨울의 맛 230 한겨울의 맛 231 이래서는 안 되는 맛 232 갓포의 맛 235 양지의 맛 236 매듭짓는 맛 237 세간의 맛 242 선택하는 맛 248 기다리는 맛 255 읽어 내는 맛 260 빨아 먹는 맛 263 작은 냄비의 맛 268 따스한 맛 273 한 사람 몫의 맛 279 얄미운 맛 285 냄새의 맛 290 세월의 맛 299 재회의 맛 304 한 해의 끝 맛 308 뼈의 맛 315 신이 내린 맛 323 닫는 글-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맛 330 옮긴이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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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005 여는 글-나의 맛 013 죄송스러운 맛 019 호사의 맛 025 잘 익은 맛 031 겨울의 맛 035 말린 음식의 맛 042 눈물 나는 맛 052 아련한 맛 057 비뚤어진 맛 061 얕잡아 볼 수 없는 맛 064 자랑하고 싶은 맛 071 먹지 못하는 맛 078 여운이 남는 맛 082 별난 맛 087 납득이 가는 맛 091 혼자의 맛 097 깨끗한 맛 102 기가 막히는 맛 114 초봄의 맛 118 깊은 산의 맛 128 비의 맛 132 강의 맛 141 섬의 맛 146 남자의 맛 여자의 맛 154 씹는 맛 163 촌스러운 맛 167 서리의 맛 176 짐승의 맛 182 소한의 맛 189 물의 맛 200 사라지는 맛 209 시골의 맛 210 산의 맛 212 해변의 맛 214 초여름의 맛 216 태양의 맛 219 더위가 가시는 맛 221 바다의 맛 222 기차 안의 맛 223 뿌리의 맛 224 고대하는 맛 226 저녁 반주의 맛 228 초겨울의 맛 230 한겨울의 맛 231 이래서는 안 되는 맛 232 갓포의 맛 235 양지의 맛 236 매듭짓는 맛 237 세간의 맛 242 선택하는 맛 248 기다리는 맛 255 읽어 내는 맛 260 빨아 먹는 맛 263 작은 냄비의 맛 268 따스한 맛 273 한 사람 몫의 맛 279 얄미운 맛 285 냄새의 맛 290 세월의 맛 299 재회의 맛 304 한 해의 끝 맛 308 뼈의 맛 315 신이 내린 맛 323 닫는 글-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맛 330 옮긴이의 글 |
Yoko Hiramatsu,ひらまつ ようこ,平松 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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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번듯하게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시간에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헤헤, 이것 참 죄송하네. 딱히 어려워할 사람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죄송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감정은 우월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함이다. 카, 좋다. 기가 막힌 술맛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더해진다. --- 「죄송스러운 맛」중에서 어쩌다 가끔 호사스러운 맛에 몸을 부르르 떨며 환희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혀가 호사스러워지는 건 어쩐지 슬프다. --- 「호사의 맛」중에서 와사비의 맛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 가지고 오신 나무도시락 초밥 때문에 알게 됐다. --- 「눈물 나는 맛」중에서 요리 속 지혜란 경험을 거듭할수록 그 경험만큼 따라오게 돼 있다. --- 「자랑하고 싶은 맛」중에서 잼 한 병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래도 작은 병이잖아, 라며 황급히 변명해 본다 한들 ‘한 병 모조리’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 「여운이 남는 맛」중에서 납득이 가는 맛은, 말하자면 자신의 몸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맛이다. 여러 가지를 거듭해 쌓아 온 경험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맛이기도 하다. --- 「납득이 가는 맛」중에서 부지런히 나만의 상차림을 하는 건 의외로 재미있다. 자신을 길들이면서 만족과 타협한다.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깜박하고 착지에 실패해도 괜찮다. 시무룩해져서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감미로운 덤이 제대로 딸려 올 테니까. --- 「혼자의 맛」중에서 언제부터일까. 봄으로부터 쓴맛과 알싸한 맛을 원하게 된 것이. --- 「초봄의 맛」중에서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계절과 맛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라 여기고 싶다. --- 「소한의 맛」중에서 가을밤이 유독 길 때, 혹은 겨울 해 질 녘에 도쿠리 기울이는 소리를 나 홀로 조용히 듣는 행복이 있다. --- 「저녁 반주의 맛」중에서 이제 몇 밤만 자면 된다며 손꼽아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애틋함이 더욱 격렬해지는 맛이 있다. 맛이란 것에는 분명 그런 애달픈 감정도 함께 뒤섞여 있다. --- 「세월의 맛」중에서 죽으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누가 그렇게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를 애틋이 여기는 사람의 마음으로요. ---「뼈의 맛」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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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맛과 인생을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낸 에세이 『어른의 맛』 눈물 나는 맛, 기다리는 맛, 아련한 맛, 사라지는 맛……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세월의 틈 구석구석에서 만난 잊지 못할 맛의 기억 “아,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였어요.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_ ‘눈물 나는 맛’에서 『어른의 맛』은 인생의 순간순간 만났던 잊을 수 없는 맛에 대한 기억을 아름답고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낸 에세이다. 어른이 되었기에 더 애틋하게 느낄 수 있는 맛,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바쁜 일상에 가려져 있던 맛에 대한 이야기. 이른 저녁 이자카야의 포렴을 가르고 들어갈 때 괜히 죄송스러워지는 맛, 와사비의 맛을 알게 됐을 때 코끝이 찡해 오는 맛, 쓸데없는 군짓을 하지 않는 산나물의 맛, 어릴 때는 알 수 없는 아련하고도 희미한 맛, 어른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술안주의 맛, 계절을 기다리고 배웅하는 맛, 옥돔의 눈알을 쪽쪽 빨아 먹는 맛…… 등 이 책은 세월과 함께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경험을 거듭하면서 섬세한 미각의 영토를 넓혀 온 사람이 느낀 다양한 맛과 기억을 담고 있다. 어른의 맛은 음식깨나 먹어 봤다고 하는 미식가의 젠체하는 맛도, 상대의 맛 취향을 무조건 깎아 내리고 보는 꼰대의 맛도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맛, 그것이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어른의 맛이다. 지극히 행복하고 따스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자카야의 포렴을 가르고 들어가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고 싶어지고, 한밤중에 냉장고 속 두부를 꺼내 구워 보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조용히 차를 끓이고 싶어지고……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준 음식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질지도 모른다. 맛과 사람을 잇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 조용히 마음 한편을 울리는 맛에 대한 더없이 따스한 글 그 매력을 얕잡아 볼 수 없는 평범한 두부, 술집에서 만나는 소박한 안주, 어느 깊은 산속에서 먹는 멧돼지요리, 후지 산자락에서 먹는 맑은 국물의 우동,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해삼, 한겨울 서리 맞아 단맛이 깊어진 대파, 기다림을 알아야 그 제 맛을 알 수 있는 구운 가지, 깊은 산골 여행을 하면서 맛보는 산나물…… 『어른의 맛』에는 여러 가지 요리가 잔뜩 나오지만 조금도 위가 부대끼지 않는다. 표현은 물론이고 그 비유조차 솜씨가 뛰어난 요리사의 양념처럼 정확하다. 저자 히라마쓰 요코는 ‘음식’과 ‘맛’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개성 강한 글쓰기를 보여 주는 작가로 세계 각지를 돌며 취재하고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문학과 예술을 테마로 폭넓게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유명 레스토랑 음식에 별점 매기는 일보다는 퇴근 후 서둘러 집에 돌아가 해 먹는 밥 한 끼의 매력, 도시 변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매일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별거 아닌 일상의 음식과 맛도 그녀의 미각과 손길을 거치면 마법처럼 생생한 생명력을 얻는다. 이 책에 실린 거의 모든 글이 맛깔난 단편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히라마쓰 요코는 음식과 맛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꽤 사려 깊고, 솔직한 감각을 자극하는 촘촘한 묘사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충실한 취재와 정보 서술, 품위 있는 문체 속에 녹아든 뚝심과 강단에 감탄하게 된다. 맛의 영역에서는 얕은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법이다. 먹는다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풍경을 예리하고 진지하게 관찰하는 자세. 그녀의 글이 가진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 맛있어!” 어른이 되었기에 더 애틋하게 느낄 수 있는 맛 이 책에는 ‘여는 글’과 ‘닫는 글’을 포함하여 총 64개의 맛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맛에 대한 표현들은 지극히 미각에 의존하기도 하고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그저 계절의 감각을 느끼게 하기도, 인생에 대한 성찰을 소담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표현되는 맛은 감각에 충실하고도 솔직하다. 딸기잼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야금야금 모조리 해치워 버린 후 후회와 자책 속에서도 기뻐 날뛰는 혀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여운이 남는 맛). 벚꽃색으로 잘 구워진 옥돔을 마지막엔 눈알까지 쪽쪽 빨아 먹는 에피소드는 어떠한가(빨아 먹는 맛). 깊은 산중 겨울철에만 불이 켜지는 작은 요리점에서 맛보는 멧돼지요리를 예찬하고(짐승의 맛), 해삼을 한 사발 먹고 혓바닥이 얼얼하고 머릿속이 욱신거렸던 경험(소한의 맛) 등…… 맛은 자연스레 관능으로 흘러넘치기까지 한다. 먹지 못하는 맛, 기가 막히는 맛, 얄미운 맛, 냄새의 맛, 뼈의 맛, 따스한 맛 등은 특히 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글이다. 눈물 나는 맛, 말린 음식의 맛, 선택하는 맛, 기다리는 맛, 세간의 맛, 한 사람 몫의 맛, 세월의 맛, 재회의 맛 등은 어른이 되었기에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이 유독 읽는 이의 마음에 와 닿는다. 계절의 감각을 감지하는 것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맛을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찬바람에 지친 몸을 녹이기 위해 마시는 우메보시 녹차(겨울의 맛), 초봄에 맛보는 알싸한 머위 어린 꽃줄기(초봄의 맛), 장마철에 불쑥 생각나는 물양갱(비의 맛), 여름 하면 생각나는 추어탕(강의 맛), 봄에서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게 해 주는 은어(사라지는 맛)의 맛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계절과 맛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어른이 되었기에 누릴 수 있는 얼마나 큰 기쁨인지 공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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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기나긴 반건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40대 여성의 고뇌와 발버둥을 담은 ‘중년 에세이’ “몇 살이 되어도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인정할 수 없는 중년 여성들이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추함과 불안함. 그것은 90세 인생 시대에 중년을 맞이한 버블 세대들이 내뿜는 새로운 분비물이다. 내 손끝에서는 그 끈적이고 진득한 분비물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 분비물을 다 씻어 내고 바삭한 노인이 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듯 단숨에 편안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세대가 ‘죽을 때까지 아름답게’라는 야망을 그리 쉽게 내려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_‘들어가는 말’에서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30대를 지나 40대의 경험과 변화를 고스란히 통과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결코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노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 그 어중간한 자리에서 겪어야 하는 당혹과 비애의 측면을 솔직담백하고도 재치 있게 펼쳐 보인다. 중년은 방황하기 쉬운 시기다. 중년의 위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느닷없이 위기의식이 찾아든다. 나이가 들면 청춘의 방황도 끝나고 인생의 의미도 깨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오히려 마음속에서 이런저런 불안들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노년을 코앞에 둔 초로라면 오히려 묵묵히 현실을 직시할 수도 있겠지만 청년도 아니요, 노년도 아니요, 딱 그 중간이라고 하는 나이가 애매하기 그지없어서 갈팡질팡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지금 이대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예전만 못하고.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40대이기는 해도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 에피소드와 더불어 설득력 있는 문화사회학적 해석을 들려주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90세 인생’ 시대에 중년 여성이 겪는 불안과 갈등의 측면들. 즉 노화에 대한 저항, 부모 부양, 성적인 문제, 갱년기, 질병, 직장에서의 위치, 감정의 마모 등 아마도 작가 자신이 ‘중년의 한복판’에 있는 당사자이기에 마치 일기를 쓰듯, 친구와 수다를 떨듯 중년의 일상과 상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 중년이 되어도 불길함을 자아내지 않는 사람이란 어쩌면 ‘마음 편히 늙어 가는 사람’ 아닐까. _‘꽃의 색’에서 * 몇 살이 되어도 에로틱한 마음을 갖는 건 좋지만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 중년기의 섹스어필이란 어지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불쾌하다’고 여겨지기 쉽다. _‘에로’에서 * 난소들아,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셔터를 내리려고 하는 내 난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뿐이다. _‘갱년기’에서 * 폐경하면 ‘여자로서 끝’이라고 할 때, 여기서 ‘여자’란 단순히 난소나 자궁 같은 부인과계 장기를 가진 생물이 아니라 부인과계 장기를 활용하지 않는 생물을 말한다. 난소가 배란을 멈추었다면 분명 난소의 기능이 끝을 맞이한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장기의 활용 여부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수 있을까? _‘갱년기’에서 * 젊음의 잔혹함은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_‘노화 방치’에서 * 그것이 무엇이든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둘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평범한 중년 여성들이 걱정하는 것은 현재의 노화를 내버려 두었다가 또 다른 노화가 진행되면 어쩌나, 그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내려왔다고 여겨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리라. 여기에서 무대란 이를테면 섹스라는 무대다. _‘노화 방치’에서 * 그러고 보면 중년에게 필요한 소양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긴장했다고 해서 그 긴장감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슬프다고 해서 울고 싶은 욕구를 마음대로 발산하지 않는다. 감정을 죽이라는 게 아니다. 긴장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연륜’이라는 녀석으로 잘 다스려 다른 감정으로 바꾸거나 마음속에 슬쩍 넣어 두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_‘감정’에서 * 첫 기미, 첫 흰머리, 첫 잇몸병…… 등을 겪을 때마다 일일이 충격 받았고 무언가 대책을 세워 극복하려고 애도 써 봤다. 하지만 결국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어느새 노화 현상과의 동거가 익숙해졌다. _‘질병’에서 “중년은 나이를, 아줌마는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말” 3040 여성의 목소리를 통쾌하게 대변해 온 작가 사카이 준코 중년이지만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중년통痛’을 이야기하다 사카이 준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필명으로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해 그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작가다. 일본 버블 경제 시기라는 그 특수한 호황기를 온몸으로 누리며 청춘 시절을 보냈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수준 높은 소비 습관과 문화적 취향을 쌓았다.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사카이 준코는 2003년 『마케이누의 절규負け犬の遠吠え』(한국어판 제목 『결혼의 재발견』)를 발표하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모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30대 이상, 결혼 안 한, 아이 없는’ 여성을 ‘마케이누(싸움에서 진 개 or 패배한 개)’로 정의했다. 여성이 아무리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할지라도 결혼하지 않으면 가부장적 사회로부터 ‘실패한 여자’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자학과 역설의 유머가 진하게 밴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다. 사카이 준코는 이 책으로 당시 30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마스다 미리의 만화 캐릭터 ‘수짱’도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에서 사카이 준코의 이 책을 읽는다.) 사회의 보수적인 여성관을 통렬한 비유로 폭로한 전적의 사카이 준코가 이제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되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이가 있든 없든 중년의 계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사카이 준코는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닥치는 그 계절을 통감하며 중년이지만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겪는 ‘중년통痛’의 면면에 대해 매우 리얼하게 주절주절 쏟아낸다. 사카이 준코는 자신을 포함하여 ‘중년이지만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을 일종의 신종 생물로 진단한다. 그들은 버블 세대, 즉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청춘기를 보냈고, 소비 욕구가 높으며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있다. 이 세대 여성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했어도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고, 대중매체 또한 이 여성들의 욕구와 욕망에 주목하고 있다. 사카이 준코는 중년이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이성에게 인기 있는 여성이 대두한 현상을 자연스레 평균 수명 연장과 연결 짓는다. ‘70세 인생’ 시대에는 50세가 가까워지면 슬슬 인생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평균 수명이 90세로 늘어난 이상 중년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90년이나 살아야 하는데 노년기만 길어지다니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할 수 있는 한 젊고 예쁜 모습으로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다 해서 자궁과 난소의 기능이 그에 맞게 업그레이드되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얼굴의 노화는 늦출 수 있다 해도 난자의 노화를 피하기는 힘들다. 외부 노화 속도와 내부 노화 속도의 불일치에서 중년 여성이 겪는 갈등과 불안이 도드라진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고 떠받들어 주는 사람도 더는 없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 편히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아무리 숨겨도 빼꼼 얼굴을 내미는 중년스러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숨길 생각은 아니다. 우리는 중년스러움이 얼굴을 내밀 때마다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완벽히 때려 숨겼다면 기쁜 일이고, 비록 때리지 못했다고 해도 정색하며 말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어. 나는 중년이니까.” _‘나오는 말’에서 중년이 되면 동창회가 부쩍 많아지고, 젊을 때처럼 배낭여행을 감행하기 멋쩍어지고, 부모님을 돌봐야 하고, 성적 매력과 능력이 감퇴하고, 갱년기가 찾아오고, 매일 여기저기 아프고,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어진다. 주름과 흰머리에는 더 이상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는다…… 불필요할 정도로 덮어 놓고 노화를 숨기는 사회에서 마음 편히 늙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지만 사카이 준코는 앞으로도 절대 자신은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젊음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마지못해 늙어 가게 될 거라고. 기나긴 반건조 시대를 살아야 하는 중년 여성의 고뇌와 발버둥은 이후로도 계속될 거라고.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웃음과 페이소스가 강한 공감 에세이다. 청춘이라는 인생의 여름을 보내고 이제 가을 문턱에 다다른 중년은 때론 분하고, 때론 안타깝고 슬픈 감정의 파고를 맛본다. 중년스러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분투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년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거나 숨지 않아야 인생은 즐거울 수 있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고 떠받들어 주는 사람도 더는 없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 편히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