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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무대
문고판을 내며 놀이, 뜨겁다/차갑다, 아날로지, 알레고리, 앰비밸런스, 낯설게하기, 의식, 이데아, 이데올로기, 인과관계, 은유, 연역/귀납, 엔트로피, 외연/내포, 개념, 외부, 거울, 과잉, 카타르시스, 가치, 화폐, 신, 환원, 관념, 환유, 기계, 규범, 기분, 광기, 공생, 공동체, 공간, 군중, 경험, 계보학, 계몽, 계약, 게임, 언어, 현상, 권력, 광학, 교환, 고고학, 구조, 행복, 목소리/음소, 차이, 시간, 시스템, 주어/술어, 소비, 여성성, 소유, 심급, 신체, 진리, 정의, 생산, 제도, 세계, 책임, 전쟁, 증여, 소외/물화, 존재, 타자, 힘, 지평, 초월, 초월론적, 담화, 테크놀로지, 도구, 독아론, 노마드, 장, 배제, 패러다임, 표상, 풍토, 분절, 문법, 가면/페르소나, 변증법, 방법, 폭력, 본질, 번역, 시선, 무의식, 명령, 이야기, 야생, 꿈, 욕망, 랑그, 이성, 수사학, 논리 참고문헌 찾아보기 |
中山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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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사상가 질 들뢰즈는 이 물음에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행위라고 답한다. 하지만 들뢰즈는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고자 하지 않았다. 철학의 역사 속에 잠들어 있는 개념을 깨워 다시 무대에 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이미 형성된 개념에 대해 그 의미와 기능에 반하는 내용을 강조해서라도 그것이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연기해주길 바랐다. 결국 철학하는 행위란 낡은 개념들을 위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저자는 들뢰즈의 답변을 빌어 철학의 역사라는 풍성한 장난감 상자 속에서 번쩍거리는 금속 병정과 곰 인형을 들춰내듯이 여러 개념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개념들을 오늘이라는 무대에 다시 세우려 한다. 보편성, 욕망과 타자의 문제 칸트는 철학개념들을 ‘철학적 요소’라고 했다. 철학적 요소는 경험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 자체를 구성하며, 철학을 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들이다. 철학사에서는 하나의 개념이 어느 시기 갑자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어, 철학자의 주의를 끌기도 한다. 그때까지 두드러지지 않던 개념이 갑자기 중요한 철학적 요소로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철학적 요소, 즉 개념들의 모험을 그리려 한다. 개념을 단순하게 설명한다기보다 다양한 사례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양과 서양, 오랜 과거부터 현재의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개념들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철학적 개념들을 정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철학의 ‘보편성’과 ‘욕망과 타자’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각각의 개념들을 펼쳐놓고 연결한다. 먼저 ‘보편성’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이 동양에서 서양철학을 우리에게 얼마만큼 보편성을 지니는가의 문제다. 동양에서 태어난 우리가 서양철학의 문제를 배우고 소화하는 데에는 분명 핸디캡이 있다. 따라서 서양철학의 고유한 풍토성을 어떻게 보편적인 것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가는 동양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다음은 ‘욕망과 타자’의 문제이다. 그리스 이래 철학은 ‘자기를 안다’는 행위와 따로 떼에서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자기 욕망에 충실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스토아학파, 스피노자에 이르는 철학의 매우 중요한 전통이다. 분명 철학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자기 욕망을 키워나가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만으로는 자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자기는 단독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힘으로 태어나 타자에 의해 키워지기 때문이다. 타자는 욕망이라는 철학적 요소로 다룰 수 없다. 따라서 ‘보편성’과 ‘욕망과 타자’라는 두 가지 철학적 요소는 타원의 두 초점처럼 대립하면서 서로 끌어당기며 이 책을 끌고 나간다. 이 책은 하나의 완성된 사상용어 사전이 아니라 철학적 사고를 위한 사전이다. 책에 실린 100개의 항목은 철학의 기본 개념들로서, 생활 속에서 그 개념들을 어떻게 사용하면 사고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책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이 없지만, 저자는 가능하면 앞에서부터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새 항목마다 새로운 길이 개척되지만, 점점 개척된 길의 전체상이 펼쳐지며 길과 길이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각각의 연결고리를 이어감으로써 지금까지 파악할 수 없었던 광경의 전후관계와 전체를 두루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양철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화할 것인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동양에서 태어나 서양철학에 관심을 갖는 우리 독자에게도 많은 자극을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