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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배고픈 날 연싸움 삼일절 기념식 미운 아이 봉홧불 삐라 사건 미역 따는 날 큰누나의 결혼 장마비 슬픈 일 삼촌 불타 버린 학교 숲 속의 동굴 폭도 굴 민수 아버지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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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수네 아버지랑 서청 사람들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관도 없이 가마니에 묻히셨다.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묻었다고 어머니는 두고두고 원통해 하셨다.
산사람들이 내려온 날, 집이 불타고 사람이 죽어 나간 것은 우리 집만이 아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 양쪽에 있는 집은 대부분 불탔고, 집집마다 죽은 사람이 많아 온 마을이 초상집 분위기였다. 이튿날 칠복이 아버지와 몇몇 사람이 폭낭거리로 끌려왔다. 지난 밤에 마을에 내려왔던 산사람들의 가족이라고 했다. 우리 아버지, 살려내라! 우리 어머니 살려내라! 동네 사람들은 그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며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끌려온 사람들은 산에 올라간 가족들 때문에 변명도 못하고 매를 맞았다. ---p. 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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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큰누나가 시집을 갔다. 혼례상도 받지 않고, 이불 한 채와 살림살이 몇 가지만 마련해서 용진이네 뒷방에 신방을 차렸다. 신랑은 지난번에 누나에게 눈길을 주었던 바로 그 '검은 안경'이었다.
'절대로 매형이라도 부르지 말아야지.' 나는 누나를 데리러 온 검은 안경을 보며 굳게 결심했다. 우리 가족에게서 웃음을 거두어 가 버린 검은 안경이 정말로 미웠다. "잘 살아야 한다. 여자는 참으면서 사는 거야. 참으면서 살 수 있다." 할머니는 검은 안경을 따라가는 큰누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큰누나는 대답을 못하고 울면서 갔다. '큰누나, 잘 가!" 나는 큰누나가 승준이네 집을 넘어가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놀러 와라." 큰누나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큰누나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순옥이가...." 큰누니가 시집가던 날,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연거푸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형, 할아버지가 뭘 어쨌기에 큰누나가 그 사람한테 시집을 가게 된 거야?" "그게 뭐 어때서? 그게 그렇게 큰 죄야?" '글쎄, 죄라고는 할 수 없지. 그렇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트집을 잡는 거지." 나는 형이 하는 말을 들으며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큰누나가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집을 갔다는 게 너무너무 억울했다. ---pp. 93-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