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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1
7세 촛불을 꺼야 사랑이 시작되는도다 8세 부끄럽기만 한 연애편지 9세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될 짓 10세 소매를 적시는 초겨울비에 맺은 사랑 11세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정 12세 번뇌의 때밀이 13세 이별은 현금 지불 권2 14세 흙벽 방 침구 15세 두발을 밀어 버려도 버릴 수 없는 세상 16세 여자를 멋대로 생각해서는 안 되지 17세 맹세 쪽지에 찍은 옻칠 도장 18세 여행길에서 생긴 마음 19세 어쩔 수 없이 출가하다 20세 뒷골목도 사람 사는 곳 권3 21세 헛돈 쓰는 사랑 22세 소데(袖) 해변의 생선 장수 23세 의복을 낚아채는 여자 24세 하룻밤 광란의 베개 다툼 25세 화대는 다섯 돈 외에 26세 무명옷 유녀의 덧없는 세상 27세 떠벌리다 구설수에 권4 28세 인과의 관문지기 29세 추억의 빗 30세 꿈의 검풍 31세 하녀의 첩이 된 요노스케 32세 대낮의 여우 올가미 33세 눈앞에 펼쳐진 3월 34세 구름 속에 자취를 감춘 날벼락 권5 35세 나중에는 정처 대접을 받다 36세 같이 먹고 싶은 정월 찰떡 37세 욕심 많은 세상에 이런 일이 38세 목숨을 건 빛나는 물건의 정체 39세 하루 빌려주어 뭐가 되지 40세 당대 멋쟁이를 몰라보다니 41세 지금 여기에 엉덩이가 튀는 여자 권6 42세 먹으려다 말고 소맷자락에 넣어 드린 귤 43세 몸이 불구덩이가 되더라도 44세 마음속 상자 45세 잠을 깨우는 채소 취향 46세 바라본 건 새해 첫 모습 47세 방귀는 하사품 48세 와카 고필 조각으로 누벼 입은 호화로운 겉옷 권7 49세 첫눈 오던 날 아침 찻잔에 떠오르는 모습 50세 바람잡이들과 실컷 놀아 본 날 51세 아무도 모르는 내 돈 52세 술잔 받으러 120리 53세 유곽의 일기장 54세 입맞춤한 술잔이 실린 사각 종이 그물틀 55세 신마치의 저녁, 시마바라의 새벽 권8 56세 편하게 잠을 잔 쇠달구지 57세 정을 건 도박 승부 58세 한잔이 부족해 찾은 사랑 동네 59세 교토의 미인 인형 60세 침실의 최음 도구 『호색일대남』 발문 부록 에도 시대의 단위 표기 특별 기고 논문 : 한국 문화의 눈으로 읽는 『호색일대남』?『구운몽』과의 대비를 통해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 후기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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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이 된 어느 여름날이었다. 한밤중에 쉬가 마려워 잠에서 깬 요노스케가 베개를 제치고 하품을 하면서 장지문 고리를 열려고 하니 옆방 하녀가 이를 알아차리고 촛불을 밝히면서 긴 통로 복도를 따라나섰다. 남천촉 나무가 서 있는 동북쪽 집 구석으로 다가가 솔잎이 깔려 있는 소변 통에 볼일을 본 후 손을 씻었다. 하녀는 툇마루 쪽으로 늘어진 대나무 줄기에 긁히거나 튀어나온 못에 도련님이 행여 다치지는 않을까 해서 촛불을 들고 가깝게 다가갔더니 요노스케는 “그 불을 끄고 좀 더 옆으로 다가오너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넘어지시지는 않을까 걱정이온데 불을 끄라시니 어인 말씀이시옵니까?”라고 물으니 요노스케는 태연한 얼굴로 “사랑은 어둠 속에서 한다는 걸 모르는가?”라고 말하기에 호신용 칼을 들고 있던 다른 하녀가 분부대로 촛불을 꺼 드리자 하녀의 왼쪽 소매를 잡아끌면서 “혹시 근처에 유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라고 주위를 신경 쓰는 모습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하늘나라 다리 위에서 처음에는 제대로 교합을 못했던 남녀 신들처럼 도련님이 아직 몸은 영글지 않았는데 그 마음만은 간절한 것 같네요”라고 주인마님께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마님도 그 녀석 어린 나이지만 신통한 아들이라고 내심 크게 기뻐하셨으리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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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의 첫 소설 작품인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은 일본 근세 소설사에서 우키요조시(浮世草子)라는 장르의 효시로 크게 평가받고 있는 고전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간된다.
우키요조시는 일본 근세 소설의 다양한 장르 중 하나로서 이 작품이 나올 당시에는 실용적인 내용이나 권선징악적 문학관이 담긴 가나조시(假名草子)라는 장르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호색일대남』이 창작됨으로써 가나조시와는 일선을 긋는 우키요조시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가 시작되었다. 사이카쿠는 자신의 작품을 당대에 유행했던 가나조시의 일환으로서 창작했지만 『호색일대남』이 담고 있는 내용의 질이 그 이전의 작품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후대인들이 이를 우키요조시(浮世草子)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후 근세 소설의 주요 장르의 명칭으로 정착한 것이다. 즉, 가나조시의 문학적 성격과 크게 이질적인, 주로 오락성에 주안을 두고 당세의 풍속이나 인정(人情)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자 했던 풍속 소설들을 우키요조시라고 부른다. ‘우키요’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 현실의 모든 것이 살기 힘들고 무상하다는 불교적 생활 감정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한편에는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향락이 존재하고 그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는 정도의 다소 상충적인 의미를 가진다. 불교적 생사관이 강조되었던 중세적 ‘우키요(憂世)’가 근세기에 이르러 현실은 ‘憂世’이면서 ‘浮世’인 중층적 이미지로 다가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이카쿠의 첫 우키요조시인 『호색일대남』의 작품명을 의미 그대로 풀어 보면 ‘일생을 오로지 호색만으로 일관한 남자’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세계 문학에서 호색 문학이라고 하면 노골적인 성 묘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문학을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호색일대남』의 내용은 호색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호색일대남』의 주인공 요노스케(世之介)는 수천억 재산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충실히 이어 가면서 더욱 부를 축적해 가는 것이 의무이고 도리였지만 이를 철저히 외면한 탈세속적인 존재였다. 작품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주인공은 일생을 유곽(遊廓) 등에서 호색 생활로 일관하면서 대부분의 재산을 탕진함으로써 국가에는 상인 본분을 망각한 불충(不忠)을, 부모에게는 가업을 이어 가지 않은 불효를 행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 사이카쿠는 당시의 봉건 체제에 반역적일 수도 있는 주인공 요노스케의 호색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이 작품이 노골적인 성 묘사를 주안으로 하는 호색 문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의 창작 의도는 흥미롭기만 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는 일본 고전 소설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 대한 패러디 의도가 담겨 있다. 『겐지 모노가타리』가 창작된 시기는 11세기 초 헤이안(平安) 왕조의 귀족 시대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대로 최상층 귀족 신분의 히카루 겐지(光源氏)와 수많은 헤이안 귀족 여성들의 만남을 둘러싼 영화로운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사이카쿠는 이와 견줄 만한 근세 상인의 히어로로서 주인공 요노스케를 설정하고 그의 호색 생활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묘사되는 남녀 귀족들의 사랑은 성애의 부분이 사상(捨象)된 형태였던 데 비해 『호색일대남』은 인간의 원천적 본능인 애욕을 모티프로 삼고 있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귀족이나 무사와 같은 지배 계급의 사랑 이야기의 위선을 야유하는 시각이 내재된 패러디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요노스케는 상속받은 엄청난 재산의 힘으로 근세 도시 경제 체제에서 최고 수준의 환락적 소비와 향락이 허용되는 유곽을 드나들며 수많은 여성 또는 미소년을 편력하는데, 이는 당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상인들의 자기 과시의 한 행태였다. 상인은 공고한 계급적 질서 안에서 자리매김되었기에 부의 축적, 즉 금력이 권력이나 사회적 공공성의 영역 등으로 이어지는 발상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상인에게 세속에서의 부의 축적은 오직 부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었다. 사이카쿠는 주인공 요노스케를 근세 상인들이 선망하는 부호의 아들로서 설정해 주로 유곽을 무대로 상인의 굴절된 존재감을 과시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