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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1장 산에 오르며 일본을 읽다 ‘큰보살산’ 한 방 먹이다 악마의 유혹 다니가와다케 일본의 상징, 후지산에 오르다 위험한 야간 산행의 매력 구사쓰, 일본 최고의 온천 일본인들의 지진 대비, ‘올 테면 와라, 신의 처분에 맡긴다 대지진 공포로 일본열도가 떨고 있다 2장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추억의 마을방송, 도쿄에 남아 있다 대중목욕탕 센토가 사라진다 밤새워 술 마시는 사람들 일본열도 위협하는 불법 투기 쓰레기 사기꾼이 들끓는다 일본, 지역감정은 없는가 ‘흡연자 천국’ 일본 옛말 될까? 평생 ‘철밥통’ 일본 공무원 수돗물이 외면당하고 있다 미인은 왜 간토에 집중되어 있나? 처절한 ‘택시 전쟁’ 너무나 ‘일본적’인 휴일 거대한 요새도시 도쿄 일본 국민병(病) ‘카훈쇼’, 재앙이 되나 일본, 이사하기 힘드네 보신탕과 뱀장어 한국엔 김·이·박, 일본엔 사토·스즈키·다카하시 적응하기 어려운 도쿄의 날씨 도전하는 한국인, 재일한인회 도쿄대 축제 오월제, 젊음과 지성이 넘친다 3장 갈림길에 선 일본 입시 전쟁과 사교육 열풍 여유 잃어버린 일본의 ‘여유 교육’ 사무라이가 꿈틀거린다 망년회 손님 유치에 사활을 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게이단렌, 자민당의 위기 선생 대접받는 일본 국회의원 딜레마에 빠진 국세조사 일본인의 가슴에 자리한 ‘천황’ 이제 세습 정치가 싫다 고마신사가 왜 ‘출세신사’인가 왜 ‘왜놈’인가 야스쿠니 참배, 일본인들의 시각 신들의 나라 일본, 그들의 종교 생활 게이샤,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인들의 정성 가득한 송별회 문화 4장 총중류사회를 꿈꾸던 일본, 어디로 가는가 기업 영빈관, 구락부에서 강한 중소기업, 후계자가 없다 집값 거품 얼마나 빠졌나 학연과 지연, 악연이었나 홈리스, 일본열도의 그늘 우리는 모두 ‘하류인생’ 어떤 직업이 많이 버나? 왜 도요타자동차 열풍인가 보너스, 신나는 기다림 부딪쳐서 깨져라! : 속담에서 드러난 일본의 민족성 닫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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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등산은 크게 세 가지 코스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야마나시현 쪽의 해발 2,305미터의 고고메(5부 능선)에서부터 오른다. (……) 이처럼 오르기 어렵고 변화가 심한 산이다보니 일부 일본 기업들은 후지산 정상에서 신입사원 면접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데 일생일대의 취업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도, 지원자 중 절반 정도는 산을 오르지 못해 면접을 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 그런데 수년 간 후지산이 인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분화구 주변에 거대한 돌을 세워 사람과 단체 이름을 새겨놓기도 하고, 곳곳에서 중장비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으며, 쓰레기나 인분 등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도처에 흔하다. 등산철에는 야간에 정상까지 가는 길이 몇 시간이나 정체될 정도다. --- pp.27-30
‘마의 산’ ‘악마의 산’ ‘죽음의 산’. 일본 군마현과 니가타현 경계에 솟아 있는 다니가와다케(1977미터) 산에 붙여진 으스스한 별명들이다. 어떤 이는 다니가와다케를 ‘악마의 유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다니가와다케가 아름다움으로 악마처럼 사람을 유혹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식어가 너무 거창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난 조난 사고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다니가와다케의 악명은 수년 전 일본산악회 회장이 이곳에서 숨지면서 더욱 높아졌다. 정설은 아니지만 일본 산은 ‘다케(岳)’라는 말이 뒤에 붙으면 제일 험하고, 다음이 ‘야마(山)’, ‘산(山)’ 순이라고 한다. 다니가와다케에는 당연히 ‘다케’라는 말이 붙는다. 다니가와다케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곳곳의 거대한 폭포들과 만년설이 사람을 압도하고 겨울은 눈 덮인 산의 모습이 압권이다. 이처럼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다니가와다케에 일본의 열혈 산악인들과 등산객들이 몰려들어 암벽과 빙벽을 타다가, 혹은 능선 등산을 하다가 지금까지 800명 가까운 숫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위령비들이 즐비하다. --- pp.19-22 일본에서는 최근 수년간만 해도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대비는 ‘의외로’ 느슨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일본인들은 “대비를 하는 게 작은 지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거대 지진이 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신의 처분에 맡길 뿐”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 큰 지진이 일어나면 비상용품을 챙기는 것보다는 탈출로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진 피해 경험자들은 증언한다. 리히터 규모 7을 넘는 거대 지진이 오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진성이 높은 주택조차 크게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지진학자는 말했다. 정작 큰 지진이 오면 인간의 대비가 무력해진다는 이야기다. --- pp.43-45 권하고, 돌리고, 우리와 마찬가지다. 2차, 3차, 4차로도 이어진다. 평일에도 새벽까지 마시자고 강권하기도 한다. 이때 자주 이용하는 술집은 빨간 종이등이 걸린, ‘술이 있는 집’이라는 뜻의 이자카야(居酒屋)이다. 가정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반주를 하는 전통이 강했던 영향으로, 점심때에도 맥주 한 잔으로 반주를 하는 남녀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기 전에 마시는 ‘네자케’라는 술도 있다. 주로 겨울에, 잠을 청하기 위해서 마신다. 호기의 상징으로, 많은 양의 술을 단숨에 마셔버리는 ‘잇기노미’는 급성 알코올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는 한국처럼 잇기노미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 p.70 2개월분 집 임대료에 해당하는 레킨(禮金, 집을 빌려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으로 내는 돈), 레킨과 마찬가지로 임대로 2개월분에 해당하는 시키킨(敷金, 보증금), 1개월분에 해당하는 중개료, 그리고 첫 달치 임대료 등 거액을 한꺼번에 낼 때는 부담스러웠고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레킨은 세입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마음으로부터 승복이 안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가 심해 집을 갖고 있는 것이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레킨을 주는 것이라지만 쉽게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시키킨도 문제다. 이사를 나갈 때 시키킨의 얼마를 돌려주느냐를 놓고 다시 집주인과 부동산 회사의 횡포가 횡행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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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일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1,000장의 명함, 숱한 발품과 산행이 가르쳐준, 내가 몰랐던 일본 오는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러 차례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자민당에 신뢰를 보내오던 일본 국민들도 이번에야말로 어떤 변화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일본 국민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저자(현 서울신문 경제담당 부국장)는 2004년에서 2006년까지 3년 동안 일본에서 신문사 특파원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갈림길에 서 있는 일본의 현재를 재조명하고 있다. 일본은 명실상부하게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일본에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저자는 일본 전문가가 아니었다. 평범한 한국인의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던 그가 일본 전국 47개의 도도부현을 부지런히 밟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과 오해를 계속해서 깨뜨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완성되었다. ‘연줄’ 없이는 인터뷰하기 힘들다는 도요타자동차에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전화를 걸어 무작정 인터뷰를 요구한 ‘겁 없는’ 첫 취재는, 일본 기업의 인터뷰 관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시도조차 못했을 일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던 일본과 현장에서 본 일본은 너무나도 달랐다. 멀리서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직접 올라서면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일본의 산들처럼, 일본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몸으로 직접 부딪쳐 느껴보아야 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관련 정보들과 차별화된 관점과 자료를 얻기 위해 일본 전국을 부지런히 다니며 기업인, 언론인, 경제학자, 평론가, 회사원, 농민, 어민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천 장 정도의 명함을 교환하면서 각계의 일본 사람들을 만나 공식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대화하며 일본의 참모습에 다가가려고 애썼다. 이 책은 그래서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감히 발로 썼다고 자부한다.(‘여는 글’에서) 저자는 그곳에서 우리의 ‘88만원 세대’에 해당하는 일본의 ‘하류 세대’가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1억 총중류사회(일본인 전체가 중류 계층의 삶을 영위한다는 개념)’를 꿈꾸던 일본이 ‘1억 총하류사회’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고심하는 목소리를 들었으며, 한때 전세계적인 고용모델이 되기도 했던 일본 특유의 종신고용제도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일본 공무원들은 경제난 속에서도 자기 밥그릇만 지키려 하는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었고, 그에 반해 도요타자동차와 중소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며 여전히 경쟁력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롯폰기힐스족의 등장과 몰락은 급변하는 일본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의외의 모습들도 많다. 깨끗하기로 소문난 일본이 ‘쓰레기 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거나,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지진 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 후지산에 올라본 일본인들이 많지 않다는 점, 음주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 중에도 밤새워 술 마시는 ‘술꾼’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선진국 중 유별나게 흡연에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어 지하철역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사원 각자가 회비를 내고 치르는 망년회가 많은 탓에 음식이 푸짐하지 않아 망년회가 끝나고 홀로 라면을 먹고 귀가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산을 좋아하던 저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의 산에 오르며 자연 속에서 일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부분은 이 책의 숨은 백미다. 3,000미터급만 스물여섯 개나 되는 일본의 산들은 요즘 등산 마니아들에게 매력적인 등산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제1봉인 후지산을 시작으로, 제2봉 기타노다케,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다니가와다케, 수많은 역사가 숨어 있는 다이보사쓰레이 등 서른 개가 넘는 산을 오르며 일본의 산을 등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를 꼼꼼히 챙기고, 한국과 일본의 자연환경을 비교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속에 일본 정신의 원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