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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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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월 4일
캔버스는 심장에 박힌 올이 성긴 어망 빛을 발하는 거품들은 눈을 통해 목구멍에 걸리고 재촉하는 채찍질에 그의 사각형 욕망의 주위에서 퍼덕이는 날개 --- p.45 1936년 5월 18일 푸른 허공의 소멸하는 향기를 바라보며 장미를 만지면 터지는 웃음이 애절한 마음을 사로잡는 초록의 소리 위에 느껴지는 노랑의 맛이 비둘기의 형상을 만든다 천명한 공중에 몸을 비추어보는 열기의 외침에 눈이 먼 빛이 증발된 액체 상태의 노래가 침묵에서 뽑아낸 시간의 너무나도 감미로운 부재의 종소리를 울린다 --- p.86 1938년 7월 2일 방울 방울 강인한 연한 청색이 장밋빛에 비례해서 아몬드 초록빛의 발톱들 사이에서 죽어간다 --- p.140 1940년 7월 6일 Ⅳ 넘치는 애정으로 꽃다발의 다핀 머리를 감싸는 크리스털 안에서 전율하는 금속성 소 혀 Ⅴ 금속을 경작하는 소들 꽃다발의 다친 머리의 크리스털 밭에 이는 불꽃들 Ⅵ 모든 광풍을 향해 열린 부채 무지개의 깃털 꽃다발의 다친 머리의 크리스털 밭에 이는 불꽃의 금속을 경작하는 소들 Ⅶ 무지개 짓밟힌 향기의 종이 울리는 비명에 깨진 꽃다발의 깨진 크리스털의 깃털의 광풍의 불꽃의 금속을 경작하는 소들 Ⅷ 깃털의 무지개 불꽃의 크리스털을 경작하는 소들 Ⅸ 무지개의 깃털 종의 비명의 향기의 크리스털 불꽃을 경작하는 소들 Ⅹ 불이 붙은 무지개의 깃털이 만들어낸 광풍으로 홈이 파인 향기의 크리스털 종의 비명 ⅩⅠ 깃털들의 광풍 무지개의 크리스털 함성 다발의 불꽃들을 경작하는 소들 ⅩⅡ 깃털들의 광풍 무지개의 크리스털의 소리 높은 함성들 꽃다발의 불꽃의 향수를 경작하는 소들 ⅩⅢ 깃털들의 광풍 무지개의 소리 높은 함성들 불꽃다발 ⅩⅣ 불꽃이 이는 광풍의 크리스털을 경작하는 깃털의 무지개의 소리 높은 함성들 --- p.161-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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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 시집 출간
시인을 꿈꿨던 천재 화가의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정신의 프리즘 1. 그림 대신 언어를 선택한 피카소의 변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전세계 네티즌 146만 명에게 설문한 결과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시선집 『피카소 시집』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어로 씌어진 피카소의 첫번째 시선집인 이 책은, 그의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세계를 더 깊이 통찰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피카소가 쓴 시편들 가운데 그의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의미심장하고 아름다운 작품들 중 1백여 편의 시편들을 뽑아 모은 책이 피카소의 이 시선집이다. 위대한 화가 피카소가 또한 위대한 시인이었다는 것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피카소는 그의 나이 54세에, 자기 속에 “잠들어 있었던 수백 편의 시”를 쓰기 시작한다. 화가로서의 활동과 함께, 1935년에서 1959년 사이에 쓴 3편의 희곡과 4백여 편의 시작품들은 뛰어난 작가로서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화가로서의 화려한 명성 이외에, 그림 대신 언어를 선택한 피카소는 언어학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조형적이고 시각적인 차원에서 극히 자유스럽게 또 다른 예술세계에 도전한다. 게다가 생동적인 글쓰기를 보여주는 그의 원고들, 특히 초고들은, 아주 창조적이며 멋들어진 그림들이 되어버리곤 한다. 미국의 종합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는 『피카소 시집』 출간을 계기로 “프랑스 문단은 물론 유럽, 미국 등의 비평가들은 ‘피카소는 기존 시어의 법칙과 시작詩作의 관습을 깬 위대한 초현실주의 시인’이라며 ‘피카소의 시는 20세기 실험시詩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적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며 피카소가 창조적인 시를 쓴 시인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 동안 피카소가 쓴 시는 그의 미술세계를 설명해주는 일부 요소로 취급되었으나, 피카소의 시집이 출간되면서 그의 시를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2. 시인을 꿈꿨던 천재 화가의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정신의 프리즘 피카소는 지금은 헐려 사라진 에밀 구도 광장 13번지에 위치한 화실 ‘세탁선’의 출입문에 〈시인들의 만남의 집〉이라고 써붙이고 막스 자콥, 아폴리네르, 장 콕토, 폴 엘뤼아르, 앙드레 브르통, 자크 프레베르, 아라공 등 당대 최고의 시인들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며 교류했다. ‘세탁선’은 작업실이 센 강의 세탁선처럼 지저분하다며 시인 막스 자콥이 붙여준 이름이다. 피카소는 시인들이 각별히 좋아하던 화가였으며 피카소 또한 엘뤼아르, 아폴리네르, 장 콕토 등 시인들의 시와 저작물에 많은 삽화를 그려주며 우정을 과시했다. 1935년, 54세의 나이에 피카소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 무렵 그는 아내 올가와 결별하면서 그때까지의 화려한 생활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으며, 친구인 사바르테스에게 말했듯이 “그림, 조각, 판화를 모두 버리고 전적으로 시에 몰입”한다. 그가 썼던 것은 평론도, 소설도, 자서전도 아닌 바로 시였다. 1935년부터 1936년까지 거의 매일 쓰다시피 한 치열한 피카소의 집필 의욕은, 오늘날까지 마지막 날짜로 알려져 온 1959년까지 잠시 몇 번의 중단을 거듭하기는 했으나 계속된다. 피카소가 몇 년에 걸쳐 글을 쓰긴 했으나,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의 글들을 사람들이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작품 거의 모두가 1989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자 그의 활동이 제대로 인정받게 되었다. 피카소는 자신의 총괄성 안에서 구상해내는 예술 속의 모든 장벽을 거부한다. “단어로 그림을 쓸 수 있고 시에 느낌을 그려 낼 수도 있으니 어쨌거나 모든 예술은 하나다.” 피카소가 생각하기에 창작을 어떤 틀에 끼워 맞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그는 작가라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 속에서 갈등했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시집을 출간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시인으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들이 마치 내가 진짜 작가라도 된 것처럼 진지하게 대해 준다는 사실이 우스울 따름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다른 작가들과 같은 진짜 작가라고 믿어주면 좋겠다.” “화가라는 틀은 내게 너무 작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그저 화가로 알아줄 뿐이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피카소는 갑자기 떠오른 시상을 기록하기 위해 매체란 매체는 닥치는 대로 이용했다. 급한 대로 신문 한 귀퉁이나 봉투, 메모지 등에 기록을 했다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아쉬(Arche)지 같은 고급 종이에 먹물로 옮겨 적는 경우가 많았다. 시에 ?림을 곁들인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뜨개질’을 하듯 글자 하나하나를 적고 휘갈겨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흥미로운 작품이 몇 개 남아 있기는 하다. 썼다가 지운 초고다운 초고에서부터 가지런히 정성껏 작업한 원고, 혹은 정반대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미로 같은 원고에 이르기까지, 먹물이나 색연필로 쓰인 그의 원고들은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피카소는 텍스트의 공간성을 강조한 말라르메의 영향을 받아 텍스트의 각 페이지들을 시각적으로 구성하였다. 초고에 적은 시를 일렬로 베껴 쓰는 작업은 읽는 이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크나큰 쾌락을 안겨주었다. 피카소에게 글쓰기는 임시로 가져본 직업이나 취미가 아니라 열정을 다 바친 하나의 활동이었다. 그의 글은 피카소 작품 전체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다른 작품들과 별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의 시를 그림과 비교한다거나 정확한 평가를 내려 보겠다는 의도로 피카소라는 이름을 배제한 채 작품을 읽고자 하는 시도는 무의미한 일이다. 1960년대의 어느 날, 피카소는 친구 로베르토 오테로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결국, 나는 비뚤어진 시인이야.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3. ‘문학의 회화’라고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언어의 조형작품 피카소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 시를 썼고 때로는 두 가지 언어를 섞은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그 두 언어가 주는 고유한 특성과 서로 다른 느낌을 실험했다. 장시長詩는 스페인어로 쓰인 것이 많고 상당한 양의 시에 이용된 프랑스어는 훌륭한 실험언어로 사용되었다. 스페인어로 몇 편의 시를 쓴 이후 처음으로 쓴 프랑스어 작품에는 번역에 관한 그의 성찰이 나타나 있다. “만일 내가 어떤 언어로 생각을 하다가 쓰게 된 ‘개가 숲 속에서 산토끼를 쫓고 있다’라는 문장을 다른 언어로 옮겨야 한다면 ‘모래 속에 네 다리를 단단히 박은 흰 나무 테이블이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려움을 못 이겨 빈사상태에 빠졌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1935년 10월 28일)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겨 쓰는 작업은 한 문장을 완전히 다시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원래의 언어가 심상에 작용하는 무게를 생생하게 옮기고 싶다면 형태뿐 아니라 내용까지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프랑스어로 쓴 시들을 모은 시집에 소개된 이런 설명을 토대로 우리는 피카소의 글쓰기 작업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어들이 전달하는 다양한 의미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블루에 대하여 : 블루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블루라는 단어를 들을 때 떠오르는 느낌은 수천 가지이다. 골로와즈 담뱃갑의 블루…… 이 경우의 블루는 누군가의 눈이 골로와즈 담뱃갑의 색깔처럼 파랗다고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의 개념이다. 반대로 파리에서는 덜 익힌 스테이크를 보고 블루라고 한다. 붉은 색을 푸르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시를 쓸 때 자주 시도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언어 유희에 대한 피카소의 취향은 ‘변주시’라고 지칭할 수 있는 방대한 숫자의 시 안에 잘 나타나 있다. 형태와 색깔로 다양한 실험을 했던 회화작업과 마찬가지로 특이한 양식으로 여러 차례 되풀이된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는 유희에 몰두한 그는 같은 단어와 문장들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배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은 씨앗의 초록색 마시고 싶은 바다 웃음 비단향꽃무우 조개껍질 잠두콩 창유리 검둥이 침묵 석반 화관 모과 어릿광대 / 그것은 바다에 웃음 조개껍질 마시고 싶은 비단향꽃무우 색 씨앗 검둥이 잠두콩 창유리 침묵 석반 초록 어릿광대 화관”(1936년 4월 9일) 말라르메에 대한 발레리의 평가를 피카소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그는(……) 세상의 모든 단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조합할 수 있다는 원리에 입각한 아주 오래된 시적 본능에 충실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배치가 시도되었던 피카소의 작품 중에는 조형적인 조합방법이 적용된 시들이 있다. 그는 불규칙하게 변화된 여러 가지 요소들과 단어, 숫자, 음표, 특이한 용어들을 한데 묶어 시의 시각적인 감각에 호소하는 콜라주 작품을 완성해냈다. 이런 시들을 큰 소리로 낭독하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새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도 3 레 1 미 0 파 2 솔 8 라 3 시 7 도 3/ 도 22 시 9 라 12 솔 5 파 30 미 6 레 11 1/2 도 1/(……)손에는 빛이 허락한 그림자가 딸려 있고 침묵의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숫자 2-5-10-15021-2-75의 합계와 맹수의 발톱에 휩쓸려 나부끼는 스카프 영원으로 열린 하늘 블라우스 무늬와 같은 줄이 간 푸름에 취해 자유롭게 펼쳐진 날개의 깃털”(1936년 5월 3일) 시인 피카소는 화가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 방법만을 고수하는 식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않았다. 그의 시 작품 중에는 뒷손질이나 보완 없이 단숨에 써내려간 시들이 많다. 그림에서도 그렇지뢸, 흐르는 듯한 그의 장시長詩 안에는 여러 가지 ‘사물’이 뒤섞여 있다. “나는 그림 안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집어넣는다. 사물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자기들끼리 자리를 잡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구두점을 찍을 겨를도 없이 연결에 연결을 거듭하는 그의 비정형적인 시들을 읽다 보면 호흡과 일치하는 리듬이 생겨나고 어려운 인용구가 들어갈 때에야 겨우 쉴 틈이 생긴다. “강가에서 자두나무 가지를 휘두르며(…)그늘이 드리운 수돗간 위에 쌓인 감자 껍질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 바퀴벌레를 약올리는 아이의 모습을 본떠 밀랍 모양의 깃털 침대 위에 펼쳐놓은 내복 위에 흩어진 모래 알갱이 안에 박힌 이 오후의 소리 없는 빗방울이 남긴 정확한 이미지”(1938년 2월 12일) 피카소의 화가적인 면모는 그가 선택한 주제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의 시 어디에서나 그림과 관련된 어휘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팔레트, 붓, 조각, 그림자, 빛…… 그리고 무엇보다 색깔에 관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푸른 허공의 소멸하는 향기를 바라보며 장미를 만지면 터지는 웃음이 애절한 마음을 사로잡는 초록의 소리 위에 느껴지는 노랑의 맛”(1936년 5월 18일) 피카소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기하학적인 형태는 캔버스의 형태인 직사각형으로 귀결된다. “캔버스는 심장에 박힌/ 올이 성긴 어망/ 빛을 발하는 거품들은/ 눈을 통해 목구멍에 걸리고/ 재촉하는 채찍질에/ 그의 사각형 욕망의 주위에서/ 퍼덕이는 날개”(1936년 1월 4일) 피카소의 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거기에 푹 빠져 있어야 한다. 놀랍도록 다채로운 이 시들은 꼭 그의 조형작품처럼, 피상적인 독서로는 난해하기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창작이란 피카소에게 일시적인 일도, 취미도 아니고 그가 모든 열정을 바친 예술 활동임에 틀림없다. |